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국화, 그 고귀한 멋

정병진 2024. 11. 18.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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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시인이라 풀꽃을 잘 그리려면 자세히, 오래 보아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았습니다.

가까운데 귀하고 예쁜 꽃이 있었는데도 그걸 모르고 크고 화려한 국화만 찾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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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한국적인 국화를 이제 알았네요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정병진 기자]

▲ 산국화 무더기 정원석 틈새에 자라난 산국화 무더기
ⓒ 정병진
나태주 시인은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 너도 그렇다"라는 시를 써서 큰 반향을 낳았습니다. 초등학교 교장 시절 말썽꾸러기 아이들에게 풀꽃 그리기를 지도하며 떠올린 시라고 합니다.

그는 시인이라 풀꽃을 잘 그리려면 자세히, 오래 보아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았습니다. 허나 개구쟁이 아이들 역시 마찬가지라는 사실을 그들과 풀꽃 그리기를 하면서 비로소 깨닫습니다.

흔히 "풀밭에 숨은 꽃도 아름답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아는 거와 실감하는 일은 다릅니다.

저는 황대권 선생의 <야생초 편지>를 읽은 뒤 들꽃에 관심 갖기 시작하였습니다. 시골로 이사온 뒤 정원에 저절로 피어나는 작은 꽃들 이름이 무엇인지 알아보고자 나름 노력하였습니다. 달개비꽃, 털별아재비꽃, 한련초꽃... 전에는 무슨 꽃인지 거들떠보지도 않던 꽃들을 새롭게 알게 되었습니다.

'산국화' 덕분에, 아직 멀었음을 오늘 새삼 깨달았습니다. 사진의 산국화는 정원석 틈새에서 자라난 꽃입니다. 일부러 심지 않았는데 자라나 노란 꽃을 피워냈습니다. 생김새가 여느 국화랑 비슷해 전에 열심히 물도 주고 키웠다가 꽃이 작아 크게 실망한 적 있습니다. 국화치고는 너무 꽃이 작아 볼품없게 느꼈기 때문입니다.

올해도 몇 군데서 무더기로 자라나길래 몇 무더기는 뽑아냈습니다. 다른 화초 성장을 방해하는 귀찮은 풀이라 여겼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조금은 남겨 두자는 생각에 남겼더니 살려 둬서 고마웠는지 잘 자라나 노랗게 무더기 꽃을 피워냈습니다.

산국화가 어떤 꽃인지 찾아봤더니 놀랍게도 "숱한 국화 중에 가장 한국적인 국화"이더군요. 이런 사실도 모르고 개량종, 외래종 국화에 마음 다 빼앗겨 '없애야 할 잡초'처럼 취급한 제가 부끄러워졌습니다.

산국화는 동의보감, 본초강목 같은 의서에서도 "으뜸으로 치는 약초"에 든다고 합니다. 잎, 줄기, 꽃, 뿌리, 씨앗에 이르기까지 버릴 게 없을 정도 모두 약재로 쓰인다고 하네요. 특히 꽃을 따서 차로 달여 마시면 몸을 따뜻하게 하고 혈액순환을 도우며 불면증, 신경쇠약, 간 관련 질병 예방에 좋다고 합니다.

가까운데 귀하고 예쁜 꽃이 있었는데도 그걸 모르고 크고 화려한 국화만 찾았습니다. 굳이 심지 않아도 아무데서나 잘 자란다고 가볍게 볼 일이 아니었습니다. 앞으론 더 잘 들여다 보고 깊이 알아봐야 하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겨자씨신문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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