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위기에 "비명 죽이겠다"…대안세력 부상 틀어막을 수 있을까 [정국 기상대]

김찬주 2024. 11. 19.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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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공직선거법 위반 1심 징역형에
'신 3김' 등 대안세력 활동 폭 확대
비명 잠룡 관망하지만 친명 일각서
"활동 재개시 죽일 것" 협박 촌극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시계를 보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에서 피선거권 박탈형에 해당하는 중형을 선고 받으면서 정치적 위기에 직면하자, 이 대표 대안 세력으로 꼽히는 비명(비이재명)계 원외 잠룡들에게 활동의 폭을 넓힐 공간이 생겼다는 관측이다.

이들은 이 대표 거취에 대해 섣불리 예단하지 않으면서 관망세를 취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친명(친이재명)계 일각에서는 위기에 처한 이 대표를 신격화 하는 것도 모자라 비명계를 향해 "움직이면 죽이겠다"고 하는 판국이다. 오히려 이 대표의 대권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방증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는 모양새다.

18일 야권에 따르면 이 대표가 지난 15일 공직선거법 위반 1심 재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뒤, 이 대표로 굳건했던 민주당의 대권 구도가 요동칠 조짐이 보이고 있다.

최근 민주당은 김민석 수석최고위원이 이끄는 '집권플랜본부'를 통해 이 대표로의 정권교체를 염두에 둔 각종 정책을 구상해왔다. 그러나 재판부가 예상 밖의 중형을 선고하면서 그야말로 비상사태에 직면했다. 뿐만 아니라 '이재명 일극체제'에서 그간 숨을 죽이던 비명계 잠룡들이 재등판할 환경까지 조성됐다.

우선 민주당 진영의 차기 잠룡으로 꼽히는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종합반도체 강국 도약을 위한 정책협약식'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의 플랜B'에 대한 질문에 "지금 그런 얘기를 논의하거나 검토할 때가 아니다"라고 일단 손사래를 쳤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18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종합 반도체 강국 도약을 위한 정책협약식에서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이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한 1심 선고를 받은 지 사흘, 오는 25일 위증교사 사건 1심 재판을 일주일 앞둔 시점에서 일단 자신을 향한 대안론을 언급하는 것이 섣부르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야권 관계자는 '김 지사가 언급한 때가 언제 찾아오겠느냐'고 묻자 "그것은 정치적 해석의 영역"이라고 답했다.

지난 8·18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이 대표의 '일극체제'에 건강한 비판을 가하며 레드팀 역할을 자처한 김두관 전 의원도 대외 정치활동을 재개하며 대선 출마 의지를 피력했다. 김 전 의원은 이날 언론 공지를 통해 기존 '신(新) 3김'(김동연·김부겸·김경수)에서 자신의 이름을 더한 '4김'이라고 표현해 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도 내달 1일 비명계 전직 의원 모임인 '초일회'의 월례모임에서 특강을 진행할 예정이다. 초일회는 22대 총선에서 이 대표로부터 사실상 '컷오프'(공천배제) 된 박광온·박용진·송갑석·강병원·양기대·윤영찬·김철민·신동근 등 전직 의원들로 구성됐다.

이처럼 현실화 된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에 비명계의 운신의 폭이 넓어진 데 나아가 세력화 가능성이 높아지자 친명계가 예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김 수석최고위원은 라디오에서 "총선에서 당원과 국민에게 일정한 판단을 받은 분들"이라며 "이러저러한 변수에 영향을 받을 정도로 당의 지도력이 흔들릴 여지가 없다"고 대안 세력을 폄훼했다.

특히 강성 친명 일각에서는 비명계를 향해 아예 "죽이겠다"고 말해 논란이 됐다. 최민희 의원은 이 대표 1심 선고 이튿날인 지난 16일 3차 장외집회가 끝난 뒤 유튜버들과 만나 "일부 언론이 민주당에 숨죽이던 비명계가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보도하던데 그들이) 움직이면 내가 당원들과 함께 죽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민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달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최 의원의 '극언'에 민주당 출신의 전직 의원들도 혀를 내둘렀다. 비명계 출신의 조응천 개혁신당 총괄특보단장은 라디오에서 "아무리 그래도 같은 당에 있는 동료한테 '내가 죽인다'가 뭐냐. 이건 뭐 홍위병 대장이냐"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최 의원의 사견일 뿐, 당과는 무관하다고 거리를 뒀다. 황정아 민주당 대변인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최 의원의 발언은) 당 차원의 입장은 아니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당 일각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계엄령' 같은 추측에 기반한 강성 발언이 나올 때마다 개인 의견이라며 선을 그어왔다.

급기야 당대표 비서실장은 이 대표를 신격화·우상화 하기에 이르렀다. 이해식 의원은 페이스북에 이 대표 사진을 올리고 로마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을 인용한 뒤 "더 훌륭한 인간이 되고자 노력을 기울이는 이런 사람이야말로 신의 사제요, 신의 종"이라고 적었다.

이후 '이 대표를 신격화했다'는 지적이 나오자 이 의원은 재차 페이스북에 "나는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 글귀를 인용했을 뿐"이라며 "요상한 글을 쓴 기자들에게도 권한다. '내면에 있는 신성에 귀 기울임으로써 쾌락에 의해 더렵혀지지' 않기를 바란다"고 해명했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를 신격화 하기에 이른 민주당을 향해 "참담한 수준"이라며 혀를 찼다. 정혜림 부대변인은 논평에서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실형을 선고받은 이 대표가 현실을 부정하며 사법부를 겁박하는 발언을 하는 장면을 마치 고귀한 투쟁을 벌이는 것처럼 미화했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를 '신의 사제'이자 '신의 종'에 비유하면서, 이 대표를 신의 대리인으로 끌어올리는 '성인 만들기' 경지에 이르렀다"며 "민주당의 충성 경쟁은 뻔뻔함을 넘어 참담할 지경"이라고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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