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의 뉴질랜드 골프 사진…이재명 "그날 안쳤다" 안 통한 이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에서 이 대표의 발목을 잡은 건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모른다”는 발언이 아니라 그와 함께 해외 출장 중 찍은 사진 한 장이었다. 사진이 공개된 뒤 “해외 출장까지 다녀왔는데 김문기를 정말 모르나”라는 의구심이 일었고, 이를 잠재우기 위해 ‘조작’이라는 단어를 꺼낸 게 재판에서는 자충수가 됐다.
“김문기 처장을 성남시장 재직 때는 몰랐다”는 이 대표 발언은 김 전 처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다음날인 2021년 12월 22일 SBS 인터뷰에서 나왔다. 이튿날인 12월 23일 이기인 당시 국민의힘 성남시의원(현 개혁신당 최고위원)은 ‘이재명 비리 국민검증특별위원회’ 회의에서 이 대표가 2015년 1월 6~16일 호주·뉴질랜드 출장 당시 함께 찍은 사진들을 공개했다. 이 중 1월 7일 김 처장, 유동규 본부장, 당시 수행비서와 찍은 사진이 바로 문제의 사진이었다.
4명의 모습이 담긴 사진 속 이 대표와 김 전 처장은 오클랜드 도심을 전경으로 카메라를 바라보고 있다. 이 대표는 볼마커가 끼워진 골프웨어 브랜드 ‘테일러메이드’ 모자를 쓰고 있다. 이 위원은 사진을 가리키며 “마치 골프를 친 복장을 하고 선글라스를 맞춰 끼고 찍은 친근해 보이는 사진”이라며 “김 전 처장을 몰랐다는 발언은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이 대표는 “함께 해외 출장까지 다녀왔는데 왜 김문기 처장을 모르나”라는 질문에 대한 해명을 요구받게 됐다. 국민의힘은 “누군지 묻지 않은 채 9박 11일을 함께 다니는 해외 출장은 없다” “출장 가서 사적 골프도 쳤냐”며 공세에 나섰다.
이런 가운데 이 대표는 12월 29일 채널A ‘이재명의 프러포즈-청년과의 대화’ 프로그램에 출연해 “국민의힘에서 마치 제가 골프를 친 것처럼 사진을 공개했던데, 확인을 해보니까 단체사진 중의 일부를 떼 내 가지고 보여줬더군요. 조작한 거죠”라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김문기 처장과 관련해 이 발언만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 유죄 판단을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4부(부장 한성진)는 지난 15일 이 대표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며 “일반 선거인의 입장에서는 이 발언을 ‘피고인이 김문기와 해외 골프를 치지 않았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기 쉽다”고 했다. 즉 출장 중 이 대표가 김 전 처장과 함께 골프를 친 것은 사실이므로, 이 대표의 발언은 허위 사실이라는 결론이다.
“촬영일에 골프 친 건 아니라는 뜻” 주장했으나 배척
문제 사진은 이기인 위원이 2021년 행정감사 때 성남도시개발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포함돼 있었다. 이 위원은 “대장동 사건으로 한창 시끄러웠으니까 9월쯤 개발처 컴퓨터에 있던 파일을 전부 제출받았었다”며 “그 속에 출장 사진과 보고서, 출장 결재문서가 섞여 있었다”고 말했다.
이 위원은 지난해 8월 23일 이 대표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조작’의 의미를 두고 변호인 측과 공방하기도 했다. 변호인은 “4명만 나오도록 잘라낸 이유가 뭔가”라고 물었고, 이 위원은 “통상 확대한 걸 조작이라고 하지는 않는다”고 반박했다.
변호인은 “어떤 조치를 해야 조작인가”라고 물었고 이 위원은 “딥페이크처럼 없는 얼굴을 합성한다든지, 빈 자리에 합성해서 묘사하는 게 조작”이라고 했다.
이 대표 측은 “단지 ‘사진이 조작됐다’는 의미로 발언한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아울러 “사진 촬영일은 골프를 쳤던 날(1월 12일)이 아니라 뉴질랜드 도착 첫날(1월 7일)”이라며 골프 발언은 “(그날은) 골프를 치지 않았다”는 뜻이라고도 주장했으나 이 주장 또한 배척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조작’은 ‘어떤 일을 사실인 듯이 꾸며 만듦’이라는 뜻이고, 통상 이와 호응하는 문구는 ‘마치 ○○인 것처럼’”이라며 “피고인 발언의 전체 취지는 ‘마치 피고인이 골프를 친 것처럼 단체사진을 4명의 사진으로 조작했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일반 선거인으로서는 골프 발언을 ‘실제로는 다른 날 골프를 쳤고, 촬영일에는 골프를 치지 않았다’는 의미로 이해하고 받아들일 가능성이 없다”고 봤다.
이 대표 측이 경기도지사 TV 후보자 토론 발언에 무죄를 선고한 ‘2020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례’를 언급하며 시민 패널과 질의응답 도중 나온 즉흥적 발언이라며 무죄를 주장한 것도 수용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위 대법원 판례가 상정한 후보자 토론회는 후보자 등이 직접 한 자리에 모여 치열하게 질문과 답변, 공격과 방어, 의혹 제기와 해명 등을 할 수 있는 공론의 장”이라며 “위 방송은 시민 패널이 질문을 하면 피고인이 그에 대해 일방적으로 발언하는 형식으로 이뤄졌고, 발언에 대한 공방 등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했다.
최서인 기자 choi.seo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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