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아이] ‘네오콘 리스트’라는 제목의 살생부

강태화 2024. 11. 19.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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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화 워싱턴 특파원

미국의 소셜미디어(SNS)에 ‘네오콘(Neocon·신보수주의) 리스트’가 퍼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에 참여해선 안 될 사람을 적은 일종의 살생부다.

살생부의 맨 위엔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과 니키 헤일리 전 주유엔 대사의 이름이 적혀 있다. 그리고 트럼프는 지난 9일 두 사람을 인선에서 배제한다고 직접 발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16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열린 UFC 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네오콘을 배제해야 한다는 주장을 단순화하면 ‘세계의 경찰’ 역할을 중단하라는 것이다.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등 동맹의 안보에 들어가는 비용을 미국이 부담할 수 없고, 러시아·중동 등 진행 중인 전쟁을 비롯해 중국 등 잠재적 전쟁 발생 상황도 ‘협상’으로 막으라고 요구한다. 특히 대(對)중국 매파를 경계한다. 이들은 “미국이 대만을 위해 전쟁을 치른다면 이미 미국보다 강한 중국의 EMP 공격 등으로 수천만 명의 미국인이 죽게 될 것”이란 등의 음모론을 내세워 대중의 두려움을 자극한다. 중국이 무서우니 미리 협상으로 전쟁을 막으라는 요구다.

이러한 주장을 근거로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지명자와 마이크 왈츠 국가안보보좌관 지명자도 살생부에 올라 있다. 이들은 ‘힘을 통한 평화’를 내세우는 대표적인 대중 강경파다.

지난 11일 강경파들은 이들의 지명 소식에 집단적으로 반발했다. 결국 트럼프는 당일 발표를 하지 못했고, 다음날인 12일 폭스뉴스의 진행자 피트 헤그세스를 국방장관으로 먼저 지명했다. 루비오의 지명은 여론의 관심이 헤그세스로 집중된 이후인 13일로 미뤄졌다.

주류 언론은 헤그세스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러나 헤그세스는 강경파들 사이에선 이미 “트럼프에게 미국을 무너뜨릴 수 있는 중국과 대만 때문에 전쟁을 하지 말라고 조언할 사람”이라며 국방장관 후보로 떠오른 상태였다. 헤그세스의 지명은 전문성 부족은 물론 성추행 의혹 등 논란으로 이어졌지만, 강경파들의 ‘반란’을 잠재우는 데는 어느 정도 성공을 거뒀다.

강경파들에 휘둘리는 트럼프는 북한의 김정은과 협상을 재개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강경파의 논리대로 이미 핵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되는 북한이 무서워서 전쟁을 피하기 위한 대화 테이블이 시작된다면 제대로 된 협상이 진행될 리 없다.

트럼프는 선거 기간 내내 강경파들을 향해 “김정은과 잘 지냈다”는 말을 여러 차례 반복했지만, 김정은과 어떤 협상을 하겠다고 명확하게 말한 적이 없다. 또 ‘트럼프당’을 표방하며 지난 7월 공개된 공화당의 새 정강에도 ‘북한의 비핵화’라는 대북 정책의 목표가 삭제된 상태다.

강태화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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