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한파 맞이한 내야수 3인방

이준목 2024. 11. 18.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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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건창, 이학주, 하주석... 소속팀 못 찾아 선수생활 기로에

[이준목 기자]

한때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며 프로야구를 호령하던 내야수들에게 겨울 한파가 조금 일찍 찾아왔다. KBO리그 정규리그 MVP 출신 서건창,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주목하는 유망주였던 이학주, 한화 이글스의 주장까지 역임했던 하주석까지, 모두 올겨울 아직까지 소속팀을 찾지못하며 선수생활의 기로에 놓였다.

서건창은 방출생과 신고선수 출신의 인생역전이라는 신화를 쓴 주인공이다. 광주제일고를 졸업하고 2008년 LG 트윈스에 육성 선수로 입단한 서건창은 2012년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 히어로즈)로 이적하면서 전성기를 맞이했다. 커리어하이인 2014시즌에는 KBO리그 최초 한 시즌 200안타(201안타)를 돌파하고 시즌 MVP와 2루수 골든글러브까지 수상하는 기염을 토했다.

한때 리그 최고의 교타자로 꼽히던 서건창이었지만, 2021년부터 기량이 하락세를 드러났다. 그해 시즌 도중 트레이드를 통해 친정팀 LG 트윈스로 둥지를 옮겼으나, 여전히 살아날 조짐을 보이지 못하고 2023시즌을 끝으로 LG에서 방출됐다.

다행히 고향팀 KIA 타이거즈가 손을 내밀었고, 서건창은 2024즌 KIA에서 백업멤버로 총 94경기에 출전해 타율 .310(203타수 63안타) 1홈런 26타점으로 알토란같은 활약을 펼치며 어느 정도 재기에 성공했다. KIA 올시즌 7년 만에 통합 우승까지 차지하며 서건창은 커리어 말년에 생애 첫 우승 반지를 획득하는 경사를 누렸다.

하지만 기쁨은 짧았다. KIA와의 계약이 만료된 서건창은 올시즌 FA자격을 신청했지만 아직까지 계약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다. FA 등급이 C등급이라 보상선수를 내주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내년이면 36세가 되는 나이로 인한 에이징커브와, 이미 전성기에 비하여 확연히 떨어진 수비력이 약점으로 꼽힌다. 올해 서건창이 주포지션이던 2루수로 나선 경기는 34경기에 불과하며 나머지 경기에서는 모두 1루수로 출장했다.

KIA는 이미 주전 2루수이자 프랜차이즈 스타인 김선빈이 건제한 데다, 2루든 1루든 홍종표, 김규성, 변우혁, 황대인 등 기회를 받아야 할 20대 내야자원들이 넘쳐나는 상황이다. 대타와 백업요원으로 노련한 서건창의 활용도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무리해서까지 꼭 잡아야 할 정도의 자원도 아니다.

공교롭게도 서건창은 FA와는 유독 인연이 없는 선수이기도 하다. 커리어로 보면 FA 대박을 터뜨리고도 남았을 것 같지만, 하필이면 FA 자격 취득을 앞둔 상황에서 슬럼프에 접어들었고, 팀을 두 번이나 옮기며 FA 신청을 무려 3번이나 미루는 우여곡절을 겪어야 했다. 올시즌 어느 정도 개인성적에 자존심을 회복했음에도 현실적으로 선수생활을 이어갈 수 있는 팀을 찾는 것이 최선일 만큼, FA 타이밍에 운이 따르지 않고 있다.

하주석 역시 이번 FA시장에서 찬바람을 맞고 있는 선수 중 한 명이다. 신일고 시절 특급 유망주로 주목받으며 2021년 1라운드 1순위로 한화에 지명될만큼 기대를 모았던 하주석은, 상무 복무를 마치고 2016년부터 한화의 주전 유격수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하위권을 전전하던 한화는 하주석을 리빌딩의 핵심으로 중용하며 꾸준한 기회를 부여했고 2022년에는 팀의 주장까지 맡겼다.

하지만 하주석은 한화에서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한 '애증의 선수'로 전락했다. 주전급 유격수로서는 애매한 성적에, 주장임에도 불구하고 다혈질적인 성격과 감정기복으로 여러 차례 물의까지 일으켰다. 2022년 11월에는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되어 70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받는 대형사고를 치면서 커리어가 일찍 내리막길에 접어들었다. 2023년 복귀 후에도 실전 감각을 찾지 못했고 25경기 타율 .114(35타수 4안타). 2024시즌에도 64경기 출장 타율 0.292(137타수 40안타) 1홈런 11타점에 그치며 후반기 이후로는 주전경쟁에서 완전히 밀려났다.

한화는 이번 FA 시장에서 KT 출신 유격수 심우준(4년 총액 50억 원)을 영입하며 하주석에 대한 기대를 접었음을 분명히 드러냈다. 한화 내야진에는 지난 시즌 성장세를 보여준 황영묵, 이도윤 등의 젊은 선수들까지 있어서 하주석이 설 자리가 없다. 설상가상 하주석인 보상규정이 적용되는 FA 'B등급'으로 분류되면서 다른 팀들이 부담을 감수하며 섣불리 영입을 타진하기도 쉽지 않다. 현재로서는 사인앤 트레이드 가능성이 유일한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하주석의 악명높은 멘탈 문제와 음주운전 등으로 이미지가 좋지 않다는 것도 각 구단들에게는 부담이다.

이학주는 미국 마이너리그 시절 최고의 유망주로 꼽히던 천재 유격수였다. 충암고를 졸업하고 시카고 컵스와의 계약을 통해 마이너리그에 진출한 이학주는, 2011년 탬파베이 레이스로 트레이드되었고, 2014년에는 메이저리그 공식 사이트 엠엘비닷컴(MLB.com)이 선정한 유격수 부문 유망주 랭킹 11위에 오를 정도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불운의 십자인대 부상으로 이학주는 끝내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지 못하고 국내로 유턴했다. 2019 신인 드래프트 2차 1라운드 2순위로 삼성 유니폼을 입었다. 하지만 한국무대로 돌아와서도 유망주 시절만큼의 잠재력은 보여주지 못했다. 여기에 자기관리에 대한 의구심까지 더해지며 삼성에서 차츰 입지가 줄어들자 2022년 트레이드되어 롯데로 이적했다.

롯데에서도 이학주는 노진혁, 박승욱 등에게 밀려 백업에 그치며 자리를 잡지 못했다. 올시즌에는 43경기에 출장하여 타율 .263(95타수 25안타) 2홈런 4타점에 그쳤다. 롯데는 올시즌이 끝난 후 지난 5일 오선진, 이인복, 임준섭 등과 더불어 이학주에게 방출 통보를 전했다. 이미 34세로 나이도 적지않은 데다 워크에식 문제 등에서 많은 잡음을 일으킨 이학주에게 관심을 기울일 구단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프로의 세계는 냉정하다. 한때는 누구보다 빛나는 재능을 인정받았던 이들에게도 어제의 영광은 흘러간 과거일 뿐이다. 이제는 선수생활의 기로에 놓여있는 왕년의 천재 내야수 3인방에게 명예회복을 위한 마지막 기회가 돌아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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