측근까지 요직에 심었다…선넘는 '공동 대통령' 머스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공보팀은 17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엑스(Xㆍ옛 트위터)에 트럼프 전용기 내부의 식탁 풍경 사진을 올렸다. 테이블 위엔 햄버거ㆍ감자튀김ㆍ콜라 등 기내식이 놓여 있고, 트럼프 주위엔 2기 정권의 수뇌부로 꼽히는 최측근 4명이 등장한다.
요직 인선을 막후에서 주무르는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 트럼프표 법안을 밀어붙이는 ‘의회 돌격대장’ 역할을 할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 무소속 대선 출마를 접고 ‘트럼프 지지’를 선언한 정권 탄생의 한 축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보건복지장관 지명자, 그리고 트럼프 바로 옆에 앉은 ‘트럼프 2기 자타공인 최고 실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다.
공식 기부금만 1억2000만 달러(약 1670억 원)를 '베팅'한 트럼프가 당선되며 이번 대선의 ‘진정한 승자’로 꼽히는 억만장자 머스크는 내년 1월 20일 트럼프 2기 공식 출범을 두 달 앞두고 벌써부터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실세 중 실세로 평가되고 있다. 트럼프 2기 정권 인수 베이스캠프 역할을 하는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 살다시피 하는 머스크는 대선 당일 개표 방송을 트럼프와 함께 시청했고 지난 주말 트럼프 바로 옆에 앉아 종합격투기 UFC 대회를 관람하는 등 거의 매일 트럼프를 그림자처럼 붙어 다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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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퍼스트 절친’ 머스크의 월권”
머스크는 지난 12일 신설되는 정부효율부 공동 수장으로 지명됐다. 정부 관료주의 병폐를 뜯어고치고 민간 기업의 혁신적 경영 시스템을 정부에 구축한다는 게 발탁 이유였다. 하지만 머스크의 영향력이 막강해지면서 월권 논란과 함께 선을 넘고 있다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의 ‘퍼스트 절친’(First Buddy)가 된 머스크가 경제 정책과 주요 인선에 공개적으로 트럼프를 압박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트럼프 측근 일부가 불만을 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캠프 한 인사는 “머스크가 ‘공동 대통령’(co-President)’처럼 행동하며 자신의 역할을 넘어서고 있다”고 했다.
①인선 개입 논란…특정 후보군 평가
머스크는 2기 내각과 백악관 비서실 인선 과정에 사사건건 개입하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트럼프가 이날 연방통신위원회(FCC) 수장에 지명한 브렌단 카 공화당 소속 FCC 위원은 잘 알려진 ‘머스크 사람’이다. 카 위원은 머스크가 이끄는 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위성 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거부한 민주당 측 FCC 위원들을 공개적으로 비판했고, 지난 8월에는 텍사스의 스페이스X 기지를 방문해 머스크와 함께 투샷 사진을 찍었다. 머스크는 그런 카 위원을 FCC 위원장에 앉히기 위해 트럼프에 적극적으로 의견 개진을 했다는 후문이다.
머스크는 전날 엑스의 게시글을 통해 재무장관 후보로 투자은행 캔터 피츠제럴드의 하워드 러트닉 CEO를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또한 재무장관 자리를 놓고 러트닉과 경쟁하는 헤지펀드 키스웨어 그룹 창업자 스콧 베센트를 두고는 “늘 해오던 대로의 선택이 될 것”이라며 평가절하하며 거듭 러트닉에 힘을 실었다. 그러면서 약 2억5000만 명에 달하는 팔로워들에게 동참을 요청했다.
대개 대통령 당선인이 인선 결정을 발표하기 전까지는 특정 후보군에 대한 평가나 입장 표명을 삼가는데 머스크의 공개적 지지 혹은 비토는 당선인에 대한 과도한 압박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WP는 짚었다.
②정책 이해충돌 우려…‘셀프 수혜’ 논란
정부효율부 수장을 맡게 된 머스크는 직접 정책 책임자로 나서 정부 대개조 수술 집도에 나설 태세이기도 하다. 이미 지명 직후 “연방 기관이 428개나 필요한가. 99개면 충분하다”며 ‘4분의 1토막 대수술’을 예고했다.
문제는 이해충돌 리스크다. 머스크 소유 회사들은 각종 법규 리스크를 안고 있는데 관련 부처의 결정이 사업의 성패를 가를 수 있다. 가령 테슬라의 완전자율주행 규제 문제는 고속도로안전청, 스페이스X의 달탐험 로켓 이슈는 나사(NASA), 로켓 개발과 발사 면허는 국방부, 위성네트워크 시장 개방 문제는 FCC의 결정에 사업 성패가 달려 있다. 머스크가 정부 규제 혁신을 명분 삼아 자신이 추진하는 사업의 족쇄를 풀거나 정부 인허가를 쉽게 받게 하는 등 ‘셀프 수혜’를 볼 수 있다는 점이 논란이다. 진보 성향 소비자 단체 퍼블릭시티즌의 리사 길버트 공동대표는 “머스크는 정부 효율과 규제에 대해 아는 게 없다”며 “머스크가 ‘차르’의 지위에서 공격하게 될 규칙들은 그간 사업을 하며 여러 번 위반해 왔다”고 비판했다.
또한 머스크가 이끌 정부효율부의 영문 약칭 ‘DOGE’(Department Of Government Efficiency)가 머스크가 투자하며 띄운 가상화폐 도지코인과 명칭이 동일하다는 점도 뒷말을 낳았다. 트럼프가 정부효율부 창설 계획을 밝힌 뒤 도지코인 가격이 폭등했다.
“정부 낭비를 근절해 최소 2조 달러(약 2800조 원)를 절감할 수 있다”는 머스크의 발언은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사고 있다. 정부 지출 중 국가부채 이자 지급(약 8800억 달러), 사회보장성 연금(약 1조4600억 달러) 등 고정비 성격의 지출 항목을 감안하면 연방정부 연간 지출(6조7500억 달러)의 약 30%에 해당하는 2조 달러 삭감은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다. 오히려 재정지출 삭감을 무리하게 추진하다 강한 저항에 직면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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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외교 개입 논란…정상 통화 배석
머스크는 트럼프의 대선 당선 뒤 외국 정상과의 통화에 배석하며 국제무대 외교적 영향력도 과시하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과 통화할 때 트럼프 옆자리에서 스피커폰으로 함께 연결됐다고 한다. 국가안보 등 민감한 영역을 다루는 정상 대화에 민간 기업가가 참여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레드라인을 넘나드는 듯한 머스크의 행보에 트럼프 주변의 우려는 커지고 있다. 머스크가 트럼프의 공약 이행보다 자신의 구상을 실현하는 데 더 큰 야심을 품고 있다는 의구심마저 제기된다. WP는 “머스크가 차기 정부 구성에 노골적으로 개입하고 영향력이 과도하게 커지면서 트럼프 참모들의 신경을 건드리고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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