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자살률 감소는 요양시설 격리 영향 커… 통계 안 잡히는 고독사는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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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노인 자살률이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노인 자살률 감소 그래프를 거꾸로 뒤집으면 우리나라 노인요양시설의 증가 추세와 정확하게 일치한다.
자립 생활이 어려운 노인들 상당수가 요양시설로 격리된 것이다.
한국 사회는 자립할 수 없는 노인들의 안전과 보호를 이유로 시설 격리를 선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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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노인 격리의 시대
우리나라 노인 자살률이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기초노령연금 10만원 인상 등 정부의 노인 복지정책 효과라고 말한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노인 자살률 감소 그래프를 거꾸로 뒤집으면 우리나라 노인요양시설의 증가 추세와 정확하게 일치한다.
정부는 2008년부터 노인장기요양보험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 제도는 노인을 요양 보호사 방문 등 생활 도움을 받는 ‘재가 등급’과 요양시설에 입소하는 ‘시설 등급’으로 구분하는데, 2008년 시행 이후 900여개에 불과하던 노인요양시설이 12년 뒤 6000여개까지 증가했다. 자립 생활이 어려운 노인들 상당수가 요양시설로 격리된 것이다. 덕분에 자살률은 꾸준히 줄어드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자살에 포함되지 않는 노인 고독사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초고령화 사회에 대한 우려는 이미 오래 전부터 제기됐지만 별다른 대책 없이 달려온 한국 사회의 유일한 대안은 더 많은 시설, 더 많은 격리로 보인다. 한국 사회는 자립할 수 없는 노인들의 안전과 보호를 이유로 시설 격리를 선택한다. 도시라는 공간에서는 일할 수 있는 사람만이 시민의 지위를 얻는다.
생산에 참여하지 않거나 노동에 방해가 되는 사람은 치안과 질서를 이유로 격리된다. 이런 국가의 통제는 역사적으로 반복된다. 18세기 산업혁명 이후 유럽 국가마다 대도시가 탄생했다. 대표적으로 프랑스 파리에서는 생산에 참여하지 않고 가족들의 노동 활동을 방해하는 사회취약자들을 치료와 보호라는 명목으로 모두 시설에 감금했고, 이는 프랑스 인구의 1%에 달했다. 프랑스 철학자 미셸 푸코는 이를 ‘대감금의 시대’라고 명명했다.
현재 한국의 65세 이상 노인은 약 1000만명이며 요양시설 입소 노인은 25만명에서 30만명으로 추정된다. 더 안타까운 것은 우리나라 종합병원 중환자실 입원 환자의 56%가 70대 이상 노인이라는 것이다.
초고령화 사회 대한민국은 노인 격리의 시대를 향해 가고 있다. 사람은 누구나 늙는다. 그리고 죽음은 인간에게는 필연이다. 잘 사는 것은 반드시 잘 죽는 것까지를 포함하는 일생의 과업이다. 젊은 시절의 화려함만 좇은 채 노화와 죽음에 무심했던 한국인들은 시설로 격리돼 소멸하고 있다.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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