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책' 꼽으라면 이것, 한 문장도 놓치기 싫었다
[김은미 기자]
▲ 책표지 헬로 뷰티풀 |
ⓒ 복복서가 |
출판사 책소개에 따르면, 소설가 김영하 작가는 이 책에 대해 "사랑하는 모든 이가 지상에서 사라졌을 때 다시 읽게 될 것 같은 소설"이라고 말했다. 오프라 윈프리는 "너무 빠져들어 빨리 읽고 싶은 동시에 책장을 넘기는 속도를 늦추고 싶었다. 정말 좋은 책을 읽을 때만 느끼는 감정이었다"라고 했다고 한다.
올해의 책으로 충분... 무조건 소장하고 싶어지는 책
엄청난 찬사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나 역시 이 책을 올해의 인생 책 1호로 삼는데 조금의 주저함도 없었다. 읽고나면 무조건 소장하고 싶어지는 책이다.
이 소설의 키워드를 다섯 단어로 요약하자면, 가족, 사랑, 변화, 용서, 성장이다. 다시 말해서, 가족을 둘러싼 30년 간의 사랑과 슬픔, 관용과 화해를 그린 소설이다. 현대판 <작은 아씨들>같다는 생각을 했다.
이 소설 속에는 네 자매와 한 남자가 등장한다. 네 자매 모두에게 서로 다른 애정을 느끼면서 읽었다. 네 자매는 닮은 듯 닮지 않은, 한 사람의 각기 다른 버전인 것처럼 느껴졌다. 줄리아, 실비, 에멀라인, 세실리아 그리고 윌리엄.
이 중에 둘째인 실비는 위대한 사랑을 꿈꾸는 도서관 사서로 등장한다. 등장인물 중 한 명이 나와 같은 일을 하는 사서라는 직업을 가져서인지 더 마음이 갔다.
읽는 내내 소설 속 등장인물들에 공감하고 연민하고 이해하는 것과 더불어 작가 앤 타폴리타노의 문장에 계속 감탄 또 감탄했다.
작가의 문장은 굉장히 유려하고, 예리한 통찰력을 가지고 있으면서 매우 아름답다. 독자들은 작가가 표현하는 은유에 완전히 매료당한다. 어떤 강력한 힘에 의해 끌려가듯 문장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소설의 흐름을 이끌고 가는 가장 큰 주제는 '사랑'이다. 그러나 독자들은 소설 속에 등장하는 몇 가지 사랑이 사회 통념에서 조금 벗어난 사랑이라고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나도 그랬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사랑이 너무나 이해가 되어서 반박할 수도, 거부할 수도, 비난할 수도 없었다.
세상에는 다양한 형태의 사랑이 있고, 조금 낯선 사랑이라고 해서 사랑이 아닌 것은 아니니까 말이다. 그들 자체가 각각의 사랑인 것이다.
소설 <헬로 뷰티풀>은 단 한 페이지도, 단 한 문장도 놓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내게는 완벽한 소설이었다. 정말 오랜만에 문학으로 향유할 수 있는 충만한 감정을 이 책을 읽으며 느꼈다.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무조건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은 책이다.
'그의 내면이, 그의 자아가 연필 끝처럼 좁아진 기분이었다. 모든 색과 선이 사라졌다.' (71쪽)
'그의 삶을 종이처럼 자를 수 있는 빛나는 단검 같았다.' (148쪽)
'윌리엄은 생각했다. 그의 마음속 깊이 죽었다라는 단어가 닻처럼 묵직하게 떨어졌다.' (191쪽)
'연필 끝처럼 좁아진 기분, 빛나는 단검, 닻처럼 묵직하게 떨어지다' 이런 표현들이 마음속에 들어와서 잔잔한 파문을 일으켰다.
'난 몰랐어요. 상실이 전부가 될 줄은, 모든 순간의 일부가 될 줄은 말이에요.
누군가를 잃는 것이 너무나 많은 것을 같이 잃는다는 뜻인 줄은 몰랐어요.'(145쪽)
위 문장은 아버지의 죽음 이후에 상실감으로 아파하던 실비가 한 말이다.
한 사람의 부재가 온 우주를 잃어버리는 상실감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다. 그 사람과 연결된 모든 것을 잃게 되기도 하니까 말이다. '상실이 전부' '모든 순간의 일부', 살면서 겪었던 여러 가지 상실들을 떠올리다 보니 이런 감각이 무엇일지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헬로 뷰티풀>은 슬픔도 사랑, 미움도 사랑, 이해도 사랑, 연민도 사랑, 용서도 사랑, 어쩔 수 없이 잘라내는 것도 사랑, 받아들이는 것도 사랑, 힘겹게 말을 건네는 것도 사랑, 모든 것이 사랑과 연결된다고 믿게 되는 소설이다.
책을 다 읽고 덮은 뒤에도, 여전히 네 자매가 눈앞에서 서성이는 듯한 느낌이 들게 만드는 기묘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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