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논술시험 효력정지 불복 이의신청…수험생 혼란 가중
‘시험문제 유출 논란’을 겪은 연세대가 법원이 내린 논술시험 효력정지 결정에 불복했다. 학교가 항고 방침을 밝히면서 법정 공방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수험생들의 혼란은 더해지고 있다.
연세대는 지난 15일 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21부(부장 전보성)에 이의신청서와 신속기일 지정신청서를 냈다. 사실상 항고 절차에 들어간 것이다. 재판부가 이날 “논술시험의 공정성이 중대하게 훼손돼 수험생 측의 공정한 진행에 대한 신뢰 내지 기대권이 침해됐다고 볼 여지가 크다”며 2025학년도 수시 모집 자연계열 논술시험 효력정지한 데 대해서다. 앞서 수험생들은 ‘논술 시험을 다시 보게 해 달라’며 낸 본안 소송의 결론이 나올 때까지 시험의 효력을 정지시켜 달라며 지난달 21일 가처분을 냈다.
연세대는 “항고심 결정까지 내려진 이후에 논술 시험의 모집 인원을 정시로 이월할 것인지 여부 등을 결정하겠다”며 “다음달 13일까지 항고심 결정을 받을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빠른 시일 내에 심문 기일을 지정해달라”고 했다. 가처분 소송의 피고일 경우 이의 신청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아야 항고를 제기할 수 있다.
그간 연세대는 “소수 부정 행위자의 잘못으로 재시험을 치르는 건 타당하지 않다”거나 “논술 시험의 공정성은 훼손되지 않았다”는 등 재시험 불가 입장을 보였다. 내부에선 “오히려 우리가 피해자”라거나 “억울하게 학교만 비판을 받고 있다” 등의 반응도 있다고 한다. 연세대 관계자는 “이의신청은 법원의 판단을 다시 구하겠다는 취지로, 재시험 여부 등은 구체적으로 결정된 게 없다”고 설명했다.
연세대의 항고 방침에 따라 가처분에 대한 법원 결정은 항고심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결정을 다시 기다려야 하는 수험생들은 답답해하고 있다. 연세대 수시 모집 논술 시험에 응시한 이모(18)군은 “학생의 인생이 걸린 문제인데 학교는 수수방관하고 있다”며 “후속 조치를 빨리 결정해야 수험생도 그에 맞춰 대비할 것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 박모(18)양도 “수시 모집 인원이 정시로 이월된다면 6회로 제한된 수시 기회 중 하나를 날리게 되는 것”이라며 “학교가 관리를 부실하게 해서 입학 기회가 사라지면 어떻게 보상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수험생·학부모 측 대리인인 김정선 일원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연세대가 재시험을 하지 않기 위해서 시간 끌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며 “법원이 가처분 결정을 통해 당시 시험이 공정하지 못하다는 걸 대부분 인정한 만큼, 연세대가 빨리 재시험을 준비하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지난 14일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치러진 뒤 입시 경쟁도 본격화된 가운데 연세대의 최종 결정이 늦춰지면서 수험생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다음달 13일엔 수시 합격자 발표, 27일엔 수시 미등록 충원 등록 마감이 예정돼 있다. 한 서울권 대학 관계자는 “수시 합격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법원 결정에 따라 각 대학의 수시 합격자가 바뀔 수 있다”며 “수험생 혼란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주장했다. 다른 대학 관계자는 “만약 수시 모집 인원이 정시 모집 인원으로 이월하게 된다면 정시 합격 컷도 크게 변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이찬규 기자 lee.chank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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