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포커스] 트럼프 월드 2.0과 한국

2024. 11. 18.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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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유권자의 압도적 선택으로 당선됐다.

돌아온 트럼프는 그에 대한 미국인의 기대가 크다는 점을 보여주지만, 대외적으로는 큰 우려를 낳고 있다.

두 번째 트럼프 행정부의 대외정책도 고립주의, 보호무역주의, 미국 우선주의, 거래적 접근 등의 경향을 띨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2기는 미국의 고립주의 회귀를 더욱 재촉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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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상윤 가톨릭대 국제학부 교수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유권자의 압도적 선택으로 당선됐다. 돌아온 트럼프는 그에 대한 미국인의 기대가 크다는 점을 보여주지만, 대외적으로는 큰 우려를 낳고 있다. 미국 대외정책에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집권했던 4년에 대한 기억이 아직 생생하다. 두 번째 트럼프 행정부의 대외정책도 고립주의, 보호무역주의, 미국 우선주의, 거래적 접근 등의 경향을 띨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러한 경향이 서로 어떻게 연결되고 조합돼 나타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혹자는 ‘고립주의와 충동적 국제주의’가 펼쳐질 것으로 전망했고 ‘비개입주의적 미국 우선주의’가 나타날 것이라는 설명도 있다.

고립주의는 미국 역사 초창기부터 20세기 중반까지 대체로 유지됐다. 1941년 일본의 진주만 공습을 계기로 비로소 미국은 국제적 위험이 결코 자국 이익과 떨어져 있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고 적극적 개입을 시작했다. 미국의 국제주의 노선은 이렇게 위기와 함께 찾아왔으며, 그런 측면에서 위기 국제주의라고 부를 수 있다. 이후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해 연합군의 승리를 가져왔고, 종전 후에는 자유주의 세계질서의 형성을 위해 적극적 역할을 담당하기 시작했다. 이후 미국이 벌인 소련 및 공산주의와의 냉전 대결은 그 연장선에서 이뤄졌다. 하지만 냉전 종식 이후 미국에서 세계질서 유지를 위해 미국의 책임 있는 역할이 필요하다는 생각은 점차 퇴조하고, 미국 우선주의가 재부상했다. 트럼프의 등장은 그러한 흐름의 귀결이었다.

트럼프 2기는 미국의 고립주의 회귀를 더욱 재촉할 듯하다. 공화당이 의회 상·하원을 모두 장악했기 때문에 행정부에 대한 의회의 견제를 기대할 수 없고, 트럼프 1기 때와 달리 ‘방 안의 어른들(adults in the room)’도 존재하지 않을 전망이다. 이미 트럼프는 자신에 대한 충성도를 최우선 기준으로 주요 인선을 시작했다.

다만 국제주의가 완전히 사라질 것 같지는 않다. 아직은 압도적인 미국의 힘이 필요한 나라들이 많다. 트럼프의 거래주의적 접근은 이런 수요를 지렛대로 삼아 협상을 통해 최대의 이익을 추구한다는 방식이다. 그러므로 때때로 힘을 과시해야 하고, 적대국과 우방국을 구별하지 않고 상대국에 협상과 거래의 기술을 써서 ‘딜 메이킹(deal-making)’을 추구한다. 단 장기적 군사개입은 회피할 것인데, 만약 미국에 장기적 개입 의지가 없음을 간파한 경쟁국이 강력 대응을 불사한다면 혼돈은 불가피하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정책은 트럼프 2기 대외정책의 최초 시험대가 될 것이다. 우크라이나 지원이 중단되고 러시아에 유리한 종전을 위한 압력이 가해진다면 이는 고립주의와 개입 회피가 실제화됨을 의미한다. 물론 힘의 과시를 위해 러시아에 대해 일시적으로 군사적 압박을 강화하면서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려 할 수도 있다.

대중 정책도 중요한 시금석이 될 것이다. 중대 위험에 처하면 발동되는 미국의 위기 국제주의가 중국의 도전을 과연 그런 정도의 위협으로 인식할지가 관건이다. 트럼프계 인사들의 대중국 강경 발언은 위기 국제주의의 가능성을 시사하지만, 힘을 과시하며 중국과의 유리한 딜 메이킹에 만족할 수도 있다.

우려되는 것은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장래다. 대한민국은 전후 자유주의 질서 속에서 안정과 번영을 구가해 왔다. 따라서 우리는 다시 도래한 트럼프 시대에서 단기적으로 어떻게 우리의 핵심 이익을 지킬 것인가 하는 문제뿐만 아니라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파괴를 최소화할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미국과의 딜 메이킹의 관점을 도외시할 수 없지만, 거기에만 머물러서도 안 될 것이다.

마상윤 가톨릭대 국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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