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에 한 건꼴 거래되던 성동구 대단지 대출규제 이후 '0건'
금융당국의 대출 규제가 본격화한 9월 이후 서울 아파트 거래가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거래가 줄면서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지수는 9개월 만에 하락 전환했다.
17일 중앙일보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분석(14일 신고 건까지 집계)한 결과, 9월 이후(9~10월) 서울 아파트 거래 건수는 1만422건으로 거래량이 크게 늘었던 지난 6~7월(1만6462건)과 비교해 63.3%가 감소했다. 아직 10월 거래의 신고 기한이 보름가량 남아 있지만, 흐름의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3월부터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등 상급지를 중심으로 거래가 늘고, 아파트값이 급등세를 보이자 금융당국은 9월부터 대출한도를 줄이는 2단계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을 시행하는 등 ‘돈줄 죄기’에 나섰고, 이후 상황이 반전됐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거래일 기준)은 6월 7593건, 7월 8869건으로 급등하다 8월 6285건으로 줄더니, 9월(3011건)과 10월(3029건) 3000건대로 감소했다.
성동구 1200가구 아파트 거래 실종
1226가구 규모의 서대문구 북아현동 ‘힐스테이트신촌’은 6~7월에만 28건의 거래가 이뤄졌지만, 9월 이후 한 건도 거래되지 않았다. 1193가구인 성동구 금호동1가 ‘e편한세상금호파크힐스’도 6~7월 25건으로 사흘에 한 건꼴로 거래가 이뤄졌는데, 대출규제 이후 거래(0건)가 뚝 끊겼다.
9510가구로 국내 최대 규모 단지인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는 6~7월 121건에 달하던 거래량이 31건으로 70%(74.4%) 이상 줄었다. 송파구 신천동 ‘파크리오’(6864가구·117→17건), 강동구 고덕동 ‘고덕그라시움’(4932가구·81→5건) 등 다른 초대형 단지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6~7월 적어도 하루 한 건씩 대출 업무를 처리했지만, 최근에는 일주일에 한 건 정도로 일감이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성동구 금호동에서 영업 중인 한 공인중개사는 “매수자 대부분이 주택담보대출을 활용해 매수 자금을 조달하는데, 대출 한도가 줄고 금리가 오르면서 매수 문의 자체가 크게 줄었다”며 “6~7월 아파트값 상승세가 이어지자 집주인들이 호가가 크게 올렸는데, 좀처럼 가격을 내리지 않는 것도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런 ‘거래가뭄’은 특정 대단지에 국한되지 않는다. 올해 한 건이라도 거래가 신고된 서울 아파트 단지 4868곳 가운데 9~10월 거래가 없는 단지는 2443곳으로 절반(51.0%)이 넘는다.
상급지 거래량 급감...갈아타기 매수세 타격
거래량 감소는 올해 가격이 크게 올랐던 이른바 상급지에서 두드러진다. 서울 자치구별 6~7월 아파트 거래량 대비 9~10월 거래량을 분석해보니, 서초(-77.3%)·광진(-76.7%)·강동(-74.2%)·송파(-72.2%)·성동구(-70.7%) 등 상급지의 거래량 감소 폭이 크게 나타났다. 도봉(-46.7%)·강북(-48.7%)·종로(-49.1%) 등 서울 외곽지역의 감소 폭이 상대적으로 적다.
올해 서울 아파트 거래는 상급지 갈아타기 매수세가 주도했다. 올해 1~7월 서울 주택 매수자의 자금조달계획서를 분석한 결과 63.2%가 갈아타기로 추정됐다.
‘강남 3구’, ‘마용성’, 강동·동작·양천·영등포 등 상급지로 매수세가 몰렸는데, 이들은 평균적으로 7억원가량의 부동산을 처분해, 14억원의 주택을 매수했고, 이 중 절반 이상(56.6%)은 평균 4억8000만원가량의 주담대를 받았다. 그러나 최근 대출 한도가 줄면서, 주담대를 지렛대 삼은 상급지 갈아타기 매수세가 급감한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 9개월 만 하락 전환
거래가 줄면서 가격 상승세도 주춤하다. 한국부동산원의 9월 서울 아파트 매매 실거래가격지수는 한 달 전보다 0.01% 하락했다. 지난해 12월(-1.19%) 이후 9개월 만에 하락 전환한 것이다. 현재까지 거래 신고건을 대상으로 조사한 10월 실거래가격 잠정지수 변동률도 -0.36%로 전망됐다.
전문가들은 이런 흐름이 내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내년에도 정부의 가계부채 총량관리 정책은 지속할 것으로 보이고, 전반적인 경기 회복도 더디다”며 “내년 집값이 올해 같은 가격 상승을 보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도 “서울 아파트값은 급격하게 하락할 가능성은 작지만, 내년까지 약보합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다. 이재국 한국금융연수원 겸임교수는 “9~10월 두 달간 거래량 감소만으로 시장을 속단하기 어렵다”면서도 “11~12월에도 거래량이 줄어든다면 예상보다 가격 약세가 오래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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