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셋 코리아] 한·일 청년, 노동시장 상호 진입 쉽게 하자

2024. 11. 18.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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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민 한국외대 융합일본지역학부 교수

이번 학기 학부 수업에서 일본 국적 유학생이 8명이나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과거에는 중국 국적 유학생 비중이 높았지만, K-열풍과 함께 최근에는 다양한 국가 출신의 유학생이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일본 학생의 증가가 두드러진다. 학교 국제교류처에 문의해 보니 2년 전까지만 해도 58명이었던 일본 국적 학부 유학생 수가 올해는 146명으로 늘어났다. 대학원생과 어학연수생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훨씬 많아진다.

「 한국도 일손 부족 다가오지만
외국인 전문직 취업 장벽 높아
장벽 낮추면 한·일 경제에 활력

한국관광공사 통계에서도 이러한 흐름이 나타난다. 2023년 한국을 방문한 유학·연수 목적의 일본인 입국자는 1만3500명으로, 과거 어느 때보다 많았다. 올해는 9월까지 이미 1만2000명을 넘어 기록 경신이 확실시된다. 국적별 유학생 숫자는 중국·베트남·일본 순으로 많았는데, 특히 일본인 유학생은 매년 20%씩 증가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에게 익숙한 흐름은 한국 청년의 일본 유학과 취업이었다. 1965년 한·일 국교정상화 이후 60년간 많은 한국 청년이 일본으로 유학을 떠나 공부를 하고 일부는 현지에 정착했다. 최근 10년간 일본의 일손 부족과 한국의 청년 실업 속에서 한국 정부도 적극 지원에 나섰다. 2013년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주도한 K-Move 사업은 청년들의 일본 취업을 지원했고, 2018년 고용노동부와 외교부는 한·일 이음 프로젝트를 통해 5년간 1만 명의 청년이 일본에서 일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최근에도 KOTRA는 일본 취업을 희망하는 한국 청년들을 대상으로 정기적인 일본 잡페어와 역량 강화 세미나를 이어가고 있다.

2000년대 후반부터 일본은 노동 인구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외국인 유학생의 졸업 후 취업을 장려하고 특정 기술 분야에서 외국인 전문 인력의 체류를 확대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2012년부터는 ‘고도인재 포인트 우대제도’를 도입하여 고급 외국인 인재 유치에 나섰다. 현재 일본 내 고급 외국인 인재(기술·인문지식·국제업무 재류자격자) 수는 약 72만명으로 전체 외국인 취업자의 35%가 넘는다. 일본에 취업하는 한국 청년들도 이 고급 외국인 인재에 해당한다. 일본 기업의 낮은 초봉과 한국과의 기업문화 차이로 인해 일부는 한국으로 유턴하지만, 매년 많은 한국 청년들이 일본 기업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2024년 10월 기준 한국의 청년층(15~29세) 실업률은 5.1%이지만, 일하고 싶은 욕구가 완전히 충족되지 못한 노동력을 뜻하는 확장실업률은 24.5%에 육박한다. 40만명에 이르는 구직 단념자 네 명 중 한 명이 청년층일 정도로 청년 일자리 문제가 심각하다. 그러나 2028년부터는 경제활동인구와 취업자 수가 본격적으로 감소하기 시작하여 2032년까지 약 89만4000명의 추가 인력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이 겪는 심각한 일손 부족 문제를 한국도 곧 맞닥뜨리게 될 것이다. 세계 최저 수준의 합계출산율을 반전시키지 못한다면 한국도 일본처럼 외국인 전문 인력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체제를 마련해야 한다.

수업을 듣는 일본인 유학생들에게 한국 생활에 관해 물어보니, 모두가 한국을 매우 좋아하며 이곳에 취업하여 정착하고 싶어 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외국인 사무직 노동자를 채용하는 한국 기업은 극소수다. 반면 일본에서는 기업의 40%가 외국인 유학생을 채용한다. 한국에선 외국인이 E-7(특정활동) 비자를 받기가 만만치 않고, 대기업이 아니라면 선뜻 채용하기도 쉽지 않다. E-7 비자로 일하려면 기업은 전년도 국민 1인당 GNI의 80%인 3524만원(2023년 기준) 이상의 연봉을 지급해야 하지만, 한국 중소기업 대졸 신입사원의 평균 연봉은 2600만~3000만원에 불과하다.

내년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을 맞이해 양국 청년들이 서로의 노동시장에 더 쉽게 진입할 수 있는 특별 경로를 마련해주면 어떨까? 한·일 청년들은 전문 지식이나 기술을 보유한 화이트칼라 노동자에 해당하기 때문에 불법 체류에 대한 우려가 상대적으로 적고, 양국 경제력이 비슷해 임금 격차 문제도 크지 않다. 한·일 청년들이 서로의 노동시장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다면 양국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창민 한국외대 융합일본지역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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