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피벗2 [김선걸 칼럼]
석 달 전 ‘이재명 피벗?’이라는 칼럼을 썼다(8월 5일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금투세 등 주요 정책에서 방향 전환의 결단을 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책임 있는 정치인으로 진화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총선에서 서울·수도권을 장악한 민주당이 금투세, 종부세 등 경제 이슈에 민감해지고 있다. 지역구인 수도권 유권자들의 목소리를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영남 텃밭에 몰려 중앙의 이슈에 둔감한 국민의힘 의원들과 대조적이다.
‘이재명 피벗’은 한층 본격화하고 있다. 강행하겠다던 금투세는 보류가 아니라 아예 폐지라고 공언했다.
11일 이 대표는 한국경영자총협회를 찾았다.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개정안에 대해선 기존 찬성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나 이날 “기업인 관련 배임제는 폐지하는 게 맞다”는 파격 발언을 내놨다. 민주당도 당황했지만 기업인들도 놀랐다. 오른쪽 깜빡이인지 왼쪽 깜빡이인지 헛갈릴 것이다.
12일에는 민주당이 국회 산업자원위원회에서 원전 예산 2138억원을 합의했다. 정부 원안보다 1억원 증액됐다. 지난해 민주당은 단독으로 원전 예산을 전액 삭감했었다. ‘이재명의 민주당’은 원전 생태계를 망가뜨린 문재인정부와 반대쪽으로 발을 뗐다.
이 대표는 총 7개 사건으로 기소돼 4개 재판부에서 재판받고 있다. 절박할 것이다. 유일한 희망은 정치적 확장이다. ‘피벗’도 그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절박해서든 자진해서든, 어쨌든 국민 목소리를 경청하는 것은 긍정적이다.
자세히 보면, 이 대표는 실정을 거듭했던 文정부의 굴레를 한 개씩 벗어가고 있다. 일단 文정부 당시 무려 25차례의 반시장 정책으로 집값을 폭등시켰던 부동산 분야. 이 대표는 당내 반발에도 아랑곳 않고 “1가구 실거주 1주택에 대해 종부세를 대폭 완화할 필요가 있다(7월 당대표 후보 토론회)”고 말했다. 종부세 폭탄이 트레이드마크인 文정부 꼬리 자르기다.
다음은 기업 관련이다. 文정부 검찰은 대기업 총수들을 줄줄이 구속시켜 경제에 오래 부담을 줬다. 이 대표는 “기업인 관련 배임제는 폐지하는 게 맞다(11월 경총)”고 말했다. 여기에 文정부의 탈원전은 이번 예산 복원(11월)으로 발을 뺐다. 앞으로 이런 행보는 계속될 것이다.
정치인이 유권자들 목소리를 듣고 변하는 것이 당연하다. 문제는 과연 진정성이 있느냐다. 일관성, 지속성, 현실성이 있어야 한다. 흔들리지 않고 금투세 같은 정책을 견제해야 하고, 당내 반발에도 탈원전이나 종부세 완화를 지켜내야 하고, 의원들과 입법으로 실행에 옮겨야 한다.
이른바 ‘수권 능력’을 입증하려면 그래야 한다. 민노총 같은 지지 세력과 갈등을 감수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얘기들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존경한다고 했더니 진짜 존경하는 줄 안다’며 말을 쉽게 뒤집었던 이 대표다. 그래서 의심은 가시지 않는다.
‘이재명 피벗’은 아직 말의 잔치다. 이제부터 진심을 확인할 시간이다. 그 핵심이 금투세, 종부세, 상법 개정 같은 경제 이슈다.
미국 47대 대선에서 트럼프의 당선 원인을 놓고 여러 분석이 나온다. 필자가 보기에는 단순하다. 미국 유권자 다수는 트럼프가 해리스보다 미국 경제 성장에 적임자라고 판단한 것이다. 1992년 미 대선에서 클린턴이 승리할 때 ‘It’s the economy, Stupid!(문제는 경제야, 바보야)’이라 외친 것과 똑같다.
경제를 잡는 사람이 승리한다. 경기가 차갑게 식어가는데 용산과 국민의힘은 어디서 뭘 하고 있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85호 (2024.11.20~2024.11.2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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