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화 의혹 '허화평 재단' 재산 1000억 넘나
[구영식 기자]
▲ 허화평 이사장의 미래한국재단이 시행한 판교역 SK HUB 오피스텔 조감도 |
ⓒ 오마이뉴스 |
<오마이뉴스>의 취재에 따르면, 허화평 이사장의 미래한국재단은 지난 2014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에서 3개 동 1000세대 이상의 오피스텔 개발사업을 시행해 분양했고, 같은 해 서울 송파구 가락동 소재 16층짜리 업무용 빌딩을 사들였다. 오피스텔 개발사업을 통해 얻은 이익으로 수백억 원대 건물을 매입한 것이다. 이에 따라 기존에 600억 원대 안팎으로 추정되던 재단의 재산은 1000억 원대가 훌쩍 넘을 것으로 보인다.
▲ 미래한국재단이 시행해서 분양한 판교역 SK HUB 오피스텔의 현재 모습 |
ⓒ 오마이뉴스 구영식 |
판교역 SK HUB 오피스텔은 판교업무지구 3BL에 위치해 있고, 지하 6층과 지상 8층 3개 동 1084세대(상가 제외) 규모의 대단지 오피스텔이다. 특히 주변에 NHN, SK케미칼, 네오위즈, 엔씨소프트, 넥슨, 삼성테크윈 등이 입주한 판교테크노밸리와 수도권 최대 규모 복합쇼핑몰을 내세운 알파돔시티가 있어 최고의 입지 조건을 가진 오피스텔 단지로 평가받았다.
대지면적은 1만 906㎡(약 3305평)이고, 오피스텔은 전용면적 22.68(약 7평)~84.79㎡(약 26평)으로 구성돼 있다. 개별적으로 보면 전용면적 22.68~28.51m² 200실, 30.93~32.28m² 491실, 34.72~48.34m² 341실, 84.23~84.79m² 52실 등이다. 지난 2012~2014년 분양할 당시 분양가는 3.3m²당 990~1170만원 수준이었다. (상가는 3.3m²당 1500만원 )
상가(42실)까지 합치면 총 1126세대이기 때문에 시행을 맡은 미래한국재단의 수익은 수백억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 인터넷 구인구직 정보 제공 업체인 '잡코리아'에 올라온 미래한국재단의 2014년 매출액 |
ⓒ 잡코리아 |
미래한국재단의 전신인 현대사회연구소는 원래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하산운동 산 26-4번지(서판교)에 있었다. 하지만 2000년대 초반 판교신도시 개발이 시작되면서 정부는 서판교에 위치한 현대사회연구소 부지를 공공택지로 수용하고, 동판교 땅(경기도 성남구 분당구 백현동 529번지)을 대토(代土)했다. 재단은 이렇게 대토 받은 땅에 판교역 SK HUB 오피스텔 개발사업을 한 것이다.
대토보상제는 토지를 강제수용당할 경우 토지보상법('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에 따라 평가기관에 의뢰해 토지의 감정가격을 확정한 뒤 가격에 맞는 사업 지역에 토지 조성 공사가 완료된 토지를 수용자에게 돌려주는 제도다.
▲ 미래한국재단은 판교역 SK HUB 오피스텔을 분양하던 2014년에 서울 송파구 가락동 소재 업무용빌딩을 매입했다. |
ⓒ 오마이뉴스 |
▲ 미래한국재단이 지난 2014년에 매입한 서울 송파구 가락동의 업무용 빌딩 |
ⓒ 오마이뉴스 구영식 |
지난 1993년 지어진 효원빌딩은 지상 16층, 지하 6층의 업무용(근린생활시설·업무시설) 빌딩이다. 효원빌딩의 등기부등본과 건축물대장 등에 따르면, 흥미롭게도 최초 소유자는 유동천 전 제일상호저축은행 회장이었다. 효원빌딩 바로 옆 건물(현재 제일오피스텔)은 제일상호저축은행 본점이 있던 곳이다. 빌딩의 소유권은 유동천 전 회장에서 제일캐피탈, 유훈씨(유동천 전 회장의 차남), 제일상호저축은행을 거쳐 지난 2014년 미래한국재단으로 이전됐다.
미래한국재단이 효원빌딩을 매입할 수 있었던 계기는 지난 2011년에 일어난 상호저축은행 불법대출사건이었다. 창업자인 유동천 전 회장은 지난 1972년 제일상호신용금고를 설립한 뒤 약 40년간 제일상호저축은행을 이끌었지만, 고객 명의를 도용해 1400여억 원을 불법대출하고, 약 100억 원을 횡령해 개인적으로 사용한 혐의로 구속됐다. 결국 제일상호저축은행(현 KB저축은행)은 영업정지를 당했고, KB금융에 매각됐다.
빌딩 인근의 한 부동산중개소 대표는 "3호선과 8호선이 지나는 더블역세권이기 때문에 가치는 상당하다"라며 "군인공제회에서 그 건물을 매입했다고 들었는데 미래한국재단이 샀다는 얘기는 처음 듣는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효원빌딩 근처 오피스텔이 최근 평당(3.3㎡) 1억 7700만 원에 팔렸다"라고 전했다. 빌딩의 대지면적이 978.2㎡(296여 평)임을 헤아리면 현재 시세는 524억 원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2013년 4월 예금보험공사는 전국 11개 파산재단 사무실에서 26개 부실 저축은행 보유 물건 600여 건에 대한 공매를 열었다. 이 가운데 감정가가 가장 높았던 물건이 효원빌딩이었다. 대지와 건물을 모두 합친 감정가가 341억 1000만 원이었다.
미래한국재단이 예금보험공사의 공매를 통해 효원빌딩을 샀는지, 얼마에 매입했는지 등은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등기부등본상 등기 원인이 '매매'라고 적시돼 있다.
그동안 확인된 미래한국재단 보유 부동산은 서울 종로구 신교동 개인주택과 효자동 4층 건물(재단 서울분소), 서울 강남구 신사동 상가건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 판교역 SK HUB A-244호(재단 본부) 등이었다. 이 부동산들의 가치는 600억 원 안팎으로 추정됐는데 판교역 SK HUB 오피스텔 개발사업과 효원빌딩 매입을 추가하면 재단의 재산은 1000억 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보인다.
▲ 미래한국재단이 2014년에 매입한 서울 송파구 가락동 업무용 빌딩. 빌딩 안내판에 'THE NEXT KOREA FOUNDATION B/D'라고 적혀 있다. |
ⓒ 오마이뉴스 구영식 |
5공 수립 전후 신군부의 동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김충립 전 특수전사령부(특전사) 보안반장(전 5.18진상조사위원회 전문위원)은 허화평 현 미래한국재단 이사장을 '전두환 비자금 횡령·착복 혐의'로 고발했다(8월 30일). 그는 고발장에서 "허화평이 전두환이 조성한 비자금 93억 원과 노태우 정부 지원금 3억 원 등 96억 원을 지원받은 후 600~700억 원으로 추정되는 재단의 자산을 개인 사유재산으로 착복한 죄가 있다"라며 "허화평의 범죄 행위를 철저히 조사하고, 이 재단의 자산을 국고로 환수하기 바란다"라고 촉구했다.
김충립 전 반장은 지난 9월 5일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전두환도 추징금을 다 못 내고 있는데 허화평의 재산 600~700억 원을 추징금으로 환수하면 되지 않겠나?"라며 "국회가 새로운 법을 제정해서 허화평뿐만 아니라 정호용·장세동·허삼수· 고명승 등 전두환 비자금을 받았거나 전두환·노태우 정권 때 부당하게 축재한 사람들의 재산을 환수 조치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관련기사 : "600억 허화평 재산, 전두환 미납 추징금으로 환수해야" https://omn.kr/2a4ak).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9월 2일 "헌정 질서를 파괴한 범죄자가 얻은 범죄 수익의 경우 당사자가 사망해 공소 제기가 불가능하더라도 국가가 몰수·추징해야 한다"라며 일명 '전두환·노태우 비자금 몰수 법안'(범죄수익의 규제 및 처벌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하지만 미래한국재단 측은 "현대사회연구소가 재단의 전신은 맞지만 당시 재산은 다 사라졌고, 지금은 정부 지원이나 출연금을 받지 않고 어렵게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라며 "여러 명의 이사들로 구성된 기관으로, 자금 착복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라고 반박했다.
한편 김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국세청의 공익법인 결산서류에 따르면, 미래한국재단의 총 자산규모는 352억여 원이고, 그 중 약 312억 원이 토지와 건물이었다. 하지만 공익사업 집행비용은 1억 4000만 원으로 총자신 대비 공익사업 수행률은 0.4%에 그쳤다.
김 의원은 "총자산 규모가 높을 뿐만 아니라 자산 중 많은 부분을 부동산 등 투자사업에 활용하고 있고, 공익사업수행률은 1%도 채 되지 않아 공익법인이라 보기 어렵다"라며 "국세청은 공익법인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통해 의무사항 미이행시 엄격한 제재를 시행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 지난 2023년 10월 17일 <영남경제신문>이 주최한 ‘영남경제포럼’에 참석해 강연하고 있는 허화평 미래한국재단 이사장 |
ⓒ 블로그 ‘시니차니 가족의 행복서재’ |
전두환 대통령이 군사쿠데타를 통해 대통령에 취임한 이후에는 대통령비서실 보좌관으로 임명돼 '5공의 설계자' 혹은 '전두환 정권 2인자'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그의 권력이 지나치게 강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정무제1수석으로 좌천됐다(1981년 12월). 지난 1982년 5월 장영자·이철희 금융사기사건이 터졌을 때 전두환 대통령 친인척의 공직 사퇴를 건의했다가 전두환 대통령의 눈 밖에 났고, 결국 청와대를 떠나야 했다(1982년 12월).
이후 육사 17기 동기이자 '쓰리허'(허화평-허삼수-허문도)의 멤버인 허삼수 전 보안사 인사처장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가 헤리티지재단의 연구원으로 있다가 노태우 정권이 출범하자 현대사회연구소 소장으로 부임했다(1988년).
두 차례(1992년과 1996년) 무소속으로 국회의원에 당선됐지만 12.12 군사반란, 5.18광주민주화운동 등과 관련해 구속기소되었고 유죄판결을 받아 국회의원직을 상실했다. 사면된 이후 두 차례(2000년과 2004년) 각각 민주국민당과 무소속 후보로 출마했지만 낙선했다.
5.18광주민주화운동과 관련, 허 이사장은 지난 2021년 12월 <펜앤마이크>와 한 인터뷰에서 "단순한 민주화 요구를 넘어 민족적 차원의 민중혁명 노선을 추구하는 세력이 무장투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이를 저지해야 하는 계엄군은 필연적으로 이들을 무력진압할 수밖에 없었다"라며 "이러한 충돌과정에서 발생한 비극이 바로 광주사태의 본질"이라고 '무력진압'을 합리화했다.
<허화평, 굽은 길도 바로간다>, <지도력의 위기>, <이념은 날개가 아니다 : 허화평의 이데올로기 백서>, <가장 근원적인 것에 대하여 : 허화평의 개헌 청원론>, <경제 민주화를 비판하다 : 임현진, 김종인, 백낙청, 송호근 주장의 허구>, <사상의 빈곤 : 사상이 빈곤하면 역사가 표류한다>, <나의 생각, 나의 답변>, <고독하지만 자유민주주의 사상가 허화평의 사자후>, <한국, 미완의 기적> 등의 책을 썼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윤석열·심우정·이원석의 세금도둑질, 그냥 둘 건가
- 돈 들여 해안가 소나무 심었건만, 제 역할 못하네
- 윤 대통령 부부에게도 똑같은 '법의 잣대'를
- 미치기에 딱 좋은 이 도서관, 6년 넘게 찾았다
- 남자선배 무릎에 앉아 소주... 기숙사로 가는 내내 울었다
- [오마이포토2024] "박장범, 오욕의 구렁텅이로 빠지기 전에 사퇴하라"
- 중학교 졸업여행에서 장어탕... 이건 정말 '세상에 이런 일이'
- 법은 '살인 무기', 재판은 흉내만 냈는데
- 이재명 비판에 총력 쏟는 국힘...한동훈 "25일 재판, 끝이 아니다"
- 이재명, 선고 후 첫 공개회의서 "김건희특검으로 법질서 수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