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 역대급 환율에 역대급 수익 전망…국민연금은 年 140兆↑

오유교 2024. 11. 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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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해외 익스포져→고환율→고수익 전망
국민연금, 지난해 수익률 넘을수도…150兆 수익 가능할듯
해외투자, '환율효과'에 주식·채권 상승까지 '역대급'

원·달러 환율 고공행진으로 해외 익스포져(위험 노출액)가 높은 연기금·공제회가 올해 '역대급' 수익률로 마감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달러로 투자한 해외자산을 원화로 환산한 평가액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환율 상승분만큼 평가액에 고스란히 반영되는 만큼 환율은 1년 '농사'를 좌우하는 중요한 변수다.

18일 투자은행(IB) 업계 고위 관계자는 "환율 효과에 따라 국민연금은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더 높은 수익률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2023년 국민연금의 수익률은 14.14%, 수익금은 127조원이었다. 1988년 기금 설립 후 최대 수익률이었다. 지난해와 같은 수익률로 가정할 경우 올해 수익금은 146조원으로 계산된다. 올해 연간 보험료 지출액(예상) 45조원의 3배를 웃도는 규모다. 1년 수익금으로 3년 치가 넘는 곳간을 채우는 것이다. 해외투자 비중이 높은 다른 연기금이나 공제회도 환율 효과에 따른 '훈풍'이 기대되고 있다.

해외투자 환경 '역대급'…韓은 '백스텝'

올해 해외투자 환경은 그야말로 역대급이다. 원·달러 환율은 작년 말 1294.40원에서 14일 현재 1405.43원으로 8.58% 상승했다. 달러 를 그냥 갖고만 있어도 두 자릿수에 육박하는 수익률을 기록하는 셈이다. 같은 기간 미국의 대표 지수 중 하나인 S&P500은 24.7% 상승했으며 23개 선진국의 종목을 종합한 지수인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국제지수는 18.9% 올랐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하반기 들어 상승으로 전환하면서 4.449%를 기록 중이다.

이런 종합적인 환경을 고려하면 해외자산의 벤치마크 수익률은 20%를 웃돈다. 국민연금은 상반기(1~6월)에 국내외 자산을 합쳐 9.71%의 운용 수익률과 수익금 102조원을 기록했다. 해외주식의 경우 이 기간 수익률이 20.47%였다. 하반기 이후 국내 증시와 채권이 부진했지만,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증시와 원·달러 환율, 미국 국채 수익률은 상반기보다 상승했음을 고려하면 이를 만회하고도 남는다. 국민연금은 8월 말 현재 1138조원의 자산을 보유 중이며 이 중 국내 주식·채권 합계가 486조원(42.7%), 해외 주식·채권·대체투자 합계가 651조원(57.2%)이다. 나머지 1조원가량은 유동성 대응을 위한 단기자금이다.

해외 익스포져에 투자 희비 엇갈려

국민연금뿐만 아니라 해외 익스포져가 높은 다른 연기금도 역대급 수익률이 기대되고 있다. 해외 자산 비중(주식·채권·대체투자)이 39.8%인 사학연금도 지난해 운용수익률 13.5%에 이어 올해 수익률도 양호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무원연금 역시 해외 익스포져가 40%가 넘는다. 경찰공제회·한국교직원공제회·행정공제회·군인공제회의 경우 전체 자산에서 대체투자 자산 비중이 60%가 넘는데, 이 중 해외 투자가 절반이 넘는다. 반면 국내 투자 비중이 높은 기관은 수익률 '비상'이다. 한 기관의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환율은 1년 농사의 가장 중요한 리스크이자 기회"라며 "내년 출자 계획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한편 고환율로 인해 해외 신규 출자를 당장 늘리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현물로 사들이기에는 부담스러운 가격일뿐더러 환율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외환 당국의 눈치를 봐야 하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국민연금의 '등판론'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국민연금은 한국은행과 연간 500억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 계약이 체결돼 있으며, 전략적 환 헤지 비율도 최대 10%까지 가능하다. 환율 비상사태가 올 경우 해외자산 중 10%(400억달러 이상)까지 원화로 바꾸면서 환 헤지에 나설 수 있다는 얘기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트리거(방아쇠)가 되는 가격까지 오를 경우 환 헤지를 실행하게 돼 있다"며 "이와 관련해 아직은 외환 당국으로부터 연락받은 것은 없다"고 했다. '트리거 가격'은 공개 자체만으로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기밀 사항이다.

오유교 기자 56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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