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표 '법원장 후보 추천제' 사실상 폐지…"새 절차 마련"

최서인 2024. 11. 18.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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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뉴스1

대법원이 2019년 김명수 대법원장 시절 도입된 법원장 후보 추천제 폐지를 사실상 폐지한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18일 법원 내부망에 ‘법원장 보임 절차에 관하여 드리는 말씀’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법원장 후보 추천제는 법원장 보임에 법관의 의사를 반영하는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대내외적으로 여러 문제와 부작용이 지적됐다”며 새로운 법원장 보임 절차에 대해 설명했다.

새로운 법원장 보임 절차는 전국 법원 공무원과 법관으로부터 법원장으로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인물을 추천받는 방식으로 시작된다. 이후 법관인사위원회외가 심사에 동의한 인물들의 자질 등을 검토해 후보를 한 번 추려낸 뒤, 대법원장이 각급 법원에 적임자를 임명하게 된다.

이는 ‘추천’이라는 형식은 살렸지만 2019년 도입된 법원장 후보 추천제와는 여러 측면에서 다르다. 우선 각 법원별로 추천이 이뤄지는 게 아니라, 전국구로 누구든 법원장 후보를 천거할 수 있고 발령도 전국구로 이뤄진다. 일단 추천받으면 얼마나 많은 추천을 받았는지와 무관하게 차기 법원장 후보군에 들어간다. 판사뿐만 아니라 모든 법원 공무원이 후보를 추천할 수 있다는 점도 큰 변화다. 이 때문에 법원 내부에선 이날 발표를 두고 “기존의 법원장 후보 추천제는 사실상 폐지된 것”이란 평가가 나왔다.

특히 이번 법원장 보임에서는 고등법원 부장판사가 지방법원장이 될 수 있는 길을 일부 열어뒀다. ‘법관인사 이원화’에 따라 고등법원장은 고등법원 부장판사 중에서, 지방법원장은 지방법원 부장판사 중에서 뽑아 왔는데, 그 벽을 일시적으로 허물겠다는 것이다. 천 처장은 “명확한 사전 계획 없이 추진된 법관인사 이원화의 안정적인 진행과 정착을 도모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과도기적 조치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는 일시적 조치일 뿐, ‘법관인사 이원화’ 기조는 유지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천 처장은 “법관인사 이원화의 완전한 마무리와 새로운 고등법원장 보임제의 조속한 도입을 위한 합리적 대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점차 보임 규모를 축소해 최종적으로는 대법원장 임기 중에 과도기적 운영을 마무리하겠다”고 예고했다.


2019년 김명수 대법원장 도입…‘재판 지연에 기여’ 비판도


조희대 대법원장이 지난 10월 7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법원장 후보 추천제’는 2019년 김명수 전 대법원장이 사법 민주화의 일환으로 도입했다. 각 법원 판사가 추천과 투표를 통해 천거한 1명을 대법원장이 법원장으로 임명하는 방식이다. 지난해에는 14개 법원에서 시범 운영됐다.

다만 시행 후 한계도 여러 차례 지적됐다. 각급 법원 내에서만 추천이 이뤄지는 탓에 적임자를 선출하기 어렵고, 결국 인기투표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컸다. 또 법관 추대로 선출된 법원장이 소속 법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만큼, 이같은 상황이 재판지연의 한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 때문에 조희대 대법원장은 지난해 12월 취임 직후 추천제 없이 법원장 인사를 했다. 시간이 촉박하다는 등 이유였지만, 조 대법원장은 지난 2월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도 “법원 구성원이 법원장을 직접 추천하는 나라는 현재 보고된 바로는 어디에도 없다. 입법이 없으면 그대로 할 수 없는 제도”라며 폐지를 시사했다.

9월에는 대법원장 자문기구인 사법정책자문위에서 법원장 후보 추천제를 개선하자는 건의문을 채택했다. “충분한 적임자 추천의 한계, 추천 절차 진행 과정에서의 논란, 절차적 부담 등에 대한 여러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며 필요한 경우 심급과 무관하게 고법부장이 지방법원장을 맡을 수 있도록 허용하라고 제언했다.

법원행정처가 지난달 21일부터 전국 법관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84%(1150명)의 응답자가 법원장 추천제에 ‘개선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재경지법의 한 부장판사는 “과거 추천제는 인사 이동으로 떠나는 사람들이 법원장을 정하고 나간다는 점, 법원장 적임자가 한 법원에 몰릴 수도 있다는 점에서 문제 제기가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만 판사대표회의체인 전국법관대표회의는 “민주적이고 수평적인 사법행정 구현 및 이원화 제도 정착에 기여해 온 법원장 추천제를 철회할 만한 근거가 있는지 의문”이라는 입장을 냈다.

최서인 기자 choi.seo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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