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별리그 탈락' 한국야구, 예견된 참사였다

양형석 2024. 11. 18.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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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어12] 17일 대만 승리로 18일 최종전 결과 상관없이 도쿄행 좌절

[양형석 기자]

한국야구가 마지막 경기를 치르기 전에 프리미어12 조별리그 탈락이 결정됐다.

린웨핑 감독이 이끄는 대만 야구대표팀은 17일 대만 타이페이 돔에서 열린 제3회 프리미어12 조별리그 B조 호주와의 경기에서 장단 15안타를 때려내며 11-3으로 승리했다. 조별리그 3승1패가 된 대만은 18일 쿠바와의 최종전에서 패하고 한국이 호주전에서 승리하더라도 4승의 일본과 함께 승자승 원칙에 따라 한국을 제치고 오는 21일부터 일본 도쿄돔에서 열리는 슈퍼 라운드 진출을 확정했다.

일본과 대만의 슈퍼 라운드 진출은 곧 한국의 조별리그 탈락을 의미한다. 한국은 18일 호주전 결과와 상관없이 슈퍼 라운드 진출이 무산됐다. 3회째를 맞는 프리미어12 대회, 한국이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이번 대회 한국 야구의 부진은 이변도 참사도 아니었다. 6일 동안 5경기를 치르는 빡빡한 일정에서도 선발 투수가 4명 밖에 없었던 한국 야구의 현재 '실력'이었던 것이다.
 16일 오후 대만 타이베이 톈무야구장에서 열린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2024 B조 조별리그 대한민국과 도미니카공화국의 경기. 9-6으로 승리를 거둔 대한민국의 류중일 감독이 생각에 잠겨있다.
ⓒ 연합뉴스
그나마 한국야구 자존심 지켰던 프리미어 12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과 2009년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우승을 차지하며 세계 야구계를 호령했던 한국야구는 최근 국제대회에서의 잇따른 부진으로 침체에 빠졌다. 단 6개 팀 밖에 출전하지 않았던 2020도쿄올림픽에서는 동메달결정전에서 도미니카 공화국에 6-10으로 패하며 노메달에 그쳤다. 한국은 작년 WBC에서도 일본과 호주에게 패하며 2라운드 진출에 실패했다.

이처럼 국제대회에서의 연이은 부진에도 한국은 현역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출전할 수 없는 프리미어 12 대회에서는 두 대회 연속으로 좋은 성적을 올리며 자존심을 지켰다. 한국은 김인식 감독이 대표팀을 이끌었던 2015년 초대 프리미어12 대회에서 8경기 6승2패를 기록하면서 초대 우승을 차지했다. 결승에서 야구 종주국 미국을 상대로 8-0 대승을 거뒀지만 역시 백미는 한일전으로 치러진 준결승이었다.

한국은 일본과의 준결승에서 선발 오타니 쇼헤이(LA다저스)의 역투에 밀려 8회까지 0-3으로 뒤지며 패색이 짙었다. 하지만 한국은 9회초 공격에서 일본의 불펜투수 노리모토 다카히로(라쿠텐 골든이글스)와 마츠이 유키(샌디에이고 파드리스)를 공략하면서 극적인 4-3 역전극을 연출했다. 8경기에서 타율 .333(33타수11안타) 13타점을 기록한 김현수(LG트윈스)는 대회 MVP에 선정된 후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다.

한국은 4년 후 '디펜딩 챔피언' 자격으로 출전한 2회 프리미어 12에서 표면적으로는 대회 2연패를 목표로 삼았다. 하지만 한국의 현실적인 목표는 대만, 호주보다 좋은 성적을 올려 2020 도쿄 올림픽 본선 진출 티켓을 따는 것이었다. 한국은 이대호와 이대은 같은 일본 프로야구 소속 선수들이 있었던 1회 대회와 달리 2회 대회에서는 전원 국내파들로 구성돼 있어 전력이 다소 불안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한국은 우려와 달리 조별리그를 3전 전승으로 통과했고 슈퍼 라운드에서도 3승2패로 2위를 기록하며 결승에 진출했다. 비록 한일전으로 치러진 결승에서는 1회초 3점을 먼저 따내고도 3-5로 역전패를 당하며 2연속 우승을 놓쳤지만 대회 전의 걱정에 비하면 좋은 성적이었다. 특히 '바람의 손자' 이정후(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8경기에서 타율 .385 4타점5득점으로 맹활약했다.

선발 5명조차 꾸리지 못한 한국 대표팀

한국은 2019년 제2회 프리미어12를 끝으로 국제 대회에서 잇따라 부진을 면치 못했기 때문에 올해 개최되는 3회 프리미어12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는 것이 매우 중요했다. 하지만 한국은 원태인과 구자욱, 김영웅, 김지찬(이상 삼성 라이온즈), 김혜성(키움 히어로즈), 강백호(kt 위즈), 문동주, 노시환(이상 한화 이글스) 등 대표팀의 핵심 선수들이 부상과 기초 군사훈련 일정 등으로 대표팀에서 대거 제외됐다.

그리고 개막 전의 불안한 예감은 현실이 되고 말았다. 일본과 대만, 쿠바, 도미니카 공화국, 호주와 B조에 속한 한국은 지난 13일 이번 대회 가장 중요한 경기라 할 수 있었던 대만과의 첫 경기에서 3-6으로 패했다. 대만전 선발로 등판한 '107억 잠수함' 고영표(kt)가 만루홈런을 허용, 2이닝6실점으로 뭇매를 맞으며 조기 강판된 것이 치명적이었다. 한국으로서는 첫 단추부터 잘못 채운 셈이다.

한국은 14일 쿠바를 상대로 김도영(KIA 타이거즈)의 멀티홈런을 포함한 5타점 활약에 힘입어 8-4로 승리를 거두며 분위기를 바꿨다. 하지만 15일 강력한 우승후보 일본을 만나 9이닝 동안 무려 17개의 삼진을 당하면서 3-6으로 패했다. 한국은 올 시즌 부상으로 12경기에 등판해 2승1홀드 평균자책점 6.00에 그쳤던 좌완 최승용(두산)이 선발 등판했지만 최승용은 일본을 상대로 2이닝도 채 버티지 못했다.

한국은 이번 대회 조별 리그에서 6일 동안 5경기를 치러야 하는 일정이었다. 당연히 최소 5명의 선발 투수를 준비해야 했는데 한국은 원태인의 부상과 엄상백(한화)의 최종 엔트리 탈락으로 선발 투수가 4명 밖에 없었다. 타순 역시 홍창기(LG)와 김도영, 박동원(LG) 정도만 타순이 고정됐다. 특히 대만전과 쿠바전에서는 올해 소속팀에서 4번 출전 경험이 한 번도 없는 윤동희(롯데 자이언츠)를 4번에 배치했다.

물론 현재 대표팀은 류현진(한화)과 김광현(SSG랜더스), 양현종(KIA), 박병호(삼성),양의지(두산), 김현수, 최정(SSG) 같은 베테랑 선수들이 대거 제외됐고 부상 선수들도 많아 완전한 전력이 아니다. 하지만 올해 11월에 프리미어 12가 개최된다는 것은 12개 참가팀 모두 알고 있던 사실이었다. 세대교체 과정과 부상 선수가 많다는 사실이 프리미어 12 첫 조별리그 탈락의 핑계가 될 수 없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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