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안팎 혈관 이어 새생명… 뇌졸중 치료 최후의 보루"
'뇌혈관질환 명의' 중앙대 광명병원 신경외과 오창완 교수
뇌졸중, 모야모야병 등으로 뇌혈관이 막히거나 터지면 최후에는 머리를 열고 수술을 해야 한다. 직경이 1mm도 안 되는 머리카락처럼 얇은 뇌혈관을 현미경을 보며 이어 붙이고 혈액이 통하도록 하는 수술. 미세하면서도 치명적인 ‘뇌혈관 우회 수술’의 국내 최고 권위자 오창완 신경외과 교수가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중앙대 광명병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환자 생명이 달린 ‘필수의료’의 위기가 심해지는 가운데, 서울대 의대를 퇴직한 오 교수는 30여 년간의 뇌혈관 수술 경험과 노하우를 수도권 서남부 지역의 뇌혈관질환자에게 펼칠 계획이다.
뇌혈관 우회 수술이란 두피 혈관을 떼어내 뇌 안쪽의 막힌 혈관에 이어 붙여 혈액이 통하도록 하는 수술이다. 신경외과 수술 중에서도 난도가 높은 수술이다. 1998년 미국 클리브랜드클리닉에서 '뇌혈관 우회 수술 실기 워크샵'에 참석해 교육 이수를 받고, 2003년 미국 세인트루이스대학의 워크샵에도 참석했다. 뇌혈관 직경이 0.5mm에 불과한 생쥐 100리를 가지고 수술해야 하는 교육 과정으로, 해외에서 교육 과정을 이수하려면 일주일 이상 체류해야 하고 교육비만 수백만 원이 든다. 국내에 이런 교육 과정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2005년 국내 처음으로 대한신경외과학회에 뇌혈관 우회 수술 교육 과정을 개설했다. 현재까지 16회 시행했으며, 국내 많은 신경외과 의사들이 뇌혈관 우회 수술을 배워 지금은 뇌혈관을 전문으로 하는 신경외과 의사는 대부분 뇌혈관 우회 수술을 할 수 있게 됐다. 국내 뿐만 아니라 중국, 태국,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국가에도 뇌혈관 우회 수술 교육 과정을 만들 수 있도록 도와줬다. 이는 신경외과 선배 의사로서 가장 보람있는 일이 됐다.
-뇌혈관 우회 수술까지 해야 하는 경우는?
일반적인 뇌혈관 수술(클립결찰술 등)이나 시술(코일색전술 등) 방법으로는 치료가 불가능한 고난도 뇌동맥류 치료에 필수적인 수술이다. 뇌혈관이 막힌 뇌경색은 물론, 성인 모야모야병에서도 적용한다. 모야모야병은 특별한 이유 없이 뇌에 혈액을 공급하는 뇌 속 동맥혈관의 말단 부위가 서서히 좁아지다가 결국 막히는 질환이다. 소아 모야모야병의 경우, 소아는 혈관을 새로 만드는 능력이 커서 두개골 바깥에 있는 연부 조직을 두개골 안에 있는 뇌에 닿게 만들어 주기만 해도 혈관이 자라 들어가면서 혈액이 공급(간접법)될 수 있지만 성인은 다르다. 수술을 해야 하는 성인이라면 이런 간접법의 효과가 떨어지기 때문에 직접 혈관을 연결해주는 뇌혈관 우회 수술을 해야 한다.
-뇌동맥류에 흔히 시행하는 시술인 코일색전술이란?
뇌동맥류로 인해 지주막하 출혈이 발생하면 사망률은 50%나 되므로, 뇌동맥류 파열 위험이 있다면 예방을 위한 치료를 해야 한다. 이 때 뇌혈관 내 시술인 코일색전술을 많이 한다. 코일색전술이란 백금 코일을 허벅지의 대퇴동맥에서 풍선처럼 부푼 뇌혈관 부위까지 넣고 백금 코일을 실타래처럼 엮어서 부푼 혈관 부위를 막는 시술이다. 뇌동맥류 외에도 뇌동정맥기형, 동정맥루 등에서도 일부 사용되고 있다. 코일색전술은 1990년대 말에 도입된 얼마 안 된 시술이지만, 현재는 전체 뇌동맥류 치료의 70~80%를 코일색전술로 치료하고 있다. 코일색전술은 두개골을 열어서 하는 수술이 아니기 때문에 환자 부담이 적다. 그래서 시술과 수술이 비슷한 결과가 예측된다면 코일색전술을 시행한다.
-클립결찰술은 어떤 수술이며 언제 하나?
클립결찰술은 머리를 열고 동맥류가 있는,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 뇌혈관을 클립으로 집어 혈류를 차단하는 수술이다. 코일색전술보다 확실한 뇌동맥류 치료이며 재발도 적다. 복잡한 모양의 뇌동맥류, 시술을 하면 재발 가능성이 있는 뇌동맥류라고 판단될 때 클립결찰술을 한다. 클립결찰술은 20~30년 장기 추적 결과, 뇌동맥류 재발 가능성이 코일색전술보다 낮았다. 나이가 젊은 환자의 경우 클립결찰술을 권하는 편이다.
1980년 이전만 해도 뇌졸중은 암과 비슷한 수준의 사망 원인 1~2위 질환이었다. 지난 40년 간 뇌졸중 치명률이 현저하게 감소해, 현재는 사망원인 4위 질환이 됐다. 이런 성과에 기여한 것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뇌졸중의 명확한 위험 요인인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의 치료가 잘 되고 있는 것이다. 국가 주도의 '심뇌혈관질환 관리 사업'을 시작하면서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등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도가 높아지고, 흡연·비만·식습관(고지방식, 고염식 등)·운동 부족 등의 생활습관을 교정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1980년대 무의촌 의료봉사를 가면 환자들이 자신에게 고혈압, 당뇨병이 있는지도 모르는 경우가 많았는데, 정책을 만들고 검사를 하니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에 인지도와 치료율이 높아져 결과적으로 뇌졸중이 줄었다.
두 번째는 전국에 권역심뇌혈관센터를 지정해 만들고, 골든타임 내 뇌졸중을 빨리 치료를 할 수 있는 급성기 치료 시스템을 국가적으로 만들어놓은 것이다. 국가 주도의 노력으로 뇌졸중 치료 성적이 크게 좋아지고 사망률이 줄었다. 우리나라 뇌경색(허혈성 뇌졸중) 환자의 ‘입원 30일 내 사망률’은 5.3%로, OECD 국가 중 1위의 성적을 기록했다.
-뇌졸중이 특히 치명적인 경우는?
국내 뇌졸중의 70~80%는 뇌혈관이 막혀서 발생하는 뇌경색(허혈성 뇌졸중)이고20~30%는 뇌혈관이 파열돼 발생하는 뇌출혈(출혈성 뇌졸중)이다. 뇌출혈이 발생 빈도는 적지만 치명률은 뇌경색에 비해 약 2배 높다. 특히 뇌동맥류 파열로 인한 뇌출혈은 치명률이 가장 높아서 30~60%가 사망한다. 뇌졸중 발생이 의심되면 가능한 빨리 급성기 뇌졸중 치료가 가능한 의료기관을 방문해야 한다.
-뇌동맥류는 검사를 미리 해야 하나?
50~60대를 대상으로 MRI 검사를 하면 100명 중 2명은 뇌동맥류가 발견된다. 다만 비용 대비 효과를 고려했을 때 모든 사람이 매년 MRI검사를 받을 필요는 없다. 가족 중에 뇌졸중 환자가 있다면 50대 이후 한 번 정도는 MRI 검사를 해볼 만하다.
-뇌졸중 수술의 골든타임은?
조기에 치료할 수록 결과가 좋다. 뇌경색의 경우 골든타임이 정맥주사 치료는 3~4.5시간, 동맥 내 혈전제거술은 6~24시간이다. 골든타임 이후에 치료를 하면 치료 결과가 좋지 않으며 합병증이 늘어난다. 뇌출혈의 경우 따로 골든타임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고, 가능한 조기에 치료하는 것이 원칙이다. 뇌경색과 뇌출혈의 증상은 비슷하다. 다만 뇌출혈의 경우 갑작스러운 두통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환자들은 '망치로 머리를 때리는 것 같다'고 호소한다.
-모야모야병은 어떤 병인가?
모야모야병은 특별한 이유 없이 뇌에 혈액을 공급하는 뇌 속 동맥혈관의 말단 부위가 서서히 좁아지다가 결국 막히는 질환이다. 이렇게 되면 뇌혈류가 부족해지면서 허혈성 증상이 나타나거나 부족한 혈류량을 보전하기 위해 생겨난 혈관의 파열로 출혈성 뇌졸중이 발생한다. 모야모야병은 발생률이 10만 명 당 1명 꼴로 굉장히 드문 질환이다. 모야모야병의 10~15%는 가족 중에 모야모야병 환자가 있다. 2명 이상 있다면 발생 가능성이 높다. 한편, 뇌경색은 뇌혈관 안쪽 벽이 콜레스테롤 등 때문에 두꺼워진 동맥경화로 발생하는 반면, 모야모야병은 혈관벽 세포가 분열돼 혈관벽 전체가 두꺼워져 발생한다.
-모야모야병은 언제 치료해야 하나?
뇌혈류가 50% 이상 감소하면 마비 증상, 감각기능 저하, 언어장애, 시각장애 등의 뇌기능 장개 증상이 다양하게 나타난다. 환자들은 증상이 있어서 병원에 오며, 특히 성인의 경우 증상 있을 때가 치료의 적기다. 뇌혈류가 정상의 절반이하로 감소하면 뇌손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뇌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하는 치료를 해야 한다. 소아 모야모야병은 바로 수술을 한다. 불과 몇 개월 사이라도 뇌혈관이 막혀 뇌가 망가질 수 있으므로 준응급으로 진단 및 치료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성인 모야모야병은 병이 더이상 진행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경과를 지켜보다 뇌혈관이 막혀 뇌혈류가 떨어져 있고 증상이 있는 경우에만 수술을 한다. 40대 이후에 발견이 됐다면 진행 가능성이 낮아서, 5% 내외에서만 진행을 한다. 치료는 항혈소판제를 쓰는 보존적 치료와 막힌 혈관에 정상 혈관을 이어붙이는 뇌혈관 우회 수술을 한다.
-마이크로바이옴과 중증 뇌혈관질환의 상관관계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우리 몸에 있는 미생물을 '휴먼마이크로바이옴'이라고 한다. 대장 세균, 구강 세균, 호흡기 세균 등이 대표적이다. 휴먼마이크로바이옴에 이상이 생기면 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 과민성대장염 등 대장질환뿐 아니라 우울증·조현병 등 뇌질환, 뇌졸중·심장혈관질환 등의 혈관 질환과도 관련이 있다. 최근 대장 세균, 구강 세균과 뇌동맥류·뇌졸중과의 관련성에 대해 연구를 하기 위해 30억 연구비를 받았다. 연구를 통해 조기 진단 키트와 치료제 개발에 기여하는 것이 목표다.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교수, 분당서울대병원 의생명연구원장을 역임했다. 현재 중앙대 광명병원 신경외과 교수다. 국내 뇌혈관질환 치료의 권위자로 '뇌혈관을 고치는 신의 손' 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뇌혈관 우회 수술’ 교육 과정을 국내 처음으로 시작해 의사들을 교육시켰고, 아시아 지역 의사들을 대상으로도 확대했다. 수술 뿐만 아니라 뇌동맥류 시술인 코일색전술을 널리 알렸다. 분당서울대병원 개원 멤버로 20년 동안 분당서울대병원 신경외과를 국내 최대 규모로 발전시키는 데 기여했다. 이런 노하우를 바탕으로 수도권 서남부의 뇌혈관 수술을 선도하는 병원으로 중앙대 광명병원을 키울 예정이다.
공학 분야에 관심이 많아 분당서울대병원 의생명연구원장 시절 의료기기산업학과를 개설하고 올해 8월까지 의료기기산업학과 과장직을 맡았다. 2003년에는 뇌 수술 때 쓰는 네비게이션인 '뇌수술 항법 장치' 의료기기를 개발, 시판에 성공한 경험도 있다. 대한뇌혈관외과학회 회장, 대한신경외과학회 이사장을 역임했다.
Copyright © 헬스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뇌졸중 걱정되세요? 원인의 절반은 '이것'입니다
- 세계 사망원인 2위 '뇌졸중', 의심 증상 꼭 알고 있어야
- 뇌졸중·치매·파킨슨 병 빨리 발견하는 AI 시스템 개발
- 산다라박, 말랐지만 ‘볼륨감’은 유지… ‘두 가지’ 음식 꼭 챙긴다는데?
- '최강 동안' 장나라, 최근 '이 운동'에 빠졌다… 파워가 장난 아니라고?
- 지코, ‘이 음식’ 먹고 쇼크와 응급실行… “어마어마한 통증” 뭐였길래?
- ‘54kg’ 김성령, 50대에도 늘씬한 비결 고백… ‘이것’ 절대 안 먹었다
- "몸무게 46kg 유지 중"… 안소희, 하루 중 '이때'만 밥 먹는다고?
- 삼성바이오에피스, ‘프롤리아·엑스지바’ 바이오시밀러 유럽 허가 권고
- HK이노엔, 독감 약 ‘타미플루’ 국내 공급 맡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