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 자리 안전한가?" 인도네시아 적반하장...'신태용 OUT' 해시태그까지
(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적반하장의 태도다. 신태용 감독이 그간 쌓은 업적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당장 눈앞의 결과만 보면서 신 감독의 거취를 논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축구대표팀이 신태용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이후 눈에 띄게 발전했고, 월드컵 3차예선 진출이라는 성과로 이어졌음에도 불구하고 3차예선 5경기에서 한 번도 이기지 못하자 현지에서 신 감독의 거취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는 투의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인도네시아는 1938 프랑스 월드컵 이후 88년 만에 월드컵 본선 진출을 노리고 있지만, 본선으로 가는 길의 마지막 문턱인 3차예선 돌입 후 5경기 무승(3무2패)을 탈출하지 못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신태용 감독이 지휘하는 인도네시아 축구대표팀은 지난 15일(한국시간) 인도네시아의 수도 자카르타에 위치한 겔로라 붕 카르노 스타디움에서 열린 일본과의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예선 C조 5차전 홈 경기에서 0-4로 대패했다.
이날 인도네시아는 네덜란드 출신 귀화 선수들을 대거 선발 투입하면서 무승부 이상의 성적을 기대했다. 전반전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잘 버티는 것처럼 보였으나, 전반 35분 저스틴 후브너의 자책골이 나오면서 무너지기 시작했다.
이후 인도네시아는 전반 40분 AS모나코 소속 공격수 미나미노 다쿠미에게 추가골을 실점했고, 후반전 들어 스포르팅CP의 미드필더 모리타 히데마사와 교체투입된 사우샘프턴 수비수 스가와라 유키나리에게 연달아 실점을 허용하며 0-4로 참패했다.
선수들의 실력 차이는 어쩔 수 없었다. 인도네시아는 후브너 외에도 마르텐 파에스(골키퍼), 케빈 딕스(측면 수비수), 라파엘 스트라윅(공격수), 나탄 추아온(미드필더) 등 귀화 자원들을 모두 선발로 꺼냈지만 유럽파로만 베스트 일레븐을 구성한 일본의 벽을 넘지 못했다.
인도네시아가 C조 최강자인 일본에 패배하자 현지 매체들이 신태용 감독의 위기론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경기가 끝난 뒤 인도네시아 매체 '이닐라'는 "일본에 0-4로 패배한 신태용의 자리는 여전히 안전한가?"라는 제하의 기사를 냈다.
매체는 "인도네시아 대표팀의 신태용 감독은 일본에 0-4로 패배한 뒤 대화를 시작했다. 인도네시아축구협회(PSSI)의 에릭 토히르 회장은 신태용 감독의 상황은 계약이 끝날 때까지 안전하지만, 일본과의 경기 결과에 대해서는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며 토히르 회장의 발언을 전했다.
'이닐라'에 따르면 토히르 회장은 "신태용 감독만이 아니라 모든 코칭 스태프들이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패배라는 결과에 코칭 스태프들이 책임을 져야 하는 건 당연한 이야기다. 토히르 회장은 원론적인 답변을 한 셈인데, 오히려 신태용 감독의 자리가 안전한지 언급하는 보도를 보면 '이닐라'가 토히르 회장의 말을 자의적으로 해석한 게 아닌가라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
신태용 감독을 흔드는 루머는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또 다른 인도네시아 매체 '라다르 시타본도'에 따르면 일본전 대패 이후 인도네시아 팬들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사이에서는 "신태용 아웃"을 외치는 해시태그가 번지고 있다.
'라다르 시타본도'는 "'신태용 아웃' 해시태그가 인도네시아의 SNS를 가득 채웠다"며 "팬들은 인도네시아가 귀화 선수들을 통해 전력을 강화했음에도 불구하고 대표팀이 신태용 감독 아래에서 기대 이하의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좋지 않은 분위기 속에서도 신태용 감독은 묵묵하게 걷겠다는 생각이다. 현재 인도네시아는 승점 3점으로 C조 최하위에 위치해 있지만 신 감독이 설정한 현실적인 목표인 3~4위와의 승점 차이가 3점에 불과하다. 본선 직행이 힘들더라도 남은 5경기 결과에 따라 4차예선 진출까지는 노릴 수 있는 것이다.
신 감독은 일본전 이후 "0-4로 패배했다고 해서 포기할 단계는 아니"라며 "우리가 선제골을 넣었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었다. 우리가 첫 골을 넣지 못하는 실수를 했다"고 했다.
이어 "나는 처음부터 이 팀이 다음 라운드에 진출할 수 있도록 3위나 4위를 목표로 생각했다"며 "우리가 곧바로 2026년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는 건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본선 진출을) 장담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해보고 싶다. 인도네시아 대표팀이 3위 혹은 4위를 차지할 수 있도록 선수들과 단결하겠다"며 현실적인 목표를 설명했다.
신 감독은 또 "물론 나는 지금 압박감을 느끼고 있지만, 그건 내가 인도네시아의 감독이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C조 최하위로 처진 인도네시아의 상황에 대해 압박감을 느낀다고 말하면서도 이는 당연한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사진=연합뉴스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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