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정원 채우려 4·5세가 한반에… 학부모들은 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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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관악구에 사는 30대 여성 A씨는 만 4세 아이를 한 국공립 어린이집에 등원시키고 있다.
그런데 최근 어린이집이 내년부터 4세 반과 5세 반을 합쳐서 운영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분당의 한 사설 어린이집에서 24명의 3~4세 혼합반을 맡은 보육교사 김모(25)씨는 "호칭에 예민한 유아들은 '너 왜 야라고 해' '너 왜 이름만 불러'라며 싸우기도 한다"며 "놀이 수업 중 발생한 갈등 상황에서 4세 아이가 목소리 큰 3세에게 밀려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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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생 여파 ‘연령 혼합반’ 전체 19%
한살 차이에도 발육 차이 커 우려
서울 관악구에 사는 30대 여성 A씨는 만 4세 아이를 한 국공립 어린이집에 등원시키고 있다. 그런데 최근 어린이집이 내년부터 4세 반과 5세 반을 합쳐서 운영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어린이집 학급당 인원이 11명을 넘어야 보육교사 인건비 지원이 나오기 때문에 합반 운영이 불가피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최근 저출생 여파로 ‘연령 혼합반’을 운영하는 어린이집이 늘고 있다. 18일 교육부의 ‘전국 어린이집 반 현황’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전국 어린이집 반 17만4222개 중 연령 혼합반은 3만2575개로 전체 어린이집 반의 18.7%를 차지한다.
어린이집이 연령 혼합반을 운영하는 주된 이유는 보육교사 인건비 지원을 받기 위해서다. 직장어린이집을 제외한 국공립 어린이집과 각종 기관이 설치한 어린이집은 4세 이상 반의 경우 총인원이 11명 이상이어야 보육교사 인건비의 30%를 정부로부터 지원받을 수 있다. 올해까지는 ‘코로나 특례’가 발효돼 8명까지도 지원을 받았지만 특례가 종료돼 내년 3월부터는 11명 이상 조건을 반드시 충족해야 한다.
학부모들은 합반 과정에서 생기는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영유아 시기 아이들은 한 살 차이로 교육 과정이나 발육 정도에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강원도 원주에서 만 3세 딸을 3·4·5세 합반에 보냈던 B씨는 “딸아이가 4세 수준에 맞춰진 수업을 따라가기에 버거워했다”며 “추후 4세 반으로 갔을 때는 3세 당시 쌓였어야 할 학습 기초가 없어 혼란스러워했다”고 말했다.
합반 내에서 나이가 다른 아이들 간 다툼이 발생하기도 한다. 분당의 한 사설 어린이집에서 24명의 3~4세 혼합반을 맡은 보육교사 김모(25)씨는 “호칭에 예민한 유아들은 ‘너 왜 야라고 해’ ‘너 왜 이름만 불러’라며 싸우기도 한다”며 “놀이 수업 중 발생한 갈등 상황에서 4세 아이가 목소리 큰 3세에게 밀려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초저출생 시대에 맞게 인원별 지원 기준을 변경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권일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 정책위원장은 “심각한 저출생 시대에 지원비 지급 기준을 학급 인원수에 두는 건 시대착오적”이라며 “정부가 분반 운영이 가능하도록 지원 기준을 유연하게 변경하고 지원 금액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어린이집 인건비를 지원하는 교육부는 교육 현장의 어려움에 공감하면서도 현실적으로 충분한 예산 확보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매년 예산 교부금을 신청해도 지원금을 충분히 지급할 만큼의 예산을 교부받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다만 합반 운영의 부작용이 크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김명순 연세대 아동가족학과 명예교수는 “합반에서 다양한 연령대와 협업하는 게 교육적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윤은주 숙명여대 아동복지학부 교수도 “개선해야 할 점은 합반 운영 자체가 아닌 합반을 잘 운영하기 위한 보육교사들의 역량”이라고 했다.
한웅희 기자 h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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