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세상 읽기] 실리콘밸리식 정부 개혁
미국의 대통령 당선인 도널드 트럼프는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의 제안을 받아들여 ‘정부효율부’를 설치하기로 했다. 미국 정부에 뿌리내린 관료주의를 없애겠다며 머스크와 기업인 출신의 공화당 정치인 비벡 라마스와미에게 이 부서를 이끌게 했다. 이들은 연방 공무원의 75%를 해고해도 정부는 큰 문제 없이 돌아갈 거라며 인력을 대대적으로 감축하는 방법을 생각 중이다.
라마스와미는 한국의 주민번호와 비슷한 사회보장번호(SSN)의 끝자리가 홀수로 끝나는 공무원을 일괄 해고하면 절반을 없앨 수 있고, 남은 사람 중에서 첫 자리가 짝수인 사람을 없애면 또 절반을 해고할 수 있기 때문에 아무런 편견 없이 75%를 줄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그냥 아이디어에 불과하다고 했지만, 트럼프 정권이 미국의 연방정부를 얼마나 감축하려는지 짐작할 수 있다.
실제로 머스크는 트위터를 인수한 후 6개월 만에 직원의 75%를 해고했지만, 서비스가 기술적으로 큰 문제 없이 작동했다는 것이 과감한 개혁의 근거다. 하지만 X로 변신한 트위터는 사용자가 떠나고 수익이 감소한 경영의 실패 사례가 되었다. 기업과 달리, 미국 정부 예산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아 대량 해고를 해도 예산 절감 효과가 크지 않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기업과는 완전히 다른 목표를 가진 정부 조직이 실리콘밸리식 효율 추구로 제대로 작동할 수 있을까?
미국은 세계에서 개인당 의료비를 가장 많이 지출하면서도 기대수명은 다른 선진국에 미치지 못하는 극도의 비효율을 보여준다. 1990년대 미국은 효율 경영이라는 이름으로 북미자유무역협정을 체결했고, 그 결과 많은 미국 노동자들이 직장을 잃었다. 그로 인해 생겨난 러스트벨트의 유권자들이 트럼프를 지지했는데, 그렇게 집권하는 트럼프는 또 하나의 대량 실업을 준비 중이다.
박상현 오터레터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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