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 커지는 신탁시장… 日은 손주 교육비에 반려동물 양육자금까지 맡겨

황인호 2024. 11. 19.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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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 인구 증가와 상속재산 규모 확대에 따라 신탁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신탁 상품도 다양해지고 있다.

하나금융연구소가 지난 7월 초 발간한 '중산층의 상속 경험과 계획'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9%만이 유언대용신탁을 알고 있었지만, 상품에 대한 설명을 들은 뒤에는 42%가 이용 의향을 보일 정도로 관심이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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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증여·후견 수요 급증 전망
“허용되는 재산 범위 확대해야”


고령 인구 증가와 상속재산 규모 확대에 따라 신탁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신탁 상품도 다양해지고 있다. 그중 유언대용신탁은 대표적인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업계에서는 일본처럼 신탁이 허용되는 재산의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일본은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펫 신탁’ 등을 도입하며 신탁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17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상속, 증여, 후견에 대한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신탁의 중요성도 더욱 부각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베이비부머 세대가 모두 은퇴하는 5년 뒤에는 신탁에 대한 수요가 지금과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커질 것”이라며, “자산 상속과 세금 준비에 대한 고민을 해결하는 데 신탁이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관심이 높아진 유언대용신탁은 2020년 말 대비 약 4배 규모로 성장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유언대용신탁 잔액은 올해 2분기 말 기준 3조5150억원으로, 2020년 말 8800억원 수준에서 크게 증가했다.

유언대용신탁은 위탁자가 금전과 유가증권, 부동산 등 재산을 맡기면 수탁자인 금융사가 고객 생전에는 재산 관리, 사후에는 배우자나 자녀 등 수익자·상속인에게 배분하는 서비스다. 요건과 절차가 까다로운 유언장 방식의 상속보다 절차가 간편하고 분쟁 가능성이 적어 여전히 가입 수요가 많다고 한다.

하나금융연구소가 지난 7월 초 발간한 ‘중산층의 상속 경험과 계획’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9%만이 유언대용신탁을 알고 있었지만, 상품에 대한 설명을 들은 뒤에는 42%가 이용 의향을 보일 정도로 관심이 높았다.

업계 전문가들은 한국도 장기적으로 일본처럼 신탁이 허용되는 재산의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일본은 다양한 세금 혜택과 편의성을 기반으로 상속 신탁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우리금융연구소의 ‘일본 상속신탁 비즈니스 분석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은 광범위한 상속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포괄적인 상품·서비스 제공, 특화상품 개발, 디지털 기술 활용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조부모가 손주의 교육비 지원을 위해 재산을 금융회사에 맡기고 교육비를 집행하도록 한 교육자금증여신탁은 2013년 도입 이후 지난해까지 누적 수탁고가 1조엔을 넘어섰다. 이 상품은 증여세 면제 혜택을 통해 세대 간 부의 이전과 소비 촉진 효과를 거두었다. 반려동물 주인이 사망하면 새 주인에게 양육자금을 지원하는 펫 신탁 같은 특화상품도 운영 중이다.

서정호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신탁은 수탁자의 신뢰를 바탕으로 수익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고령화 시대의 핵심 금융 수단”이라며 “신탁을 효과적으로 규율할 제도적 틀을 마련하고, 홍보 및 세제지원을 통해 신탁시장 활성화를 촉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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