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 지도부도 제쳤다…'이재명 스피커' 된 검사 출신 초선들

17일 더불어민주당 김윤덕 사무총장 기자간담회에 배석한 이건태(맨 왼쪽) 의원과 박균택(맨 오른쪽) 모습.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내 검찰 고위직 출신 초선 의원의 입지가 커지고 있다. 이재명 대표의 징역형 선고로 당의 사법리스크 대응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고검장을 지낸 박균택 의원과 검사 경력 20년의 이건태 의원이 부상하고 있다.

두 사람 모두 최근 사흘간 언론 간담회와 인터뷰를 잇달아 했다. 당 법률위원장인 박 의원은 17일 SBS라디오에 나와 “(재판부가) 피고인에 대한 안 좋은 감정을 갖지 않는 한 그렇게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편견 문제”라며 “1심에서 (이 대표가) 했던 변론 방향이나 내용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주말인 전날 두 건의 기자간담회를 연거푸 소화했다. 이날은 아침부터 생방송에 나와 14분간 이 대표의 법률적 정당성을 설파했다. 박 의원은 위증교사 사건과 관련해 “위증 자체가 없었고, 때문에 위증교사나 방조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라고도 했다. 1주일 뒤(25일) 위증교사 1심 선고를 의식한 발언이다.

당 검찰독재대책위원회 위원인 이 의원도 이날 BBS 라디오에서 “위증교사도 명백히 무죄가 선고되는 게 맞다”고 했다. 그는 전날 박 의원과 함께 김윤덕 사무총장 기자간담회에 배석해 “이런 식이면 (선거 때) 후보는 말을 한마디도 할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날도 이 의원은 대법원 판례를 들고나와 “(공직선거법 1심 재판부가) 유추·확대 해석을 했다” “(판결이) 법리에 배치된다”고 했다. 앞서 허위사실 공표죄(선거법 위반)로 기소된 20대·21대 민주당 국회의원의 1심 선고 결과 27건을 전수 분석했다며 “모두 (의원) 신분 유지가 됐다. (이 대표 선고는) 이해할 수 없는 양형”이라고도 했다.

박균택 의원이 지난 5월 더불어민주당 정치검찰 사건 조작 특별대책단 간사(가운데) 지격으로 이화영 전 경기도평화부지사를 접견하기 전 발언을 하는 모습. 뉴스1

이 대표의 ‘투톱’ 스피커로 자리매김한 이들은 이른바 ‘대장동 변호인’ 출신이다. 공직선거법 위반, 위증교사 사건 변호에는 관여한 적이 없지만, 법률가로서의 전문성을 주목받으며 최전방 공격수로 출격했다. 비주류 초선 의원은 “요즘 당 지도부보다도 두 분 목소리에 훨씬 더 귀가 솔깃한 것은 사실”이라며 “선거법 양형과 직결된 대선 국고 보전금(434억원) 반환은 이 대표 개인이 아닌 당 차원의 문제”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대장동 변호인 출신으로 국회에 입성한 김기표 의원이 “이 대표의 실질적인 사법리스크 관리를 맡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김 의원은 검사 시절 대검 연구관, 서울중앙지검 특수 1부 부부장 등을 지낸 ‘특수통 엘리트’다.

다만 이들의 전진 배치를 두고 “이 대표 사법리스크가 당내 법률가 지형마저 바꾸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주민·김용민 의원 등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출신이 그간 당내 간판급 율사(律士)로 활동한 것과 달리, 이 대표 체제에서 검찰 출신이 부쩍 당내 입지를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에서는 전통적으로 검사보단 판사·변호사 출신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문재인 정부 법무부장관을 지낸 추미애(6선), 박범계(4선) 의원도 판사 출신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변호했던 이건태 변호사가 2023년 8월 16일 이재명 당대표 특별보좌역 임명장을 받는 모습. 사진 이건태 의원 페이스북

이와 관련 야권 인사는 통화에서 “밖으로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외치며 검찰 죽이기가 한창인데, 막상 민주당에서 검사 출신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건 아이러니”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들이 현역 의원 신분으로 사실상의 변호사 활동을 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적잖다. 박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서 이 같은 지적에 “국회의원은 변호사를 할 수 없게 법률상 돼 있다”며 “저희는 (재판에는) 관여를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