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공장 창고에 수백만원 사무용품?…달랑 200원 남은 후원금 계좌[줄줄 새는 후원금]①
배진교 전 의원, 200만원 상당 지출
해당 회사 "거래명세서 잘못 작성했다"
국회의원들 문구류 외상 거래 관행도 문제
편집자주
과거에 지구당을 폐지한 이유는 불법 정치자금 때문이었다. 최근 거대 양당은 지구당 부활을 추진하고 있다. 지구당 부활의 전제 조건은 투명한 정치자금 사용이다. 실태는 어떨까. 아시아경제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및 지역 선거관리위원회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임기를 마치고 이제는 '전 국회의원'이 된 21대 국회의원 144명의 임기 만료 전 회계보고서 6개월 치를 확보했다. 이 자료를 토대로 지출 명목과 사용 장소의 적절성 등을 따져 검증 우선순위 항목을 정했다. 당사자들과 선관위의 확인을 거쳤으며, 현장 취재도 병행했다. 선관위가 이들이 제출한 회계보고서를 제대로 검증했는지도 살펴보았다. 이를 토대로 국회의원들의 임기 말 후원금 사용 실태를 집중적으로 검증·보도한다. ①김치공장 물류창고에 사무용품비 수백만 원 지출
"김치공장 물류창고로 쓴 지 3년 지났는데요?"
인천시 남동구 만수동의 한적한 주택가. 21대 국회의원을 지낸 배진교 전 의원이 지난 6월 사무용품 결제로 약 200만원을 지출했다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보고한 D사의 주소지가 있는 곳이다. 현재 이곳 창고를 임차해서 쓰고 있다는 김치공장 대표 김모씨는 연유를 모르겠다는 듯 이렇게 말했다. 실제로 지난 11일 기자가 이곳에 가보니 창고 앞에는 건물 1층 높이는 될 정도로 배추가 가득 실려 있는 차 한 대가 주차돼 있었다. 창고 내부에는 김치를 담글 때 필요한 식자재들이 포대 자루 그대로 쌓여 있었다.
배 전 의원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21대 국회의원 임기 만료 회계 보고 수입·지출보고서에 따르면 그가 사무용품을 결제한 것은 지난 6월 10일, 국회의원 임기를 마치기 보름여 전이다. 금액은 223만7620원이었다. 이를 결제한 뒤 배 전 의원의 후원금 계좌에 남은 잔액은 200원이었다. 사무용품 지출에 앞서 배 전 의원은 컴퓨터와 온풍기 등을 D 회사를 통해 60만원에 일괄 처분하기도 했다. 어떻게 김치공장 물류창고에서 사무용품 결제가 가능했을까.
D 회사는 수년 전 사무실을 이전했으나 의원실에 제출한 거래명세서를 작성할 때 주소를 수정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D 회사 대표는 아시아경제와 만나 "2017년 8월 사업을 시작했는데 거래명세서에는 처음 썼던 당시 주소를 계속해서 썼던 것 같다"면서 "서류상 실수를 한 부분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이어 "복사기 임대와 A4용지, 토너 등을 주로 공급하고 있다"면서 "정기적으로 출근하지는 않기 때문에 사무실 주소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사업자등록번호와 영수증 금액만 맞으면 되지 않으냐고 따져 묻기도 했다.
임기 만료를 얼마 남겨 놓지 않은 상황에서 배 전 의원은 실제로 사무용품을 산 것일까. 샀다면 어디에 사용한 것일까. 이와 관련해 배 전 의원 측 관계자는 "올해 외상으로 사무용품을 쓴 비용을 한꺼번에 결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와 관련해 양측 모두 관련 서류를 내놓지는 않았다. "찾아봐야 한다"고 했지만, 이후 연락은 오지 않았다.
거래명세서는 전자서류 방식이 아닌 직접 작성할 수 있는 형식이기 때문에 작성 시 신중히 처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과거 양문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새마을금고 대출 의혹이 불거졌을 당시 자녀가 제출한 거래명세서가 대부분 허위로 밝혀져 논란이 됐다. 특히, 사업자번호가 유효하고 영수증 금액과 맞다 하더라도 임기 말 남은 정치자금 잔액과 거의 비슷한 금액이 한 번에 지출되면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소액이면서 잦은 구매가 이뤄져 문구류 거래가 외상 관행으로 여겨지는 점도 문제다. 유정주 전 의원도 6월 9일 사무용품 미납금으로 133만3200원을 지출했다. 정부 회계 등은 투명성 확보 차원에서 현금주의 회계를 채택하고 있어 지출이 발생할 때마다 해당 수입과 지출을 처리하고 기록해야 한다. 배 전 의원 측 회계담당자는 이에 대해 "남은 후원금을 털어 쓸 의도는 없었다"면서 "미수금을 일괄 처리하면서 금액이 커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이동우 기자 dwlee@asiae.co.kr
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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