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발탁 美 '안보 투 톱'…과거 보고서엔 "韓과 조선 협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지명한 ‘안보 투 톱’이 한국과의 조선업 협력 등을 통한 중국의 해군력 견제를 골자로 한 전략보고서를 함께 냈던 것으로 나타났다. 강한 대중 압박이 예상되는 트럼프 2기의 안보전략이 우선적으로 한국이 주요 파트너가 될 수 있는 조선업 부흥에 맞춰질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실제 트럼프는 지난 7일 윤석열 대통령과의 첫 통화에서부터 “한국의 건조 능력을 알고 있고 보수와 수리, 정비 분야도 한국과의 협력이 필요하다”며 사전에 준비된 듯한 메시지를 냈다.
전략지침서 공동저자팀, 그대로 ‘안보 투톱’ 발탁
국무장관으로 지명된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지명된 마크 월츠 하원의원은 지난 4월 의회에서 ‘국가해양전략 지침’이라는 보고서를 함께 냈다.
이들은 보고서에서 중국의 팽창을 막기 위한 미국 안보의 핵심으로 조선업의 정상화를 꼽았다. 그러면서 “수십년 간의 방치로 미국 조선 산업이 쇠퇴했고, 해양 인프라에 투자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반면 중국은 미국보다 230배 많은 조선능력을 가지고 있어 글로벌 안보와 미국을 보호하기 위해 해양 인프라 재건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대안으로는 “인도·태평양의 동맹국 및 파트너 국가들과 협력해 중국과의 경쟁에 대비해야 한다”는 방안을 내놨다. 협력안에는 미국에서 군용 선박을 건조할 경우 인센티브를 지급하고, 중국 조선사로 흘러가는 자금을 차단하는 방안 등이 포함돼 있다.
더 나아가 월츠는 지난 9월 전략문제연구소(CSIS) 토론에선 “한국 최대 조선소인 현대는 1년에 (미국 전체의 10배인)40~50척의 배를 생산하고 있다”며 협력 대상으로 한국을 직접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지스 구축함, 항공모함, 잠수함 함대 등에 초점이 맞춰질 경우가 많을 것”이라며 “필리조선소를 인수하는 한화나 현대에 가보면 21세기의 선박 건조와 수리를 볼 수 있지만 미국 조선소는 1930년대 이후 달라진 게 없다”고 말했다.
루비오 역시 의회 전략 보고서에서 “미국 해양 산업의 활성화는 경제를 활성화하고 국가 안보를 강화할 것”이라며 “미국은 항상 해양국가였고, 조선업 부흥을 실패한다면 그로 인해 치러야 할 대가가 너무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민주당의 마크 켈리 상원의원과 함께 미국 조선업 부흥을 위한 법안도 준비 중이다.
트럼프 측근 콜비 “현실적 방안은 한국과 협력”
특히 월츠는 당초 미군을 통솔할 수 있는 국방장관직을 제안받았지만, 이를 고사하고 백악관 안보보좌관직을 요청해 트럼프의 승낙을 받았다고 한다. 스스로 대중 견제의 핵심으로 보는 미국 조선업 부흥 작업을 이끌겠다는 생각일 수 있다.
이와 관련, 뉴욕타임스(NYT)는 16일(현지시간) “트럼프가 마러라고에서 국방장관 후보군에 대한 프레젠테이션을 받던 중 폭스뉴스 진행자 피트 헤그세스를 갑자기 내정했다”고 보도했다. 일부 캠프 인사들도 언론 보도를 보고서야 알게 됐을 정도로 갑작스럽게 이뤄진 인사의 배경은 월츠의 장관직 고사와 관련이 있을 가능성도 있다.
이와 관련, 앞서 트럼프의 측근인 엘브리지 콜비 전 국방부 차관보는 미국 조선업 부흥의 중요성에 대해 “중국은 미국보다 더 큰 해군을 서태평양에 집중하고 있는 반면, 미국은 작은 해군을 전세계에 전개하는 비대칭이 안보에 가장 큰 위협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가 조선업의 전략적 가치를 중시하는 두 사람을 외교안보 라인 핵심으로 발탁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콜비는 중앙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이러한 비대칭성은 미국 조선업의 탈산업화 때문에 발생했고, 그 배경엔 세계 조선 물량을 독식하고 있는 중국이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어 “그간 이러한 상황을 바로잡기 위한 공감대가 정치권에서 형성되긴 했지만 필요한 만큼의 속도나 규모로 이뤄지지 못했다”며 “현실적으로 조속히 불균형을 해소할 방안은 한국 등 동맹국과 함께 미국은 물론 세계 안보에서 가장 중요한 지역인 아시아와 중국에 자원을 집중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워싱턴=강태화 특파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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