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APEC서 전방위 외교전…한중·한미일·한일 연쇄 정상회담(종합)
한중 정상 2년 만에 회담…관계 개선 물꼬
내년 APEC 경주에서 "미래 청사진 제시"
윤석열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페루 리마에서 개최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페루 공식 방문 일정을 마치고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로 이동했다. APEC 정상회의는 '트럼프 2기'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경계감 속에 16일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21개 아시아·태평양 참여국들은 자유롭고 예측 가능한 무역 투자 환경 조성을 골자로 한 '마추픽추 선언'을 채택, 다자주의 무역에 대해 지지를 재확인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함께 한·미·일 정상회담을 갖고, 3국 협력 사무국 설치 합의 성과를 남겼다. APEC 기간 한미일을 비롯해 한중, 한미, 한일, 한·페루 등 총 8개의 정상회담을 잇달아 진행하며 전방위 외교전을 펼친 윤 대통령은 북한의 도발과 러시아 파병을 규탄하는 한편 아·태국 들과의 경제 협력 증진에 나섰다.
다만 이번 순방에서 관심을 끌었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과의 '깜짝 회동'은 트럼프 캠프 측이 내년 1월 취임 전 해외 정상 간 공식 회동은 어렵다는 의사를 타진하면서 내년으로 순연됐다.
한미일 정상, 공고한 협력 재확인
1년 3개월 만에 재회한 한·미·일 정상은 15일 페루에서 진행된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지난해 캠프 데이비드 합의로 출범한 협력 체계를 계속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3국 협력 사무국을 설치키로 합의했다. 3국 협력 사무국은 안보·경제·첨단기술·인적교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진행되는 협력 사업을 점검·조율하는 기능을 수행하는 제도적 장치다. 윤 대통령은 "글로벌 복합위기 속에서 한미일 협력은 3국 모두의 국익에 부합할 뿐 아니라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필수적"이라며 "최근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에서 볼 수 있듯이 엄중한 역내 외 안보 환경은 한미일 3국 협력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고 있다"고 말했다. 사무국은 3국 간 합의에 따라 한국, 미국, 일본 순서로 2년씩 돌아가면서 수임하게 되며, 조만간 우리 외교부 내에 사무국을 설치해 2년간 운영할 예정이다. 윤 대통령은 "한·미·일 협력 사무국은 3국 간의 더 큰 협력을 이끄는 든든한 기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퇴임을 2개월 앞둔 바이든 대통령과 10분간 '고별회담'에 나선 윤 대통령은 그간 외교·안보 성과를 함께 회고하고, 향후 긴밀한 한미 관계를 이어가기로 소통했다. 윤 대통령은 "한미동맹 강화와 한·미·일 협력에 기여한 바이든 대통령에게 감사하다"며 "제 임기 전반기 중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대부분의 외교·안보 성과가 바이든 대통령과 함께 이뤄낸 일"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에 적극적으로 공감했으며, "앞으로 미국의 새로운 리더십 출연에도 불구하고 계속 윤 대통령과 한미 관계를 성원하고 뒤에서 돕겠다"고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15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도 테이블에 마주 앉았다. 2022년 11월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가진 회담 이후 2년 만이다. 윤 대통령은 "글로벌 안보와 경제 질서가 격변하는 가운데 한중 양국이 여러 도전에 직면해서 긴밀한 소통과 협력을 지속해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尹 "韓 기업 살펴달라"…시진핑 "수교 초심 고수"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윤 대통령은 북한의 지속적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포함한 군사 도발, 러시아와의 군사 협력에 대해서 한반도 역내 불안정을 야기하는 행동으로 중국의 건설적인 역할을 당부했다. 이에 시 주석은 "중국 역시 역내 정세의 완화를 희망하며, 한반도의 긴장을 원하지 않는다"면서 "오로지 당사자들이 정치적 해결을 모색하기 위해 대화와 협상을 통해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해나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양 정상은 이날 회담에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의 후속 협상을 가속하기로 합의했다. 윤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예측 가능하고, 안정적 환경 속에서 기업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잘 살펴달라"고 요청했다.
시 주석은 "지난 2년 동안 국제·지역 정세가 많이 변했고, 중·한 관계가 전반적으로 발전의 모멘텀을 유지했다"고 평가한 뒤 "정세가 어떻게 변화하든 중·한 양국은 수교의 초심을 고수하고, 선린우호의 방향을 지키며, 호혜 상생의 목표를 견지함으로써 지리적으로 가깝고, 문화가 서로 통하며, 경제가 서로 융합된 장점을 잘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중 정상은 상호 국가 방문을 제안했으며, 두 정상 모두 초청에 감사를 표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시 주석이 윤 대통령을 먼저 초청했고, 윤 대통령도 시 주석의 방한을 제안했다"며 "내년 가을쯤에 우리가 APEC 경주 회의를 주최하기 때문에 시 주석께 자연스럽게 방한해 달라고 했으며, 두 정상 모두 ‘초청에 감사하다’고 대답했다"고 전했다.
이시바 日 총리 두 번째 정상회담…셔틀 외교 지속
16일에는 윤 대통령과 이시바 일본 총리가 페루서 50분간 두 번째 정상회담을 하고 셔틀 외교 지속에 합의했다. 양 정상은 러·북 간의 군사협력에 대해서 강한 우려를 표하는 한편 내년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이해 한일 관계를 한 단계 더 높이 발전시켜 나가기로 했다. 또 국제사회가 북한에 대해 단합된 메시지를 계속 발신할 수 있도록 한일 양국이 더욱 긴밀히 공조해 나가자는 데 합의했다. 양 정상은 미국 신행정부 하에서도 한·미·일 협력 체계를 계속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협력하기로 했으며, 한·미·일 협력에 대한 미국 조야의 초당적 지지가 있는 만큼 차기 미국 행정부와도 3국 협력을 잘 이어 나가기로 했다.
같은 날 윤 대통령은 디나 볼루아르테 페루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해군함정 공동 개발을 비롯한 국방, 방산 분야 협력을 더욱 확대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2012년 우리 KT-1P 기본훈련기 20대의 수출을 시작으로 양국은 긴밀한 방산 협력 관계를 이어왔고, 올해는 우리 기업이 페루 육군과 해군의 전략적 파트너로 선정돼 핵심 사업을 함께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과 볼루아르테 대통령은 한국 기업이 페루 조선소에서 건조하는 함정에 부착할 명판에 함께 서명했다. 윤 대통령은 "이 명판은 앞으로 더욱 깊어질 양국 간 방산 협력 파트너십의 증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16일 르엉 끄엉 베트남 신임 국가주석과 첫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간 교역·인프라·핵심 광물 공급망·방산 협력을 확대해 나가기로 하는 등 릴레이 양자 회담에 나섰다.
내년 APEC 정상회의는 '우리가 만들어가는 지속가능한 내일'을 주제로 우리나라 경주에서 열린다. 윤 대통령은 "페루의 성과를 바탕으로 대한민국은 2000년의 역사를 간직한 문화 도시 경주에서 2025년 APEC 정상회의를 개최한다"면서 "우리는 내년 정상회의에서 더 긴밀하게 연결되고, 더 혁신하며, 번영하는 아·태지역을 만들 미래의 청사진을 제시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리마=서소정 기자 s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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