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구동존이 vs 화이부동

이동훈 2024. 11. 19.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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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동존이(求同存異)는 공통점을 추구하면서도 차이점은 그대로 둔다는 뜻이다.

그러나 당시의 구동존이는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중국 뜻에 따르기를 바라는 압박으로 읽혔다.

2022년 9월 박진 외교부 장관은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의 회담에서 향후 양국이 화이부동(和而不同)을 추구해야 한다는 뜻을 전했다.

화이부동은 논어 자로편 23장에 나오는 말로 군자는 조화를 추구하되 부화뇌동하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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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훈 논설위원


구동존이(求同存異)는 공통점을 추구하면서도 차이점은 그대로 둔다는 뜻이다. 1955년 저우언라이 당시 총리가 반둥회의에서 처음 언급한 이후 중국 외교의 근간이 됐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기회 있을 때마다 이 단어를 꺼내 화해 제스처를 취해왔다. 미국 고고도미사일(사드)의 한반도 배치로 양국 관계가 최악인 2016년 9월 박근혜 대통령을 만났을 때도 그랬다. 그러나 당시의 구동존이는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중국 뜻에 따르기를 바라는 압박으로 읽혔다. 이에 박 대통령은 ‘구동화이(求同化異·공통점은 추구하고 다른 점은 변화시킨다)’를 지향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견을 좁혀가면서 관계를 발전시키자는 의미였다.

이처럼 서로 으르렁대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해야 하는 한국 외교의 현실을 보여주는 장면은 윤석열정부에서도 이어진다. 2022년 9월 박진 외교부 장관은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의 회담에서 향후 양국이 화이부동(和而不同)을 추구해야 한다는 뜻을 전했다. 화이부동은 논어 자로편 23장에 나오는 말로 군자는 조화를 추구하되 부화뇌동하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다. 중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겠지만 나름의 국익과 원칙을 지키기 위해서는 무조건 중국 의견에 동의만 할 수는 없다는 취지로 읽혔다. 한·중 관계보다는 한·미·일 동맹강화 쪽으로 외교의 무게추가 기울어진 상황임을 보여준 장면이다. 논어 그다음 대구로 ‘소인 동이불화(小人 同而不和)’, 즉 소인은 부화뇌동하지만 화합하지 않는다는 말이 이어지는 걸 보면 그 뜻이 명백해진다.

시 주석이 지난 16일 페루 리마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만나 구동존이의 뜻을 전했다고 한다. 곧 떠나갈 바이든보다는 재집권에 성공한 도널드 트럼프를 향한 말일 게다. 2년 전 박진 장관을 통해 중국에 전달한 윤석열정부의 화이부동 원칙이 트럼프 2.0시대엔 얼마나 효과적으로 운용될 수 있을지 궁금하다. 구동존이와 화이부동, 두 개념을 균형 있게 조율하는 건 어떨까.

이동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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