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자는 폭도, 신상 털겠다"…젠더갈등 번진 동덕여대 사태
‘남녀공학 전환’ 논의에 반대하는 동덕여대 학생들의 시위가 학교 밖 젠더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학과·전공 개편, 남녀공학 전환 등에 대한 논의 없이 성별 간 갈등으로 사안이 흘러가는 걸 경계해야 한단 지적이 나온다.
17일 오후 서울 성북구 동덕여대 월곡캠퍼스 교문 앞에선 ‘외부인 출입 금지’, ‘학생증 제시’ 등의 팻말이 붙어 있었다. 전날 보수 성향 단체 ‘신남성연대’가 학교 앞에서 ‘여대에 만연한 페미니즘 규탄’ 집회를 열고 유튜브 생중계를 진행하고, 외부인이 학교 내부로 들어오는 일이 발생하면서 학교 측은 학생 안전을 위해 경비를 강화했다.
신남성연대는 지난 16일부터 다음 달 14일까지 4주간 동덕여대 앞에서 집회를 열겠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이들은 전날 유튜브를 통해 시위 참여 학생을 ‘폭도’로 규정하고 “신상을 털겠다”고 예고했다. 3학년 재학생 A씨는 “신남성연대가 언제 다시 올지 몰라 무섭다”며 불안해했다.
학내 이슈와 무관한 남성들이 학교 안으로 몰래 들어와 경찰에 체포되는 일도 발생했다. 서울 종암경찰서는 전날 오후 4시 40분쯤 동덕여대 백주년기념관에 몰래 침입한 혐의(건조물침입)로 20대 남성 2명을 입건했다. 지인 관계였던 이들은 “내부 상황이 궁금해 들어와 봤다”고 경찰에 진술했다고 한다. 지난 14일엔 한 20대 남성이 “흉상을 청소하겠다”며 학교로 들어와 경비원과 실랑이를 벌인 뒤 경찰에 붙잡혔다.
온라인에서도 젠더 갈등을 부추기는 취지의 글들이 다수 올라오고 있다. 신남성연대가 유튜브에 올린 시위 생중계 방송은 하루 만에 조회 수 9만3000회를 기록했는데, 해당 영상엔 ‘여대 출신 채용방지법 절실’ 등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조롱성 댓글이 수백여개 달렸다. 다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기업) 인사팀이 동덕여대는 믿고 거른다’는 등의 근거 없는 비난 글이 게시됐다. 심지어 동덕여대 재학생을 상대로 흉기 난동을 벌이겠단 글까지 올라오면서 경찰이 추적에 나섰다.
전문가들은 단성(單性) 학교 생존 위기 등에 대한 진지한 고민 없이 젠더 갈등만 부각되는 상황에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학교의 생존 전략으로서의 남녀공학 전환 시도와 이에 대한 학생들의 저항은 사회적으로 의미가 있고, 내부 조율로 합의점을 찾아 나가야 하는 숙제”라며 “이를 편향적 시각으로 보는 외부 세력의 개입은 사회 통합을 저해하고 갈등만 부추기는 심각한 문제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허창덕 영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온라인상에서 활동하는 극소수가 제삼자의 입장에서 사안을 제대로 잘 알지도 못하고 조롱과 비난을 일삼는 경우가 많다”며 “실체 없는 갈등을 확대·재생산하지 말고 성숙한 시민의식을 고취해야 할 때”라고 했다.
한편 총학생회 등 동덕여대 학생들은 17일 기준 일주일째 본관 점거·수업 거부 등의 단체 행동으로 학교에 맞서고 있다. 학교 측은 이 과정에서 교내 건물 및 시설물·집기 등이 훼손돼 추정 피해액이 54억4000만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지난 12일로 예정됐던 취업 박람회 취소로 박람회 주관사가 총학생회를 상대로 요구한 손해배상 청구액도 3억3000만원에 달한다. 이에 재학생들 사이에서도 교육권 침해 등의 이유로 시위 방법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동덕여대 재학생은 “강의실 폐쇄로 온라인 화상 수업을 진행하려 했는데 시위대가 난입해서 소리를 지르고, 채팅방을 도배해 수업을 강제로 종료하게 한 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 12일 예정됐던 음대생들의 졸업 연주회도 시위로 인해 전면 취소된 바 있다. 총학생회는 오는 19일 처장단과 면담을 가질 예정이다.
김서원 기자 kim.seo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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