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때문에?…시진핑, 또 한국에 유화 제스처
지난 15일(현지시간) 2년 만에 페루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중국 역시 한반도의 긴장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16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회담에서 북한의 도발과 북·러 군사협력에 대해 “중국이 건설적으로 역할을 해 달라”고 말했다. 이에 시 주석은 “중국 역시 역내 정세의 완화를 희망하고, 한반도의 긴장을 원하지 않는다”며 “오로지 당사자들이 정치적 해결을 모색하기 위해 대화와 협상을 통해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해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답했다.
시 주석은 2년 전인 2022년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한국이 남북관계를 적극 개선해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또 시 주석은 윤석열 정부의 대북정책인 ‘담대한 구상’에 대해 “북한이 호응해 온다면 적극 지지할 것”이라고 조건부로 답했다. 2년 전만 해도 남북관계에 있어 한국에는 관계 개선의 ‘책임’을, 북한에는 ‘선택권’을 부각했던 시 주석이 올해 정상회담에선 ‘북한의 책임’도 함께 강조한 모양새다.
이와 관련해 중국 인민일보는 17일 보도에서 윤 대통령과 시 주석이 악수하는 사진을 1면 맨 위에 배치했다. 2022년 윤 대통령의 사진을 2면 맨 아래에 보도했던 것과 대비된다.
이런 기류는 16일 미·중 정상회담에서도 감지됐다. 시 주석은 “중국은 한반도에서 충돌과 혼란이 발생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역시 2년 전과는 톤이 달라졌는데 왕이 외교부장은 당시 회담 후 “시 주석은 한반도 문제의 매듭이 있는 곳을 정확히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며 “각자의 우려, 특히 북한의 합리적 우려에 대한 균형 있는 해결을 견지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중국은 지난 5월 한·일·중 정상회의를 4년여 만에 복원시켰다. 또 최근엔 한국을 무비자 국가에 포함했고, 주한 중국대사의 급을 높여 다이빙 주유엔 중국 대표부 부대표를 내정하는 등 한국을 향한 관계개선 시그널은 뚜렷해졌다.
이런 기류 변화는 내년 1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복귀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취임 후 미국의 대중 공세 강화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트럼프 2기 정부의 무역 공세와 안보 태세 변화(주한 및 주일 미군 위상 변화) 가능성을 우려하는 한국과 일본을 향해 중국이 조심스럽게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중국으로선 한·일이 극도로 경계하는 북·러 군사 밀착 움직임에 대해 여러모로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중국은 북한·러시아와 한 진영으로 묶이는 신냉전 구도를 경계하고 있다”며 “중국은 북·러 군사협력과 분명히 거리를 두는 동시에 북한의 러시아 파병에 대한 의미를 축소하고자 하는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향후 한·중 관계 개선의 정점이 될 수 있는 시 주석의 방한과 관련해선 이번 회담에서도 진전은 없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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