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중앙] 8세부터 계속한 글·그림…따뜻한 세상 만드는 데 보탬 되길

한은정 2024. 11. 1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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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 살고 있는 작가 전이수는 자신만의 독특한 그림체와 성찰이 담긴 글로 아이와 어른 모두에게 따뜻한 위로를 전합니다. 자신의 글과 그림들이 더 많은 사람에게 공유되고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것을 목표로 작품 활동을 하고 있죠. 그를 2017년 SBS ‘영재 발굴단’에 출연한 ‘9세 꼬마 동화 작가’로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을 텐데요. 당시 순수한 시선으로 자기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그림 실력과 읽는 이의 마음을 울리는 글솜씨까지 큰 화제가 됐었죠.

자신만의 독특한 그림체와 성찰이 담긴 글로 따뜻한 위로를 전하는 작가 전이수는 자신의 글·그림이 더 많은 사람에게 공유되고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것을 목표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8세였던 2016년 겨울 『꼬마악어 타코』를 시작으로 『걸어가는 늑대들』 『새로운 가족』 등의 그림책과 그림 에세이 『소중한 사람에게』 『나의 가족, 사랑하나요?』 『이수의 일기』, 에세이 『마음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부터』 등 10권이 넘는 책을 출간했고, 최근엔 치매 어르신 가정을 위한 위로와 이해의 마음을 담은 동화 『모든 걸 기억하지 못해도』를 발표했어요. 이와 함께 개인전·기획전 등 다양한 활동을 이어 오다, 지속적인 작품 활동과 사회 공헌 활동을 위해 2019년 제주도에 ‘걸어가는 늑대들’이라는 갤러리를 열어 미얀마 난민학교, 아프리카 친구들, 제주 미혼모 센터 등 주변의 어려운 이웃을 돕는 등 소중한 가치를 지켜나가는 일에 힘을 쏟고 있죠.

자신만의 독특한 그림체와 성찰이 담긴 글로 따뜻한 위로를 전하는 작가 전이수.


또래 아이들은 중학교에 다닐 나이지만 학교에 가지 않고, 동생들과 홈스쿨링을 하며 교실 바깥에서 더 많은 걸 배우는 이수는 작가의 삶을 어떻게 꾸려갈지, 작가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를 여전히 고민하고 있죠. 제주도의 바다처럼 푸르게 자라 올해 16세가 된 그는 소년보다 작가라는 단어가 어울릴 만큼 성장했습니다. 태어난 지 16년 6월 24일이 된 지난 9월 25일부터 10월 20일까지 서울 종로구 JCC아트센터에서 기부 특별전시회도 개최했죠. ‘16년 6월 24일-전이수의 푸른 고백’이라는 부제가 붙은 전시회의 작품 판매 수익금은 전액 월드비전에 기부해 향후 아프리카 아동들을 위해 사용되죠. 2021년 월드비전 최초의 아동 홍보대사로 위촉된 이수는 지난해 8월 말 아프리카 르완다를 다녀온 이후 이들을 위해 할 수 있는 활동을 고민했고, 이번 기부 특별전시회를 열어 성장기 나이 작가가 자신과 세상을 향해 던지는 고백을 다양한 이야기로 풀어냈습니다.

‘16년 6월 24일-전이수의 푸른 고백’이라는 부제가 붙은 기부 특별전시회에서 현장을 찾은 관람객들을 위해 작은 음악회를 열어 직접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불렀다.


키가 훌쩍 크며 외형적으로도 변화를 겪은 전이수 작가를 전시회 현장에서 만났어요. 이날 그는 관람객들을 위해 작품 설명을 직접 하고, 여동생과 함께 작은 음악회도 펼쳤죠. “그림 설명을 시작하기 전에 작은 공연을 한번 준비해 봤는데요. 막 잘하진 않더라도 예쁘게 봐주세요. 제가 좋아하는 곡들을 들려드릴 거예요.”

‘16년 6월 24일-전이수의 푸른 고백’이라는 부제가 붙은 기부 특별전시회에서 현장을 찾은 관람객들을 위해 작은 음악회를 열어 직접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불렀다.


소아암 환자를 위한 머리카락을 기부하기 위해 유지하는 긴 머리에 잘 어울리는 페도라를 쓰고 기타를 치는 모습이 세계적인 팝가수 제이슨 므라즈를 떠올리게 했는데요. 직접 기타를 연주하며 노련하진 않지만 맑고 진솔한 목소리로 부르는 노래에 관람객들의 환호가 커졌습니다. 이수는 그림 그리는 것만큼 음악을 좋아한다고 해요. “음악에 대한 관심이 그림보다 더 커지고 있지는 않나요”라는 질문에 “그건 좀 다른 것 같아요. 그림이나 글은 꿈이고 음악은 취미예요”라며 자신의 꿈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드러내기도 했죠.

‘16년 6월 24일-전이수의 푸른 고백’이라는 부제가 붙은 기부 특별전시회에서 현장을 찾은 관람객들을 위해 작품 설명도 했다.


- 이번 전시에서는 어떤 얘기를 하고 싶었나요.
아프리카 아이들의 학교를 지어주고 싶어서 월드비전 주최로 전시하게 됐어요. 그림을 판매하고 그 수익금으로 학교를 짓게 되면 나중에 제가 찾아가서 학교 벽에 벽화를 그리고, 그곳 친구들과 많은 이야기를 할 거예요. 제목처럼 16년 6월 24일만큼 살아온 저에게 이 전시가 더 값진 일로 이어지길 바랍니다.

- 어렸을 때 아이 답지 않은 철학을 가진 글과 그림을 표현하는 능력으로 화제가 되었어요. 그림을 그리고 글 쓰는 걸 좋아한다고 느끼게 된 계기가 있나요.
그때는 한글을 잘 몰라서 그림으로 표현했던 것 같아요. 좋아한다는 건 다 커서 알게 되었죠. 제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부모님이 그림으로 표현할 수 있게 도와주고 책으로까지 생각해주셔서 여기까지 온 것 같아요.

- 그림책을 꾸준히 발표하는데요.
그림책은 그림과 함께 제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최근 치매센터의 의뢰로 쓴 동화책 『모든 걸 기억하진 못해도』의 경우 쓰면서 제가 치매에 대해 공부도 하고, 이 병으로 갈등이 있는 가족분들에게 책을 통해 치매에 대한 이해를 도와 배려로 서로 화합할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16년 6월 24일-전이수의 푸른 고백’이라는 부제가 붙은 기부 특별전시회에서 현장을 찾은 관람객들을 위해 작은 음악회를 열어 직접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불렀다.

- 어릴 때는 싫증도 잘 나고 관심사가 옮겨가기도 하는데 이렇게 꾸준히 글과 그림에 열정을 쏟을 수 있는 원동력이 있을까요.
요즘은 연말에 나올 예정인 저의 여섯 번째 그림에세이에 들어갈 그림들을 그리고 있어요. 제주도에 제 그림을 전시하는 상설 전시장이 있는데요. 매년 많은 분들이 다녀가시면서 위로받고, 힘을 내게 해주어서 고맙다고 말씀해 주셔서 제가 계속 그리고 책도 내게 되는 것 같아요.

- 이수에게 그림은 어떤 존재인가요.
지금까지 제게 그림은 표현 도구이고, 저의 생각을 말하는 언어와 같아요. 저의 그림들 모두 메시지가 있고, 얘기하고 싶은 게 많아서 글과 함께 그림에세이에 담았죠.

- 인스타그램에 ‘이수의 일기’가 가끔 올라오더라고요.
솔직하게 쓰고 있는 일기들을 공유하면서 책처럼 사람들이 많이 공감해주시고, 도움이 된다고 하셔서 올리게 됐는데요. 그 경험담을 통해서 제가 느끼는 것과 타인이 느끼는 건 또 다를 거라고 생각해요.

소중 독자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적고 있는 전이수.


- 살아가는 데 있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있다면요.
우리가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한 것 하나를 꼽으라면 사랑이 으뜸이라고 생각해요. 그게 우리가 이 세상에 온 이유이기도 한 것 같아요.

- 작품을 보면 세상을 향한 시선이 따듯한데 어려운 이웃, 환경 문제 등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나요.
우리는 함께 살아가니까 타인에 대한 배려나 양보는 당연한 거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사용하는 이 지구를 함께 생각해야 하는 것도 당연하고요.

치매 어르신 가정을 위한 위로와 이해의 마음을 담은 동화 『모든 걸 기억하진 못해도』는 길 잃은 아기 늑대를 정성으로 키운 양의 이야기를 통해 치매로 어려움을 겪는 가족들에게 특별한 메시지를 전한다.


- 또래 친구들이 학교·학원을 가는 시간을 어떻게 보내나요. 혹시 힘들거나 다시 학교를 다니고 싶을 때가 있었나요.
홈스쿨링을 통해 저의 시간을 제가 선택해서 공부하고 있어요. 좀 더 효율적이고, 깊이 공부할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아직까지는 학교를 다시 다니고 싶은 생각은 없고, 나중에 그런 생각이 들면 그때 가려고 해요. 지금은 이대로가 좋아요.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해서 아쉽지 않냐고 물어보시는데, 또래뿐 아니라 많은 다양한 관계를 맺을 수 있어서 더 좋은 것 같아요.

- 홈스쿨링을 하면 학교처럼 시간표가 없어 자유롭게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은 좋은데 시간을 잘 사용하기 어려울 때가 많아요. 하루를 잘 보내는 좋은 방법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우리 가족은 아침에 제일 먼저 하루 계획을 세우는데, 그 시간이 제일 좋아요. 하루라는 시간을 알뜰하게 쓰고, 오늘 하루를 닫을 때는 함께 모여 이야기 나누며, 또 내일을 다짐하고, 더 나은 내일을 만들 수 있는 오늘이 너무 좋아요. 스스로에게 주는 약속을 지키면서 학교보다 더 많은 공부를 하게 되고, 자유 속에서 그 자유를 잘 쓰는 법을 배우고 있어요.

- 소년중앙 독자들 중에는 홈스쿨링에 관심 있는 또래들이 있어요. 그런 친구들을 위해 조언을 해준다면요.
각자가 선택한 것에 집중하고, 노력한다면 언젠가 바라는 것은 가까이 다가와 있을 거예요. 어떤 것이 더 좋다고 말할 수는 없어요. 장·단점은 다 있기 때문에 내가 제일 가치 있게 생각하는 것에 더 관심을 두면 좋겠어요.

- 여러 그림책 중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이 있을까요.
『걸어가는 늑대들』이요. 시리즈로 낼 계획을 세웠고 곧 『걸어가는 늑대들 3』도 출간할 거예요. 나중에는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질 수 있길 바라요.

‘16년 6월 24일-전이수의 푸른 고백’이라는 부제가 붙은 기부 특별전시회에서 현장을 찾은 관람객들을 위해 작은 음악회를 열어 직접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불렀다.


- 이수의 작품을 접해보지 못한 또래 친구들에게 가장 먼저 추천해주고 싶은 그림책은 무엇인가요.
『걸어가는 늑대들』과 『모든 걸 기억하진 못해도』를 추천하고 싶어요. 『걸어가는 늑대들』 은 많은 메시지가 담겨 있어 친구들이 꼭 읽어봤으면 좋겠어요. 『모든 걸 기억하진 못해도』도 제가 공부했던 치매라는 병을 앓는 가족이 없고 나랑 관계가 없다 할지라도 전 국민이 다 알았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서로를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 앞으로 글과 그림을 통해 세상에 어떠한 영향을 주고 싶나요.
세상이 너무 빠르게 바뀌고 있다고 해서 사실 조금 두려워요. 할머니·할아버지가 말씀하시는 예전이 너무 궁금해요. 그때 사람들이 서로 나누었던 인정을 지금의 사람들이 잃어버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저의 그림과 글로 세상이 아직은 따뜻하다 느끼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도 따뜻해졌으면 좋겠어요.

자신만의 독특한 그림체와 성찰이 담긴 글로 따뜻한 위로를 전하는 작가 전이수.

- 현재 가지고 있는 꿈은 무엇이고 앞으로 어떤 어른이 되고 싶은가요.
좋은 습관을 지닌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몸에 밴 좋은 습관 덕분에 바깥에 나가서 하고 싶은 대로 그 어떤 짓을 해도 아무도 눈살을 찌푸리지 않는 자유로운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런 어른이 되어서, 말이 아닌 행동으로 모범이 되고 배울 수 있는 큰 어른이 되고 싶어요.

- 자기가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모르겠고, 하고 싶은 게 있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용기가 안 나는 또래 친구들을 위해 어떠한 말을 해주고 싶은가요.
하고 싶은 일들은 언제 어디서 우연히 만나게 되기도 하는 것 같아요. 나의 일인 줄 알았다가도 또 다른 더 좋고 재밌는 일을 발견하기도 해요.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우선 해봐야 해요. 우린 아직 시간이 많아요.

■ 이수가 말하는 나의 그림

「 위로


우리 집에 토토라는 강아지가 찾아왔을 때 제가 받았던 위안 덕에 그리게 된 그림이에요. 반대로 생각해서 세상에 있는 많은 힘든 사람들에게 제가 커다란 개가 되어서 위로를 해준다면 하는 상상으로 그렸는데 이 그림을 보고 많은 분이 좋다고 해주시고 손편지도 써주신 분들이 있었어요. 그래서 제가 또 그리고 또 그리게 되는 그림인 것 같아요. 사람은 그 어떤 몸에 좋은 것을 먹는 것보다 위로를 먹는 게 살아가는 에너지를 몇 배는 더 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여러분도 서로 위로 많이 하고 상대방의 마음을 좀 더 많이 헤아려주셨으면 좋겠어요.

소중한 사람


우리는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 편하다는 이유로 쉽게 화를 내기도 하고, 마구 짜증을 내기도 합니다. 그러고는 다른 사람보다 쉽게 생각하거나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고 말하죠. 하지만, 제 생각은 달라요. 나와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을 편하다는 이유로 쉽게 대한다면, 처음 내 마음이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쉽게 대하고 함부로 대하는 나의 행동이 결국 나의 마음까지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가까운 사람일수록 더 좋게 이쁘게 대한다면, 내 마음도 더 이뻐지고 사이도 더 좋아질 거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가 넓혀지면 사회 전체가 더 밝아지고, 이뻐질 거라고 생각해요. 제 곁에 소중한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고마워요 사랑해요.

엄마의 마음


제 셋째 동생 유정이가 특수학교에 다니고 있어요. 언제 한번 엄마가 유정이 학교 데려다줄 때 따라간 적이 있는데, 거기 어떤 엄마가 어떤 형아를 학교에 들어가라고 하고서 한참을 뒤에서 지켜보더라고요. 그 광경을 보니까 여러 가지 생각이 났어요. 학교가 아니라, 앞으로 그 형아가 혼자 걸어가야 할 인생길이라고 생각했을 때, 뒤에서 보내는 엄마의 마음에는 눈물이 날 것 같아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깊은 사랑의 눈물이에요. 그 엄마의 마음을 이 그림에 담고 싶었어요.

바람 부는 날


제가 바람을 참 좋아해요. 바람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저한테 많은 걸 생각하게 해주고 또 많은 걸 느끼게 해주는 것 같아요. 그래서 자연은 항상 영향을 주고받고 사랑도 주고받고 살아간다는 걸 느끼게 해주죠. 저는 하늘에 날아가는 작은 새를 보고 외로울 것 같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그때 엄마가 그 새는 바람과 함께 있다는 거예요. 그래서 혼자가 아니라는 거예요. 태양이 대지를 따뜻하게 해서 바람을 만들어냈다는 거예요. 결국 그 작은 새는 태양의 따스함을 받으면서 날아가고 있었던 거예요. 우리도 누군가를 사랑하고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살아갈 수가 없어요. 그리고 우리는 이미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로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글=한은정 기자 han.eunjeong@joongang.co.kr, 사진=임익순(오픈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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