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항소는 장외의 정치 말고 법리로 해야 한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 판결 직후 장외 선동에 올인
‘미친 판결’ ‘역사 법정’ 겁박 대신 법리만이 해법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그제 서울 광화문 장외집회에서 “이재명은 결코 죽지 않는다. 함께 싸우자”고 외쳤다. 지난 15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지 하루 만에 나온 반응이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미친 정권에 미친 판결”이라고까지 했다. “판사들이 검찰 독재정권의 정적 제거에 부역한 정치 판결”이라고도 했다. 김윤덕 사무총장은 어제 경기도 국감 회의록을 출력해 취재진에게 뿌리며 “재판부가 법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판결했다”고 주장했다. 당 대변인은 “(이 대표의) 언론 인터뷰와 국감 발언을 단죄하는 건 법 기술자들의 사악한 입틀막”이라고 말했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대법원 내년 예산을 정부 원안보다 246억원이나 더 늘려주며 회유하더니 판결이 나오자마자 판사들을 향해 무섭게 좌표를 찍어대고 있다. 판결 불복에 나서는 모습이 참으로 볼썽사납다.
민주당은 이 대표 유죄 판결을 문제 삼아 ‘사법 살인’ ‘정치 탄압’ 등의 용어를 써가며 장외 여론전에 나설 뜻을 밝히고 있다. 기댈 건 심판정 밖 외엔 없다는 생각인 듯하지만, 이렇게 법치주의를 무시하고 거리로 나가 선동을 일삼는 데 얼마나 많은 국민이 고개를 끄덕이겠나. 이 대표는 과거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을 향해 “법률 해석은 범죄자가 아니라 판검사가 하는 것이다” “나쁜 짓 하면 혼나고, 죄지으면 벌 받는 게 당연하다”는 글을 SNS에 곧잘 남겼다. 지극히 당연한 이 이야기를 본인에게는 왜 180도 다르게 해석하는지 설명할 필요가 있다.
이 대표가 판결 직후 말한 “민심과 역사의 법정은 영원하다”는 말도 고개를 갸웃하게 한다. 현실의 법정과 역사의 법정이 뭐가 다르고, 법을 어겨도 민심의 잣대로 면책받는 게 당연하다는 얘기인가. 공허한 책임 회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그러고 보면 건설업자로부터 9억여원을 받은 혐의로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을 선고받았던 민주당 소속 한명숙 전 총리도 “역사와 양심의 법정에서 난 무죄”라고 항변했었다. 여하튼 1심 판결이 부당하다면 거리로 뛰쳐나가 선동하거나, 역사를 들먹일 게 아니라 치밀하고 논리적인 법리로 항소하면 될 일이다.
이 대표 사법 리스크의 볼모가 된 민주당도 이참에 각성하길 바란다. 총선과 전당대회를 통해 ‘이재명 일극 체제’가 된 이후 이성적 사고와 상식적 행동은 아예 모습을 감췄다. 이 대표의 호위무사를 자처하고 방탄 투쟁에 세게 나설수록 중도층은 물론이고 지지층마저 멀어지는 자충수가 될 수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지금 민주당이 해야 할 일은 장외 선동이 아니라 법리로 대응하되 사법부의 권위를 확실하게 인정하고 일단 겸허히 1심의 결과를 수용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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