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령 “‘정숙한 세일즈’ 흥행, 여성 서사 드라마 가능성 보여줘 의미”

정진영 2024. 11. 18.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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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꽉 막힌 사람은 아닌데~ 그렇게 열린 사람도 아니야."

지난 14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성령은 "(드라마에서) 다뤄보지 않은 소재라서 과연 방송이 잘 될까 싶었다. 시청자들은 좋아할 것 같은데 어느 정도 수위로 나갈지 궁금하기도 했다"며 "기대한 시청률 10%에 살짝 못 미쳐서 아쉽지만, 체감하는 반응은 확실히 좋더라. 넷플릭스에서 1위를 한 것도, 사우나를 찾은 중년여성들이 '정숙한 세일즈'를 얘기하며 '성인용품 구경 가자'고 하는 걸 들었다는 지인의 말을 듣고 '역시 반응이 있구나' 생각했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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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정숙한 세일즈' 스틸컷. tvN 제공


“내가 꽉 막힌 사람은 아닌데~ 그렇게 열린 사람도 아니야.”

신여성으로 살고 싶었지만 사회적 시선, 남편의 요구에 따라 조신한 여자로 살아가던 금희는 자신의 집에서 성인용품 방문 판매를 해도 되겠냐 묻는 정숙(김소연)에게 이렇게 말하며 난처해한다. 1992년, 개방된 사회로 나아가는 초입에 있던 그 시절의 분위기를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그랬던 금희는 생계를 위해 성인용품 판매에 나선 정숙, 영복(김선영), 주리(이세희)와 교류하고, 함께 방문 판매를 하면서 삶의 이유와 즐거움을 찾아간다.

드라마 ‘정숙한 세일즈’는 성에 있어 꽉 막힌 시대였던 1990년대를 배경으로, 성인용품을 방문 판매하는 여성 4인방의 유쾌한 자아찾기 과정을 그렸다. 그 가운데 김성령이 연기한 오금희는 그 시대에 흔치 않게 대학까지 나온 엘리트 여성이지만, 결혼 뒤 현모양처로 지내다 점차 목소리를 내며 변화하는 인물이다.

배우 김성령. FN엔터테인먼트 제공


지난 14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성령은 “(드라마에서) 다뤄보지 않은 소재라서 과연 방송이 잘 될까 싶었다. 시청자들은 좋아할 것 같은데 어느 정도 수위로 나갈지 궁금하기도 했다”며 “기대한 시청률 10%에 살짝 못 미쳐서 아쉽지만, 체감하는 반응은 확실히 좋더라. 넷플릭스에서 1위를 한 것도, 사우나를 찾은 중년여성들이 ‘정숙한 세일즈’를 얘기하며 ‘성인용품 구경 가자’고 하는 걸 들었다는 지인의 말을 듣고 ‘역시 반응이 있구나’ 생각했다”고 웃었다.

‘정숙한 세일즈’는 여성의 성생활뿐 아니라 방송에서 금기시돼 직접 언급된 적 없던 성인용품 용어나 생식기를 칭하는 단어들도 과감하게 사용했다. 대표적인 게 6화에서 금희가 여성이 성관계 시 사용하는 젤을 설명하며 “질에 바르는 거예요”라고 말하는 장면이다. 하지만 많은 단어가 ‘삐’ 처리됐다. 김성령은 그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며 “제가 갱년기도 겪었기 때문에 그 장면에선 정말 잘 얘기해주고 싶었다. 내 입으로 얘기하니까 더 진정성 있게 느껴지겠구나 싶었다”면서도 “섹스란 말은 ‘삐’ 처리가 됐는데, 15세 관람가라 그렇다더라. 야하지 않은 단어인데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배우 김성령. FN엔터테인먼트 제공


김성령은 ‘정숙한 세일즈’란 작품이 전하는 메시지에 깊이 공감하는 듯했다. 결혼 전 친구를 만나기 위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갔던 김성령은 성인용품점이 화장품 가게처럼 자연스럽게 있는 걸 보고 신기해했던 경험을 들려줬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도 요즘은 성인용품점을 밝게 해놨다지만 길에서 보는 일이 흔치 않고, 여전히 지하 매장에서 팔리는 경우가 많지 않나”라며 “누구나 쉽게 가서 볼 수 있는 그런 분위기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숙한 세일즈’는 올해 최고 기대작으로 꼽혔던 ‘정년이’와 같은 요일, 비슷한 시간대에 방영되며 경쟁했다. 그럼에도 마지막화였던 지난 17일 시청률 8.6%를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김성령은 “여자들이 주축인 이런 유의 드라마, 영화가 잘돼야 앞으로도 비슷한 이야기를 제작하지 않겠나. 그래서 이런 작품이 꼭 잘 돼야 한다고 말했다”며 “‘정년이’를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었지만, 두 작품 다 시청률도 반응도 좋아서 기뻤다. 앞으로 여자의 서사를 다룰 수 있는 드라마의 제작 가능성을 높였다는 데에 큰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배우 김성령. FN엔터테인먼트 제공


“‘정숙한 세일즈’는 제게 선물 같은 작품으론 두 번째예요. 첫 번째는 ‘상속자들’이었고요. 그동안 수많은 작품을 찍었지만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작품이에요. 부족함을 원동력 삼아 ‘다음엔 더 잘하겠지’ 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네요. 여전히 연기엔 목마름이 있지만 물 흐르듯 살다 보면 ‘정숙한 세일즈’처럼 생각도 못 한 작품이 선물처럼 오는 것 같아요.”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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