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또 사회보복 대량살인…임금체불 불만 칼부림에 25명 사상
16일 중국 장쑤성 이싱(宜興)시의 한 실업계 고등학교에서 학교측과 사회에 불만을 품은 한 졸업생이 난입해 흉기를 휘둘러 8명이 숨지고 17명이 부상을 입는 참사가 발생했다. 지난 11일 광둥성 주하이(珠海)에서 62세 남성이 스포츠유틸리티차(SUV)를 몰고 광장에 난입해 35명 숨지고 43명이 다친 묻지 마 살인 사건이 발생한 지 닷새만이다. 올해 들어 중국 전역에서 사회 보복성 참사가 반복되면서 중국의 사회안전망과 치안시스템이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현장에서 경찰에 체포된 21세 쉬(徐)모 용의자는 올해 우시공예(無錫工藝) 직업기술학원을 졸업한 학생이지만 자격시험에 낙제해 졸업증서를 받지 못했다고 홍콩 명보가 보도했다. 그는 학교 주선으로 실습을 나간 회사에서 임금까지 체불되자 이에 불만을 품고 16일 오후 6시30분(현지시간) 경 학교 교정에 들어와 살인 행각을 저질렀다. X(옛 트위터)에 올라온 현장 영상에는 연한 색 스커트를 입은 여성이 10여m 이상 피를 흘리며 이동해 끝내 바닥에 쓰러진 모습 등 참혹한 범행 상황이 그대로 전해졌다. 피해자는 대부분 학교 여학생으로 알려졌다.
사건 발생 직후 당국은 사망자와 부상자 규모를 투명하게 발표하지 않은 채 SNS 검열과 삭제로 일관했다고 명보는 지적했다. 중국중앙방송(CC-TV)의 온라인 뉴스인 앙시신문은 사건 발생 5시간이 지난 오후 11시 반쯤에야 이싱시 공안국의 사건 발표문을 보도하는 데 그쳤다. 중국 최대 SNS인 웨이보(微博)의 해시태그 ’#장쑤직업학교칼부림살인사건‘, ‘#우시칼부림8명사망17명부상’ 등의 해시태그는 17일 현재 “해당 화제는 노출이 허가되지 않았습니다”라는 안내문만 표시하고 있다.
경찰은 용의자 쉬모가 우시공예직업기술학원 졸업생이라고 확인했다. 인터넷에 퍼진 쉬씨 유언에 따르면 그는 매일 16시간 일했지만 공장은 임금을 체불하고, 학교는 시험 낙제를 이유로 졸업증을 발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이 여러 면에서 학대를 당했다면서 유언에 “나의 죽음으로 노동법의 진보를 추동하겠다”, “어떤 장부는 계산해야 한다. 나는 내 생명을 걸고 전투하겠다”, “무산계급 만세, 역사가 나를 심판하게 두어라. 역사는 내가 옳았다고 증명할 것” 등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우시공예직업기술학원은 1933년 장쑤성 이싱에서 개교한 도자기 제작 기술을 가르치는 전일제 직업 고등학교로 전교생은 1만2000여명에 이른다.
올해 들어 경기 불황 여파로 중국 전역에서는 사회 보복성 강력사건이 빈발하고 있다. 지난 2월 10일 춘절 당일 산둥성 쥐(莒)현에서 발생한 사제 총기 난사 사건으로 수십 명이 숨졌다. 2월에는 톈진시의 식재료 판매상이 쥐약을 주사한 제품을 판매해 여러 명이 중독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10월 13일에는 허베이성 한단(邯鄲)에서 개인적인 원한으로 칼부림을 저질러 3명이 숨졌다.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범죄도 속출하고 있다. 6월에는 지린성에서 미국 대학 강사가 흉기로 부상을 입었고 쑤저우에서는 일본인 모자가 공격을 받았다. 9월에는 선전에서 일본인 남자 아동이 괴한의 칼부림에 희생됐다.
화둥이공대의 마쯔치(馬子琪)·자오윈팅(趙雲亭) 박사는 중국의 사회 보복성 사건 연구에서 “이들의 목적은 침해당한 이익에 반발하는 것이 아니라 센세이션을 일으켜 사회 전체에 ‘나를 주목하라’는 신호를 보내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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