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편 본 다음 1편으로... '글레디에이터' 재밌게 즐기는 법
[김형욱 기자]
▲ 영화 <글래디에이터 2>의 한 장면. |
ⓒ 롯데엔터테인먼트 |
와중에 아카시우스 장군은 아프리카 대륙의 나미디아를 정복한다. 두 황제의 명령에 의한 어쩔 수 없는 침공이었다. 그 전투에서 루시우스는 아내를 잃고 붙잡혀 노예로 전락한다. 로마로 온 그는 검투사 양성으로 돈을 버는 마크리누스의 눈에 띄어 검투사가 된다. 이길 때마다 약간의 돈을 얻어 자유를 되찾을 수 있다지만 그 끝에는 언제나 비참한 죽음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루시우스는 특유의 카리스마와 리더십과 전투 능력으로 누구도 범접하기 힘든 최고의 검투사로 우뚝 선다. 아우렐리우스 황제의 딸 루실라가 루시우스에게서 뭔가를 알아챈다. 한편 아카시우스와 루실라는 두 황제를 끌어내릴 계획을 세운다. 그런가 하면 마크리누스는 돈을 매개체로 야심에 한 걸음씩 다가간다. 과연 루시우스는 자유를 되찾을 수 있을까?
반복되는 역사 속 최악의 시대를 건너는 법
새천년을 화려하게 열어젖힌 영화들 중 한 편으로 길이남을 명작 <글래디에이터>는 평생을 영화에 바친 리들리 스콧 감독의 최고작이기도 하다.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는 그는 이 작품 전에 <에일리언> <블레이드 러너> <델마와 루이스> 등을 만들었고 이후에는 <블랙 호크 다운> <킹덤 오브 헤븐> <마션> '에일리언 시리즈' 등을 만들었다. 이밖에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작품등이 많다.
몇 년 전부터 <글래디에이터 2>에 대한 소문이 무성했는데 24년 만에 드디어 돌아왔다. 시대적 배경도 20여 년이 흘렀다. 스토리도 전작의 위대한 유산을 이어받듯 비슷하다. 전작과의 차별화에 중점을 둔 게 아니라 전작과의 유사성을 바탕으로 약간의 디테일만 살린 정도다. '형 만한 아우 없다'라는 명제를 스스로 인지하고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고 할까.
1편을 보고 2편을 보면 역효과가 날 수 있으니 차라리 2편을 먼저 보고 1편을 보는 게 여러모로 좋을 것이다. 1편을 안 봤다거나 잘 기억이 안 난다면 2편 자체로 충분히 즐기고도 남는다. 웅장한 스케일과 정교한 디테일이 조화를 이루는 가운데 배우들의 열연, 특히 덴젤 워싱턴이 눈에 띄는 재미를 제공한다. 모르긴 몰라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길 수 있을 테다.
카라칼라와 게타 쌍둥이 형제 치세는 로마 역사상 최악의 시대로 손꼽힌다. 그러니 누군가는 그들을 끌어내리려 하고 누군가는 그들을 이용하려 할 것이다. 전자가 로마를 위한다는 명목이라면 후자는 개인적 욕망을 채우기 위함이다. 명군이 가면 암군이 오고 암군이 가면 명군이 오는 역사의 반복은 영원히 계속되는 것인가. 부디 만인의 명군이길 바라고 만인의 암군이 아니길 바란다.
▲ 영화 <글래디에이터 2> 포스터. |
ⓒ 롯데엔터테인먼트 |
하지만 영화는 그의 개인적 스토리에 매몰되지 않는다. 그의 위대하다고 말할 수 있는 여정은 영화를 이루는 다양한 서사 줄기 중 하나일 뿐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과거의 영광인 '로마의 꿈'을 실현시킬 수 있는 수단으로 작용한다. 루시우스 개인도 '자유'를 되찾아야 할 이유가 있으니 로마를 자유의 나라로 되살릴 명분과 맞닿아 있다.
반면 '로마의 꿈'을 과거의 허황이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을 테다. 아마도 지금 그는 타인의 자유를 옭아매고 있을 테고 루시우스와는 다르게 태생부터 자유롭지 않았을 것이다. 그에게 자유는, 로마에서의 자유는 존재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존재하지 않을 터였다. 개인적인 욕망과 만인을 위한 명분이 맞닿지 않았다. 아무래도 실패로 향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글래디에이터 2>는 전체적으로 손쉬운 선택을 했다. 전작의 위상을 뛰어넘으려고도 않았고 전작과 차별화를 두려 하지도 않았다. 전작의 위상을 존중하는 한편 여러모로 전작을 이용했다. 그럼에도 단일 작품으로 보면 넘치는 재미를 제공한다. 리들리 스콧은 잊지 않았다. 아니 잘 알고 있다. 자신이 지난 50여 년간 최고의 엔터테이너라는 걸 말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singenv.tistory.com과 contents.premium.naver.com/singenv/themovie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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