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선거법 재판 기한 준수는 법원의 책무, 신속히 판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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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표 1심 판결, 법정 시한 1년8개월 넘겨
불확실성 해소하려면 대선 전 대법 판결 나와야
신속한 재판은 헌법이 규정한 국민의 권리이자 법원의 의무다. 그중에서도 선거법 위반 사범에 대한 신속한 재판은 민주주의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다. 만일 부정한 방법으로 선출된 공직자가 재판 지연 덕분에 계속 자리를 유지하거나 끝까지 임기를 채운다면 민주주의 자체를 무너뜨릴 수밖에 없다. 과거 15대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개정한 공직선거법이 ‘선거범의 재판 기간에 관한 강행 규정’을 둔 이유다.
공직선거법 270조는 선거법 위반 사건의 1심 재판은 6개월 이내, 2심과 3심 재판은 각각 3개월 이내에 끝내도록 규정한다. 이른바 ‘6·3·3’ 조항이다. 이 조항에 따르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은 이미 3심인 대법원 확정판결까지 끝났어야 한다. 그런데 법원은 지난 15일에야 이 대표에 대한 1심 판결을 했다. 피선거권 박탈에 해당하는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선고였다. 검찰이 2022년 9월 이 대표를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한 지 2년2개월 만으로 법정 기한을 1년8개월이나 넘겼다.
재판 기간에 대한 선거법 조항은 지켜도 그만, 안 지켜도 그만인 ‘훈시 규정’이 전혀 아니다. 분명히 법 조항에 ‘강행 규정’이란 문구와 ‘반드시 하여야 한다’는 표현이 들어가 있다. 국회가 강행 규정이란 문구를 선거법에 추가한 건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0년 2월이었다. 당시 법안 발의는 박상천 새정치국민회의 원내총무가 주도했다. 국민회의 소속 의원이던 노무현 전 대통령도 발의자에 함께 이름을 올렸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국민회의를 계승한다고 자처하는 민주당이라면 선거법 재판의 신속한 진행을 반대할 명분이 전혀 없다.
선거법 재판이 아닌 경우엔 언제까지 재판을 끝내야 한다는 강행 규정은 없다. 그렇다고 재판을 마냥 끌어도 무방하다는 건 아니다. 현재 네 건의 재판을 동시에 받는 이 대표에겐 오는 25일에는 위증교사 혐의에 대한 1심 선고가 예정돼 있다. 유력 대선주자인 이 대표가 차기 대선에 출마할 자격(피선거권)이 있는지, 없는지 가리는 건 법적으로도, 정치적으로도 지극히 중차대한 문제다. ‘사법 리스크’로 인한 정치적 불확실성과 혼란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최대한 차기 대선 이전에 대법원 확정판결까지 마무리할 필요가 있다.
신속한 재판은 조희대 대법원장이 국민과 한 약속이기도 하다. 조 대법원장은 취임사에서 재판 지연 해소와 신속한 분쟁 해결을 강조했다. 법원행정처도 지난 9월 각급 법원에 “선거법 재판의 강행 규정을 지켜 달라”는 공문을 보냈다고 한다. 법원이 국민의 존중을 받으려면 법원이 스스로 법을 지켜야 하는 건 당연하다. 더는 ‘정치적인 재판 지연’이란 말이 나오지 않도록 법원의 올곧은 판단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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