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한국어의 소수자들

2024. 11. 18.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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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생활에서 경험하게 되는 가장 큰 낙차는 자연스럽고 자유롭게 언어를 구사할 수 없는 사람이 된다는 것이다.

만약 세계 공용어가 한국어라면 해외여행은 얼마나 수월해질 것인가? 어느 나라의 어디를 가도 모두가 한국어를 배우고 한국어로 우리와 대화하려 애를 써준다면? 한국 사회 내부에서 한국어가 지닌 패권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 곁에는 이 짧은 글을 읽기도 쉽지 않은 수준의 한국어를 구사하는 이들의 고군분투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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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오 시인


해외 생활에서 경험하게 되는 가장 큰 낙차는 자연스럽고 자유롭게 언어를 구사할 수 없는 사람이 된다는 것이다. 모국어가 아닌 언어를 사용할 때 우리가 경험하게 되는 두려움과 머뭇거림, 어색함의 순간들은 몸에 누적되어 행동과 표정을 변화시킨다. 외부자에 대한 적대감과 시혜적인 배려들을 동시에 수용해야 하는 시간은 스스로를 계속해서 타자화하는 습관에 길들여지도록 한다. 모국어를 사용하는 사회에서 언어의 모든 맥락과 뉘앙스를 이해한 상태로 발화하는 일과 습득한 외국어를 해당 언어 구사자들 사이에서 발화하는 일은 결코 같은 ‘말하기’의 범주에 놓일 수 없을 것이다.

베를린에 살면서는 빵 하나를 독일어로 주문하면서도 조심스럽다. 그러나 한국 내부에서만 살았다면 경험하지 않아도 되었을 불편한 경험들이 한국어로 글을 쓰는 작가로서, 또 시민사회에 속한 한 명의 인간으로서 너무나 필요했던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국어는 세계 전체에서는 소수 언어이지만 한국 사회 내부에서는 확고한 권력을 갖고 있다. 한국어를 온전히 구사하지 못하는 이들을 우리는 어린아이 대하듯 귀여워하거나 우리 사회의 타자로 대한다. 한국에 사는 1세계 백인 국민들이라면 그나마 처지가 나은 편이지만 오래도록 단일한 인종으로 사회를 구성해온 한국인들은 외부인을 향한 차별적인 언행을 서슴없이 구사하면서도 차별이라는 인식을 갖지 못하기 십상이다. 만약 세계 공용어가 한국어라면 해외여행은 얼마나 수월해질 것인가? 어느 나라의 어디를 가도 모두가 한국어를 배우고 한국어로 우리와 대화하려 애를 써준다면? 한국 사회 내부에서 한국어가 지닌 패권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 곁에는 이 짧은 글을 읽기도 쉽지 않은 수준의 한국어를 구사하는 이들의 고군분투가 있을 것이다. 외국인 연예인의 과정적인 한국어를 재밌어하기란 쉽다. 한국어로 된 문학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하고 한국어 음악이 빌보드에 오르는 시점에서 이제는 우리가 책임지고 직면해야 할 다른 일들이 있다.

김선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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