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김재곤 (5) 사고 낸 택시 기사 허위신고로 꼼짝없이 덫에 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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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중반부터 닭에 치여 살았다.
택시기사도 귀했던 시절이라 취업은 쉬웠다.
택시 기사 수입만큼 월급을 줄 테니 다시 닭 유통 일을 해보라는 것이었다.
거래처에 닭을 내리고 출발하려는데 다친 중학생들을 싣고 달려온 택시기사가 내 옆에 급정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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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촌 형 제안으로 닭 유통 일 맡게 돼
새벽 배송하다 자전거 사고에 휘말려
10대 중반부터 닭에 치여 살았다.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달라지는 게 없었다. 벌이도 변변치 않았는데 그마저도 동생들에게 보내고 나면 미래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자동차 정비 자격증엔 실패했어도 운전면허증 시험은 가능할 것 같았다. 당시 운전면허증은 지금과 아주 달랐다. 특히 필기시험이 어려웠지만 포기할 수는 없었다.
고된 일과가 끝나면 책상 앞에 앉았다. 시험은 한남동 면허시험장에서 봤고 다행히 한 번에 합격했다. 19살이던 1977년 1종 보통운전면허증을 받았다. 내 힘으로 뭔가를 이뤘다는 보람이 컸다. 이 면허증이 있으면 택시 운전을 할 수 있었다. 면허증을 딴 이듬해 택시회사의 문을 두드렸다. 택시기사도 귀했던 시절이라 취업은 쉬웠다. 기사가 된 첫날 파란색 포니 택시를 끌고 나가 7000원을 벌었던 기억이 난다. 택시 일이 손에 익자 수입이 늘었다.
목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물론 동생들 학비와 생활비를 대느라 삶이 크게 나아지진 않았다. 그래도 저축도 조금씩 하게 됐다. 200만원을 모으면 한시택시(개인택시)를 살 수 있었다. 꿈이 생기니 일도 보람 있었다.
1년쯤 일했을 때였다. 사촌 형에게 연락이 왔다. 택시 기사 수입만큼 월급을 줄 테니 다시 닭 유통 일을 해보라는 것이었다. 닭과 대체 무슨 인연인지, 마치 무언가에 홀린 듯 사촌 형의 제안을 수락했다.
닭을 트럭에 싣고 서울과 경기 곳곳을 누볐다. 그러던 중 해외 취업을 하기로 마음먹고 대형 1종 면허도 취득한 뒤 대우건설 해외 파견 근무 시험과 신체검사까지 합격했다. 그 시절 해외 취업을 하고 돌아오면 수천만 원을 벌 수 있었다. 개인택시는 물론 동생들과 함께 지낼 전셋집도 마련할 수 있는 큰돈이었다.
호사다마라고 했던가. 그해 4월 20일로 기억한다. 새벽 배송을 하던 중 미아리고개를 지나 인수동에 있던 마지막 거래처로 향하던 길이었는데 내 근처에서 사고가 났다. 삼양동 고갯길에서 좌회전하기 위해 기다리는데 중학생 둘이 자전거를 타고 내리막길을 내려오다 내가 탄 트럭을 스친 뒤 옆에 있던 택시를 들이받고 나뒹굴었다.
내 차와 추돌한 건 아니었지만 학생들 상태가 궁금해 내리려 하자 옆에 있던 고참 직원이 그냥 가자고 보챘다. 그때 자리를 뜬 게 문제였다. 거래처에 닭을 내리고 출발하려는데 다친 중학생들을 싣고 달려온 택시기사가 내 옆에 급정거했다. “왜 뺑소니했냐”고 따지는 것이었다. 어처구니가 없었다. 내 차에는 그 어떤 사고 흔적도 없었다. 택시는 달랐다. 그런데도 기사가 막무가내로 내게 책임을 덮어씌우는 것이었다. 황당하게도 거짓 목격자까지 등장했다. 바로 동료 택시 기사였다. 그들은 입을 맞추고 거짓 진술서를 작성했다.
꼼짝없이 덫에 걸리고 말았고 경찰서 유치장에 갇히는 신세가 됐다. 너무 억울했지만 사고 조사는 내게 불리한 방향으로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결국 서대문구치소에서 재판을 받게 됐다. 며칠 후면 비행기에 오를 예정이었는데 이런 황당한 일을 겪고 나니 앞이 보이지 않았다. 분노가 눈을 가렸다. 무고로 구속되다니. 억울해 잠을 청할 수도 없었다.
정리=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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