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세 2.6억짜리 방치 판매장 옆에 또 시설물? 왜 이러는 걸까요

무주신문 이진경 2024. 11. 18.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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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검] 전북 무주 농산물 공동수집장, 주민들 어딨는지도 몰라... "무작정 추진 행정 행태, 애물단지 늘어나"

영세·고령 농업인들의 생산농산물 판매 및 소득 창출을 위해 만들어진 '농산물 공동수집장'. 다른 말로는 '순회수집장'이라고도 불린다. 황인홍 전북 무주군수의 공약사업이기도 한 순회수거 사업이 2019년 마을별로 수집장 설치 공사를 대대적으로 시행했다. 그리고 2020년 6월 본격 운영에 들어간 지 4년이 훌쩍 지났다.

순회수거 사업은 제대로 시행되고 있을까. 공동수집장 운영은 어떻게 되고 있을까. 10월 30일과 11월 4일 이틀에 걸쳐 마을에 설치된 공동수집장을 돌아봤다. 현장 점검과 무주군의 대책 방안 등을 연속으로 보도한다. <기자말>

[무주신문 이진경]

 전북 무주 'ㅇ마을', 지어진 지 5년여가 됐음에도 여전히 문을 열지 못한 채 방치되고 있는 농산물 판매장(오른쪽) 옆에 또 공동수집장이 버젓이 지어져 있다.
ⓒ 무주신문
(* [점검] 14억짜리 농민 시설물들의 놀라운 현재 모습 https://omn.kr/2axcv 에서 이어집니다. )

전북 무주군 부남면의 농산물 공동수집장 현장 점검에 이어 곧바로 안성면으로 이동했다. 2023년 기준, 안성면에는 총 21개소의 공동수집장이 설치돼 있다. 6개 읍·면 중 가장 많은 설치된 곳이다.

'ㅈ마을 수집장'도 청소용품 보관함 그 자체였다. 이곳은 지난해 2월과 6월 두 차례 점검이 이뤄졌는데, 현장 점검자는 '비치물품 정리'가 필요하다면서 다른 청소 상태나 물건 적재 여부 항목에 대해선 '양호하다'고 써 놨다.

그런가 하면 마을잔치나 행사 때 쓰이는 대형 솥단지와 밥상, LPG 가스통 등은 기본이고, 대형 바베큐통과 아이스박스, 난로 등 마을공동시설물로 채워진 수집장도 있었다. 이들 수집장의 점검표에도 예외 없이 '양호'한 것으로 나와 있었다.

'ㅅ마을 수집장'. 대체로 마을회관이나 경로당 옆에 지어진 수집장과 달리 이곳은 마을에서도 100m 정도 뚝 떨어져 있다. 거동 자체가 불편한 고령농들이, 더욱이 본인들이 생산한 무거운 농산물 더미를 갖고 접근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듯 보였다.

마을 어귀에서 만난 박아무개(75)씨, 수집장 위치를 묻자 "지금은 (농산물) 갖다 놓는 사람이 없다"면서 "처음에야 갖다 놨는데 지금은 누가 농사를 짓냐. 젊은 사람들이 농사를 짓기를 하냐. 우리들도 나이 들어서 이젠 농사 못 짓는다"고 말했다.

"늙어서 농사도 못 짓는데 자꾸 뭘 갖다 놓으라는 건지…"
고령에 따른 농업 포기 대비한 수집장 활용 방안도 모색해야
 전북 무주의 한 공동수집장 내부. 각종 도구들이 무질서하게 놓여 있다.
ⓒ 무주신문
'ㅁ마을'에서 만난 한 노부부도 수집장 위치를 묻자 "우리 마을엔 그런 거 없다"고 답했다. 이들 노부부의 집에서 마을 길을 따라 수집장까지는 120m가량, 마을회관에서 250m 정도 뚝 떨어져 외진 곳에 있었다. 주민들을 대상으로 제대로 된 안내 홍보가 있었는지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지난 11월 4일 돌아본 무주읍과 설천, 무풍면에 있는 수집장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이들 3개 읍면에는 총 27개소의 공동수집장이 있고, 이중 16곳을 돌아봤다. 물론 청소용품이나 공사·농자재 용품을 비롯해 생활 집기들로 채워진, 목적 외로 사용되고 있는 수집장이 대부분이었다.

더욱이 무주읍의 'ㅇ마을'의 경우엔 지어진 지 5년여가 됐음에도 여전히 문을 열지 못한 채 방치되고 있는 농산물 판매장 옆에 또 공동수집장이 버젓이 지어져 주민들의 눈총을 받고 있다. <무주신문>에서도 2021년 보도한 바 있는 이 농산물 판매장(구판장)은 2018년 발전소 주변지역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국비 2억6000여만 원이 투입돼 2019년 12월 완공됐다.

그러나 구판장은 5년여가 되도록 아직까지 문을 열지 않은 채 방치되고 있다. 취재 당시 무주군은 문을 열지 못하는 이유로 '코로나'를 들었는데, 팬데믹 종료 이후에도 왜 아직까지 문을 열지 못하고 있는지, 그러면서도 이를 활용하지 않고 그 옆에 1400만 원의 예산을 들여 또 농산물 수집장을 지었는지에 선뜻 이해되지 않는다.

일각에서는 방치되고 있는 애물단지 옆에 또 애물단지가 만들어진 것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이 있다.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 이아무개(47)씨는 "도대체 뭔 돈지랄인지, 농산물판매장도 제대로 문 한번 열지 못한 채 저렇게 방치되고 있는데 또 돈을 들여 그 옆에 수집장이라는 명분으로 창고를 만들어 놨는지 이해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국비 지원사업이든, 군비든 다 국민 혈세 아니냐. 사업성 검토도, 현장 점검도 없이 무작정 사업만 추진하고 보자 식의 근시안적 행정 행태 때문에 마을에 방치되는 건물, 애물단지만 자꾸 늘어가고 있다."

인건비, 차량운영비 등 순회수집 운영비로 매년 1억 소요
 전북 무주의 한 공동수집장 내부. 빗자루, 간이의자 등이 놓여 있다.
ⓒ 무주신문
 가마솥, 쓰레받이 등이 놓인 공동수집장 내부 모습.
ⓒ 무주신문
무주군은 2019년 농산물 공동수집장 조성 사업을 추진하면서, 마을별로 수요 조사를 벌였었다. 군 예산을 들여 수집장을 지어 준다 하니 마을의 농산물 공급 상황이나 면밀한 검토 없이 너도나도 경쟁적으로 희망한 이유도 있다.

2019년 나온 '농산물 공동수집장 설치 장소 선정 확대를 위한 전수조사 결과보고서'를 보면, 당시 사업 담당 부서인 농축산유통과는 그해 4월 3일부터 20여 일간 자연부락을 포함한 읍·면별 마을회관 200개소를 대상으로 공동수집장 설치 필요성을 홍보하고 적정 장소 선정을 위한 현지 출장을 나갔다.

1차 선정 결과 64개 마을에 공동수집장을 설치하는 것으로 결정됐고, 마을마다 공동수집장이 들어설 토지의 소유주가 각각 달라 단체나 마을회 등으로부터 5월 한 달 간 토지무상사용 승낙서를 받았다. 이후 2019년 6~7월 착공에 들어가 8~9월 수집장 설치 공사를 완료했다.

결과적으로 농산물 공동수집장 조성에만 14억 원에 달하는 예산이 투입됐고 원활한 순회수집을 위해 무주반딧불조합공동사업법인(아래 조공)에 민간위탁을 줘, 인건비(7~8명)와 차량임차비 및 유지비, 출하교육비 등을 포함한 사업비(무주군 농산물 가격안정기금 60% - 농협중앙회 20% - 지역농협 20%)로 무주군은 매년 1억 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해 오고 있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간 각각 1억830만 원이 투입됐고, 지난해엔 1억5400만 원(기금 70% - 농협중앙회 10% - 지역농협 20%), 올해는 1억3040만원이 쓰였다.
 자물쇠로 걸어 잠겨진 한 공동수집장 출입문.
ⓒ 무주신문
물론, 극히 일부이기는 하나 꽤 활발하게 운영되는 곳도 있다. 적상면 마산(평촌)마을 수집장의 경우에는 최근까지 주민 김아무개씨가 자신이 생산한 땅콩을 갖다놨다. 또 설천면 기곡마을이나 장평마을, 내도리 전도마을처럼 공동집하장 겸 순회수집장으로 쓰이는 곳은 포도·복숭아 등 수확기에 이용률이 높다.

이와 별개로, 무풍면 철목리 샹그릴라 레스토랑 옆에 위치한 수집장 겸 농산물 판매장도 활발히 운영되는 모범 수집장 중 하나다. 평일은 물론이거니와 주말에는 오가는 관광객이 많은 덕분에, 주민들은 본인들이 농사지은 버섯이며 고사리·나물·사과즙 등을 갖고 와 팔고 있다. 표고·송화버섯 농사를 짓고 있는 우화순(77)씨는 "농산물이 신선하고 제품이 좋으니 직접 본 관광객들이 많이 사간다"면서 "많이 팔 때는 건표고, 버섯가루 등 하루에 20만 원이 넘는 판매 수익을 올린 적도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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