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이시바·윤석열 공조해 트럼프 2기 견인해야
10·27 중의원 조기 총선에서 자민당이 과반 득표에 실패하면서 1994년 이후 30년 만에 처음 치른 총리 지명 선거에서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후보가 제103대 총리에 선출됐다. 결선투표까지 간 데서 보듯 향후 이시바 총리의 정국 운영은 많은 난관이 예상된다. 이시바 총리는 자민당 비주류 인사여서 당내 장악력을 기대하기 어렵다.
자민·공명 연립 여당과 야당인 국민민주당이 경제 정책을 놓고 3당 협의를 시작했다. 그런데 국민민주당 다마키 유이치로(玉木雄一郞) 대표의 불륜이 드러나 정책 협의에 빨간불이 켜졌다. 이시바 총리 지지율도 최근엔 28% 선까지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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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시바, 기시다 정책 계승 예상
윤석열·이시바 긴밀한 소통 필수
트럼프 2기, 한·일 협력 더욱 중요
」
지금 일본 정국은 그야말로 혼돈의 연속이다. 내년 7월 참의원 선거가 예정된 상황에서 이시바 총리가 전후 최단명 총리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에서 4년 만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귀환으로 일본 정계와 재계는 바짝 긴장하고 있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 40여년 경력의 베테랑 정치인인 이시바 총리는 어떤 외교·안보 정책을 구상하고 있을까. 지난달 4일 국회 소신 표명 연설에서 이시바 총리는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정부 시절의 국정 업적에 대해 경의를 표했다. 전임 기시다 정부가 추진해온 정책들을 계승한다는 뜻이다.
이시바 총리는 미·일 동맹은 일본 외교·안보의 기축이고, 인도·태평양 지역은 물론 국제사회 평화와 번영의 기반이라며 미·일 관계를 강조했다. 그다음으로 언급한 국가는 한국이었다. 이시바 총리는 한·일이 긴밀히 연대해 나가는 것은 쌍방의 이익을 위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특히 내년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을 맞아 기시다 총리와 윤석열 대통령 사이에 구축한 신뢰 관계를 기반으로 양국의 협력을 공고히 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한·미·일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 말했다. 중국·북한에 대한 입장은 기시다 정부의 대외 정책과 유사하다.
기시다 정부에서 한·일 관계는 개선됐다. 인적 교류의 증가, 셔틀 외교의 복원, 한·미·일 협력 등으로 한층 발전했다. 이시바 정부도 이런 기조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 전후 역사를 보더라도 지금처럼 한·일이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고 협력 필요성을 상호 인식한 적이 없었다. 더 실리적이고 유용하며 미래를 위한 한·일 관계를 구축할 시점이다.
그렇다면 이시바 체제에서 한·일 관계를 더 강화하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첫째, 한·일 정상의 긴밀한 소통이 필수다. 기시다 전 총리가 재임한 3년 동안에 윤 대통령과 12차례 정상회담을 했다. 두 정상의 긴밀한 소통은 지난 10여 년 뒤틀린 한·일 관계를 짧은 기간에 회복시킬 수 있었던 중요한 원동력이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이시바 총리는 라오스에 이어 페루에서 윤 대통령을 만나 협력을 다짐했다.
한·일 정상은 내년 국교정상화 60주년을 계기로 미래의 한·일 관계에 대한 공동 비전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는 1998년의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계승하면서도 세대교체와 최첨단 시대에 걸맞은 협력 방안을 포함해야 할 것이다.
둘째, 한·일 양자 협력의 영역을 확대하고 공동의 이익 목표를 구축해야 한다. 지난 7일 나카타니 겐(中谷元) 방위상은 요코스카(横須賀) 기지에서 열린 한국 사관생도 환영 행사에 참석했다. 2018년 발생한 초계기 갈등 이후 6년 만의 일이다.
북한이 핵·미사일 등으로 동아시아 안보를 위협하는 상황에서 한·일 및 한·미·일 협력은 필수불가결하다. 조 바이든 정부와 달리 트럼프 2기는 한·미·일 협력에 소극적일 수 있다. 따라서 한·일이 중심을 잡고 트럼프 정부를 올바른 방향으로 견인해 나가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한·일 협력 분야를 더 다양하게 넓힐 필요가 있다.
셋째, 한·일 공통 과제에 대한 공동 프로젝트를 추진해야 한다. 이시바 총리는 인구 위기 극복을 위해 이전부터 지방창생(創生)을 중시했고 식견도 풍부하다. 한·일은 저출산과 고령화 및 지방소멸이라는 공통 과제에 직면해 있다. 이시바 정부의 본격 출범에 맞춰 양국이 공통으로 당면한 사회적 과제 관련 공동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함께 해결에 나선다면 앞으로 한·일 관계는 더 공고해질 수 있을 것이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숙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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