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란하고 우울해서 김치를 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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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무린 김치들을 용기에 담아 냉장고 한 켠에 두고 바라보니 왠지 흐뭇하고 보람이 있다.
마음이 괴로우면 모든 게 귀찮을 법한테 아내가 몸이 불편한데도 기지를 발휘해 김치를 한 것이다.
아직도 침울한 기분이 완전히 가시지 않았지만 두 김치가 익어 먹을 즈음엔 모든 시름과 걱정도 사라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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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혁진 기자]
▲ 무김치는 양념장을 잘 버무려야 한다. |
ⓒ 이혁진 |
▲ 알타리무에 양념장을 잘 섞어주었다. |
ⓒ 이혁진 |
지난주 금요일 아내가 시장에서 무 5개를 사 왔다. 요즘 맛있는 무로 깍두기를 만드나 여겼다. 그리고 다음 날 주말, 우리 부부는 오랜만에 마트 쇼핑에 나섰다. 아내는 마트 물건이 싱싱하게 보인다며 무 5개를 또 샀다. 알타리무(총각무) 3단도 카트에 담았다. 아내가 무 김치와 알타리무 김치를 직접 만들 요량이었다.
나는 아내를 보면서 "지금 무리하지 말고 배춧값이 계속 떨어지면 나중에 김장을 담그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아내는 벌써 결심을 굳힌 듯 집에 오자마자 무를 절이려고 했다. 내가 김치를 만들지 말라고 만류하는 건 아내가 손목의 '건초염'으로 오랫동안 고생하기 때문이다. 무리하면 손목이 더 악화될 수 있다.
▲ 무김치를 만들기 위해 양념장을 준비했다. |
ⓒ 이혁진 |
▲ 김치 양념장은 아내의 특별한 레시피가 들어있다. |
ⓒ 이혁진 |
▲ 무김치를 하기전에 고추가루로 색깔을 내야 한다. |
ⓒ 이혁진 |
▲ 무김치에 들어갈 사골과 사이다 육수 |
ⓒ 이혁진 |
버무린 김치들을 용기에 담아 냉장고 한 켠에 두고 바라보니 왠지 흐뭇하고 보람이 있다. 미루었던 숙제를 해치우고 개운한 기분이랄까.
요새는 김치를 거의 사 먹는다. 추세도 그렇지만 내가 아프고 아내 또한 시간에 쫓겨 김치를 담그질 않았다. 몇 년째 김장도 하지 못했다. 아내의 수고로움을 덜기 위해 내가 먼저 사 먹자고 했다. 처음에는 파는 김치가 입에 맞지 않더니 그것도 시간이 흐르면서 익숙해져 갔다.
하지만 아내가 만든 김치가 역시 최고다. 아내가 어쩌다 김치를 담그거나 겉절이를 하면 아내 솜씨를 추켜세우며 맛보기 바빴다. 마음이 괴로우면 모든 게 귀찮을 법한테 아내가 몸이 불편한데도 기지를 발휘해 김치를 한 것이다. 생전의 어머니도 뭔가 속상한 일이 있으면 김치나 반찬을 만들곤 했던 기억이 난다.
심리적인 충격으로 생기는 침울한 분위기를 잊기 위해 '기분전환'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노력할 생각이다. 전문가들도 우울증에는 긍정적인 생각과 생활이 '회복탄력성'에 도움을 준다고 한다. 아직도 침울한 기분이 완전히 가시지 않았지만 두 김치가 익어 먹을 즈음엔 모든 시름과 걱정도 사라지길 기대해 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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