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끼로 창문 다 깨면서 올라가자" 52명 살린 베테랑 소방관 기지
지난 17일 새벽 안산시 6층짜리 모텔 상가 화재로 대형참사가 날 뻔했지만 현장 소방관 팀장의 기지로 전원 구조된 사실이 알려졌다. 열기가 강해 접근이 어려운 상황에서 소방관들은 도끼를 들고 층별 계단에 있는 창문을 하나씩 깼다.
불은 오전 3시 38분쯤 상가건물 1층 음식점에서 시작됐다. 이 건물 5~6층에 각각 다른 모텔이 있었고 주말이라 숙박객도 가득했다고 한다. 소방 지휘부는 대형 인명피해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대응2단계를 발령해 인력 233명, 장비 82대를 투입했다. 대응2단계는 인근 5~6곳의 소방서에서 인력과 장비를 집중 동원한다.
투숙객들은 창문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살려 달라"고 외치는 상황이었다. 이때 안산소방서 119구조대 박홍규(소방위) 3팀장의 신속한 판단이 정확했다. 손도끼로 복도에 있는 창을 다 깨면서 진입하라는 지시였다. 박 팀장은 "처음 도착했을 때 열기와 연기가 최고조였고 '상가에 모텔이 있다', '살려달라는 신고가 계속 들어온다'는 무전이 엄청 들어왔다"고 당시 현장을 전했다.
이어 "저를 포함해 구조대원 5명이 2층으로 진입했는데 열기 때문에 올라갈 수 없어 1층으로 다시 내려왔다"면서 "자세히 보니 층별 계단 쪽마다 큰 창문이 있었다. 다시 2층에 올라가 도끼로 깨보니 생각보다 잘 깨지더라. 대원들에게 창문을 다 깨서 열기와 연기를 빼며 올라가자고 했다"고 말했다.
구조대가 모텔이 있는 5층에 도착할 때는 이미 복도에 1명이 쓰러져 기침을 하고 객실 안까지도 연기가 차는 등 급박했다. 투숙객들에게 마스크를 씌워 한 명씩 계단으로 내려보내며 구조가 진행됐다. 대원들은 10번 이상 건물을 뛰어 오르내리며 총 49명을 구조했다. 이 중 2명은 중상을 입었지만 생명에 지장은 없다. 3명은 스스로 대피했다.
구조된 이들 중 지상에 설치된 에어매트로 뛰어내려 목숨을 건진 시민도 2명이다. 지난 8월 부천 화재 이후 에어매트 구조 훈련이 보강됐고 이번에 효과를 본 것이다. 부천 화재때는 2명이 7층에서 에어매트로 뛰었다가 숨졌었다.
박 팀장은 "31년째 소방관으로 일하고 있다. 화재 현장을 보는 순간에, 또 모텔이 있다는 말을 듣는 순간 '부천 호텔 화재'가 확 생각났다"며 "그 화재로 인해 저희가 토론하고 훈련도 많이 했다. 힘들다는 생각은 들지도 않고 구해야겠다는 다짐만 했다"고 말했다.
김철웅 기자 kim.chulwo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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