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탑역 살인예고 20대, '529명+장갑차 출동비' 다 물어낼 판
경찰이 온라인 익명 커뮤니티 ‘블랙넷’에서 ‘야탑역 살인 예고’ 자작극을 벌인 홈페이지 관리자에 대해 공권력 낭비 등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를 검토하고 있다. 손해배상액은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의 근무 수당 및 식사비 등 인건비와 유류비 등 장비 사용 관련 비용을 모두 합쳐 산정할 계획이다.
경기남부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협박 및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로 블랙넷 홈페이지 관리자 A씨(20대)를 지난 13일 긴급 체포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A씨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한 법원은 A씨가 범행을 반성하고 있고, 증거가 수집된 점 등을 이유로 지난 15일 기각 결정을 내렸다. 앞서 A씨는 9월 18일 본인이 운영·관리하는 블랙넷 사이트에 경기 성남 소재 야탑역에서 흉기 살인 예고 글을 올린 혐의를 받는다.
A씨가 올린 글에서 살인을 예고한 날짜인 9월 23일 경찰은 기동순찰대, 기동대, 분당경찰서 형사·지역 경찰 및 경찰특공대와 장갑차를 야탑역 쪽에 배치했다. 지역 해병대전우회까지 포함하면 약 180명이 야탑역 일대에서 순찰 활동을 강화했다. 경기남부경찰청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이날부터 지난달 6일까지 야탑역 인근엔 총 529명의 경찰 인력이 투입된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사이트를 홍보하기 위해 글을 올렸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그가 올린 허위의 글로 인해 2주가량 이런 공권력이 낭비된 셈이다.
법무부와 경찰청에 따르면 살인 예고 글 관련 민사 소송은 총 3건 있다. 지난해 11월 서울 신림역 2번 출구에서 살인을 예고한 글을 올린 20대 남성 B씨를 상대로 서울경찰청이 낸 4370만원 상당의 손해배상 소송이 1심 진행 중이다. 제주경찰청도 같은 해 11월 전국 주요 공항에 폭탄 테러 글을 올린 30대 남성 C씨를 상대로 3200만원 상당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자신이 응원하던 배구팀이 경기에서 패배하자 선수단 숙소에서 칼부림을 벌이겠다는 취지의 글을 쓴 20대 남성 D씨의 경우 경북경찰청이 1200만원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법원에서 이행 권고 결정이 내려지면서 마무리됐다. 112에 허위 신고해서 공권력을 낭비하게 한 신고자들에 대해 배상 책임을 인정한 판결도 지난 5년간 3건 있다.
경찰은 앞선 사례를 참고해서 이번 야탑역 살인 예고 글 사건에 대한 구체적인 손해배상액을 산정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인건비·장비 사용비 등을 모두 고려하면 수천만원대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살인 예고 글로 인한 공권력 낭비와 지역 주민 불안 유발에 대한 형사적 책임뿐만 아니라 민사상의 책임을 적극적으로 묻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손성배 기자 son.sungb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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