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일극체제는 시한부” “여당 반사이익 기대는 착각”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5일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으며 차기 대선 출마 여부가 불투명해지는 등 향후 정치 지형에 격변이 예상된다. 정치 원로와 전문가들은 “이 대표 당 장악력에 당장의 변화는 적을 것”이라면서도 “무기한 일극 체제에서 ‘시한부’ 일극 체제로 바뀌게 된 변곡점”이라는 의견을 냈다.
5선 국회의원을 지낸 정대철 대한민국헌정회장은 17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당이 요동치거나 (이 대표의) 리더십이 흔들리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앞으로 재판 결과와 민주당의 장래는 대단히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오는 25일엔 위증교사 사건 1심 선고도 앞두고 있다. 이 밖에도 대장동·백현동·위례신도시 개발 비리와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쌍방울 대북송금 재판이 줄줄이 남아 있다.
민주당 출신 한 정치평론가는 통화에서 “무기한 일극 체제가 이제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시한부’ 일극 체제가 됐다”며 “재판이 거듭될수록 비명계 일부에서 ‘뭔가 도모해볼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생각할 수 있고, 친명계에서도 ‘언제 어떻게 날아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다만 익명을 요청한 전 민주당 출신 인사는 “여당이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바라보듯, 야당은 ‘윤석열 대통령·김건희 여사 리스크’에 기대하고 있다”며 “민주당 내부에서 무언가 바꿔보자는 얘기가 분출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조귀동 정치컨설팅민 전략실장도 “(현 이 대표 체제에선) 중간 보스(boss)가 없고 자기 정치를 하는 사람이 없다”며 “(당장 대안이 없기 때문에) 외려 인위적으로라도 더 뭉치려고 하는 움직임이 강하게 일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28일 김건희 특검법 재표결을 앞두고 장외집회 등을 통해 대여투쟁 공세를 높이고 있다.
1심 선고 이후 이재명 일극 체제에 대한 회의론과 함께 김동연 경기지사, 김부겸 전 국무총리, 김경수 전 경남지사 등 비명계 ‘신(新)3김(金)’의 움직임도 관심사다.
하지만 민주당 싱크탱크에서 일했던 한 정치평론가는 “이들 인물의 부상은 반사이익 성격이 강하고, 자력으로 세를 키운 게 아니다”며 “당장의 ‘리더십 교체’는 기대할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대표의 1심 결과와 관련해 여권을 향해선 “여당 잘못이 이재명의 유죄 판결로 덮일 거라 생각한다면 ‘착각의 늪’에 빠진 것”(전 민주당 출신 정치평론가), “‘이재명 사법 리스크의 역설’을 조심해야 한다”(조귀동)는 진단이 제기됐다.
이 대표가 2선으로 물러나면서 중도 확장력이 뛰어난 대체 인물을 내세운다면 여당으로선 더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조 전략실장은 “이 대표가 설령 피선거권이 박탈돼도 ‘정치적 희생자’처럼 인식이 되고, 이 대표의 후광을 업은 누군가가 대선후보가 되면 외려 여권으로선 까다로운 게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 기댄 반사이익을 노리기보다, 자체적으로 윤 대통령 지지율에 대한 부정 평가를 잘 다뤄 심판론을 막아야 한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현실 정치 경험과 당내 기반이 부족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로선 이번 기회에 어떤 역량을 보여줄지가 더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김민정 기자 kim.minjeong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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