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준비하는 제주도…아열대 작물에서 해법 찾는다

배군득 2024. 11. 18.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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잦은 비로 감귤 생산 저하
기후변화 대응 용과・망고 등 면적 늘어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 “기후에 맞는 작물 선택 중요”
제주도 서귀포시 남원읍 감귤APC에서 감귤 출하가 한창이다. 올해 제주도 감귤은 잦은 비 등으로 생산량이 소폭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데일리안 배군득 기자

지난 2023년은 우리나라 기상 관측 역사상 기록적인 더위로 기억된 한 해였다. 봄철 기온이 가장 높았으며, 7월 7일은 지구 평균 기온이 관측되기 시작한 1979년 이후 가장 뜨거운 날로 기록됐다.

그러나 이를 비웃기라도 한 듯, 올해도 그를 뛰어넘는 폭염이 계속 이어졌다. 특히 9월 중순까지도 폭염 경보가 발효될 정도로 무더웠다. 추석(秋夕)은 '하석(昰夕)'이라 불릴 만큼 뜨거운 가을이었다.

기상청이 발표한 지난해 기후 분석에 따르면, 6월에서 8월 동안 월평균 기온이 모두 평년보다 높았다. 이는 지난 51년 동안 단 세 번만 나타난 이례적인 현상이었다.

UN 산하 세계기상기구(WMO)는 2027년 이내에 지구 평균 기온이 66% 확률로 1.5℃ 이상 상승할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역시 아열대 기후대로의 확장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제주의 상징 감귤…기후변화에 ‘휘청’

제주도는 감귤 주생산지로 유명하다. 그런데 최근 감귤 생산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제주도에 잦은 비가 내리면서 감귤 성장에 변수가 생겼다. 제주도 감귤이 기후변화로 인해 위기를 맞고 있는 모양새다.

제주특별자치도 감귤유통과에 따르면 11월 현재 2024년산 노지감귤 열과 피해는 현재 출하가 종료된 극조생을 중심으로 발생하고 있다. 생산량은 전년과 비슷하거나 소폭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급기야 제주도는 지난 10월 착색도 기준을 완화하는 등 감귤조례를 개정했다. 생산 감소에도 불구하고 출하량이 전년대비 소폭 상승하게 된 이유다.

그러나 이런 고육책도 갈수록 기온이 상승하는 제주도 기후에 속수무책이다. 일부 농가에서 서둘러 아열대 작물로 전환하고 있는 배경인 셈이다.

만감류 중에서는 ‘레드향’이 치명타를 입었다. 당장 1~2월 출하를 앞두고 있는데, 재배가 어려워 이번 출하 시기도 맞추기 어려운 실정이다. 레드향은 이미 지난 2022년부터 재배면적이 감소하는 추세다.

제주도 감귤APC 직원들이 상품성이 떨어지는 감귤을 고르고 있다. ⓒ데일리안 배군득 기자

▶︎2050년대 이후 사과는 강원도만 재배

2022년 말 국립기상과학원이 발표한 ‘남한 상세 기후변화 보고서’에서는 21세기 후반기(2081∼2100년)에 우리나라 연평균 기온은 온실가스 배출 시나리오에 따라 현재(2000∼2019년)보다 2.3℃에서 최대 6.3℃까지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SSP1-2.6 시나리오의 경우 앞으로 30년 이내에 아열대 기후권 경지면적이 평년(1991∼2020년) 대비 남한 경지면적의 25.4%, SSP5-8.5 시나리오에서는 55.9%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같은 변화는 농업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노지에서 재배되는 작물은 시설 내에서 재배되는 작물보다 기후변화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다.

농촌진흥청의 2022년 연구를 보면 현재 재배되는 과수 품종과 방법이 그대로 유지된다는 조건에서 2050년대에는 SSP1-2.6 시나리오에서는 사과는 전북과 강원도 중심으로 고산지에서 재배되고 SSP5-8.5 시나리오에서는 강원도 지역으로 제한됐다.

반면 온도가 높은 지역에서 잘 자라는 키위는 현재 제주도와 남부 해안가 지역에서만 재배되고 있다. SSP1-2.6 시나리오에서는 남부지역 해안가를 중심으로 재배되고 SSP5-8.5 시나리오 에서는 해안가와 일부 남부지역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아열대 작물 재배 기술 확대 필요

기후변화로 인해 기존 작물 재배지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 작물에서는 새로운 품종과 극복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 더불어 아열대 기후대에 적합해 재배지 확대가 예상되는 아열대작물에 관한 연구와 재배 기술의 확대가 반드시 뒷받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이와 함께 국내에서도 아열대 작물의 재배 확대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 아열대 작물은 고온 조건에 잘 적응해 농업 환경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유망 작물이다.

전지혜 농촌진흥청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장은 “기존 전통적인 작물에만 의존하기보다 다양한 작물을 재배해 식량 공급을 다변화할 수 있다면 기후변화로 인한 식량 위기에도 유연하게 대응이 가능할 것”이라며 “실제로 국내 아열대 작물 수입량과 재배면적이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는 우선 제주도가 아열대 작물 재배지 면적이 늘고 있다. 레드용과, 망고 등이 제주도의 새로운 작물로 주목을 받고 있다.

망고는 2014년에 약 1만t이 수입됐는데, 지난해에는 약 2만7000t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올해는 10월까지 3만1000이 수입될 만큼 국내 소비자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기존 국내에서 재배됐던 무화과 등을 제외한 신규 도입돼 재배되는 아열대 채소는 총 135.5ha, 과수는 221.1ha에 달한다. 채소 재배 면적은 2018년 198.2ha에 비해 줄어들었지만, 과수는 같은 기간 동안 117.2ha에서 1.9배 증가했다.

아열대 채소 중 여주(76.8ha)와 강황(17.2ha)이 가장 많이 재배되고 있다. 아열대 과수로는 망고(121.6ha), 패션프루트(26.9ha), 바나나(25.3ha), 올리브, 파파야, 용과 등이 눈에 띈다.

전 소장은 “이러한 아열대 작물 소비와 재배 확대는 우리나라의 아열대 기후대 확대와 소비자 경향 변화, 다양한 음식 문화의 수용, 유통과 저장 기술 발달 및 다문화 가정의 확대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앞으로도 아열대 작물 소비는 지속해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러 지자체에서도 신소득 작물로서 아열대 작물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후변화로 인한 2050년대 사과 및 키위 재배지 변동 추이. ⓒ농촌진흥청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 미래 작물 최적시기 정보 제공

그러나 국내 아열대 작물 재배 확대에는 한계점도 존재한다. 기후변화로 인해 평균 기온은 상승하는 상황에도 대부분 아열대 과수 재배는 여전히 시설 내 가온이 필요해 농가의 난방비 부담이 높다.

이와 더불어 난방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 증가 역시 환경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농가 경영비 절감과 지속 가능한 농업 실천을 위해 각 아열대 과수 작물에 적합한 에너지 절감 기술과 안정적인 생산기술의 개발이 필요하다.

반면 아열대 채소는 비교적 재배 기간이 짧아 겨울을 제외한 고온기에 재배하기 적합하다. 이는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 기후 조건에서 특히 유리하다. 여름철 고온기에 아열대 채소를 집중적으로 재배하면 짧은 기간 내에 수확할 수 있다. 기후변화에 따른 농업 환경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향후 아열대 작물 재배는 국내 농업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이를 위해서는 아열대 작물의 재배와 가공, 유통을 통한 농업인의 소득 증대 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새로운 작물 도입과재배에 따른 병해충에 대한 대응 전략과 기후변화에 따른 농업 환경 변화를 지속해서 모니터링하고 대처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는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고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는 기후변화에 따른 농업 환경 변화를 예측하고 재배지 변동을 예측해 미래 작물 재배에 필요한 의사 결정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이를 위해 SSP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적용하해 최고기온, 최저기온, 평균기온, 강수량, 일사량에 대한 고해상도 농업용 미래상세 전자기후도를 제작하고 이를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함으로써 여름배추, 키위 등 총 14작물의 미래 재배적지 변동 지도를 제작했다.

또 생육 예측모형 개발과 적용으로 주산지 적정 작기와 생산량 변동을 예측한다. 농업인들이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적절한 작물을 선택하고 효율적으로재배할 수 있게 돕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는 기후변화에 따른 국내 환경에 적합한 아열대 작물 선발을 위해 그동안 58개의 아열대 작물을 도입했다. 이 중 유망한 17개 작물을 선발했다.

기후변화에 대응해 제주도 농가에서는 용과, 망고 등 아열대 작물로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 사진은 제주시 한 농가에서 재배 중인 레드용과 모습. ⓒ데일리안 배군득 기자

채소에서는 여주, 강황, 공심채, 얌빈, 오크라, 차요테, 아티초크, 롱빈이며 과수에서는 망고, 올리브, 패션프루트, 파파야, 용과, 페이조아, 아보카도, 리치, 커피다.

또 이 작목들의 재배가 확대되면서 국내 재배에 적합한 품종을 선발해 보급하고 있다. 예를 들면 망고에서는 애플망고로 알려진 ‘어윈(Irwin)’ 품종이 대표적이지만 당도가 높고 수확기가 다양한 ‘알폰소’ ‘피커링’과 같은 품종을 선발해 시험재배 중이다.

유망 작물들의 안정생산을 위한 재배 기술을 개발도 지속하고 있다. 망고의 저수고 수형, 표준재배력 및 수확기 판정 컬러 차트를 개발・보급했다.

패션프루트에서는 관행 수형(T자형)에서 1자형 수형으로 변형해 수량이 22% 증대되는 효과도 얻었다. 아열대 채소는 얌빈, 롱빈, 공심채의 작형과 작기를 개발해 보급하고자 시험하고 있다. 향후 농업인들이 다양한 조건에서 재배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전 소장은 “기후변화에 따른 농업 환경 변화는 불가피한 현실이지만, 이를 기회로 삼아 새로운 작물과 재배 기술을 도입함으로써 지속 가능한 농업 발전을 이룰 수 있다”며 “온난화대응농업연구소의 연구와 노력이 이러한 변화를 이끌어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겠다. 앞으로의 농업 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연구 개발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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