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1988년 법으로 지금 담배 문제 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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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연율에 관한 정부 발표를 전적으로 신뢰한다고 가정할 때 19세 이상 성인 중 흡연자는 10명 중 약 2명이다.
흡연자 입장에서는 금연 정책이나 담배 제품에 대한 정부의 여러 조치가 중요한 문제지만, 80%에 달하는 비흡연자에게는 그다지 관심을 끌지 못한다.
더구나 신종 담배의 확산은 기존 흡연자에게 금연보다는 다른 형태의 담배로 갈아타는 기회를 제공했다.
국회와 정부는 더 이상 담배 문제에 대한 대응을 미루지 말고 적극적인 변화를 이끌어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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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연율에 관한 정부 발표를 전적으로 신뢰한다고 가정할 때 19세 이상 성인 중 흡연자는 10명 중 약 2명이다. 흡연자 입장에서는 금연 정책이나 담배 제품에 대한 정부의 여러 조치가 중요한 문제지만, 80%에 달하는 비흡연자에게는 그다지 관심을 끌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담배의 정의 개정 필요성, 전자담배 및 합성니코틴 사용 문제 등은 계속해서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다. 사실 흡연 경험이 없는 대다수 사람에겐 이 용어들조차 생소할 수 있다. 하지만 흡연이 건강에 미치는 해로운 영향,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 미치는 해악에 대해 반대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흡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면서 담배업계의 대응도 변화를 거듭했다. 궐련만이 유일하게 판매되던 시절에서 2008년 액상형 전자담배, 2017년 궐련형 전자담배가 등장하면서 2024년 현재 국내 담배시장은 궐련이 70%, 궐련형 전자담배가 20%, 액상형 전자담배가 10%를 차지하는 구조로 변화했다. 더구나 신종 담배의 확산은 기존 흡연자에게 금연보다는 다른 형태의 담배로 갈아타는 기회를 제공했다. 결과적으로 2022년 기준 현재 흡연자 중 금연 의향을 가진 비율은 약 40%에 그쳤다. 이는 약 60%였던 10여년 전과 비교해 매우 큰 감소폭이다. 특히 액상형 전자담배는 특성상 청소년들에게도 쉽게 흡연을 시작하게 하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처럼 기존 흡연자들이 금연 의지를 상실하고 청소년 사이에 새로운 흡연자가 생기는 현상은 정부의 금연 정책과 사업에 대한 혁신적인 접근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그렇지만 국회는 흡연자들이 금연 정책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입법을 미루고 있다. 정부 역시 국민 대다수가 비흡연자라는 이유로 금연 정책을 우선순위에 두지 않는 실정이다. 결국 아무도 담배 문제 해결에 관심을 두지 않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국가 금연지원 서비스는 이용자가 급격히 줄었고 2015년 담뱃세 인상 이후 금연 관련 예산은 약 3분의 1로 쪼그라들었다. 청소년 흡연 예방을 위한 예산은 절반으로 축소됐고 합성니코틴을 포함한 전자담배는 기존의 담배 정의에서 제외돼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그 결과 전자담배는 담배 소매점 외의 다양한 곳에서 판매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성인 인증 기능이 불완전한 전자담배 자판기까지 등장했다. 담배에 부과되는 세금도 합성니코틴 전자담배에는 적용되지 않아 가격 규제조차 작동하지 않는다. 이처럼 청소년을 새로운 흡연자로, 더 나아가 니코틴 중독으로 몰아가는 제품들이 법의 사각지대에서 방치되고 있다.
국내 담배의 정의는 1988년 제정된 담배사업법에 규정돼 있다. 당시에는 궐련만이 유일한 담배 제품이었다. 하지만 2024년 현재 담배시장은 과거와는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전자담배와 같은 신종 담배의 확산은 기존 법과 규제가 따라가기 힘든 상황을 만들었다. 국회와 정부가 1988년에 만들어진 규제의 틀로 2024년, 더 나아가 미래의 담배시장을 관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면 이는 큰 착각이다.
담배 정의 개정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급한 문제다. 22대 국회에는 관련 법안이 9건 제출돼 있다. 전문가들과 협업을 통해 가장 합리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개정안을 만들어야 한다. 또한 신종 담배의 시장 진입을 규제할 수 있는 장치와 투명하고 근거에 기반한 담배 제세 부담금 제도의 개발이 필요하다.
금연 정책을 통한 의료비 절감과 조기 사망률 감소 등은 가장 효과적인 국가적 투자임을 기억해야 한다. 국회와 정부는 더 이상 담배 문제에 대한 대응을 미루지 말고 적극적인 변화를 이끌어내야 할 때다.
이성규 한국담배규제연구교육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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