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섬세한 윤경호의 ‘디테일’ [D:인터뷰]

장수정 2024. 11. 17. 14:0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 오정환 팀장 역
“선배들 존재만으로 대단하다는 것 느껴…
패기 넘치는 후배들 보며 그립고, 많이 배운다.”

배우 윤경호는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를 향한 호평에 감사하며 송연화 감독과 배우 한석규, 채원빈, 한예리, 노재원 등 동료 배우들에게 그 공을 돌렸다. 그러나 극 중 형사팀과 진짜 팀원들처럼 디테일을 고민하고, 또 반영했다는 윤경호 또한 치열하고, 또 섬세하게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의 완성도 한 축을 담당하고 있었다.

MBC 금토드라마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는 국내 최고의 프로파일러가 수사 중인 살인사건에 얽힌 딸의 비밀과 마주하고, 처절하게 무너져가며 심연 속의 진실을 쫓는 드라마다.

ⓒ눈컴퍼니

윤경호는 이 드라마에서 강력 1팀 팀장 오정환 역으로 시청자들을 만났다. 일에 대한 열정이 넘치는 인물로 그래서 프로파일러 태수(한석규 분)와 부딪히기도 하지만, 소신을 지키는 뚝심 있는 인물이기도 했다.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를 더욱 풍성하게 만드는 동시에, 묵직한 존재감을 발산하며 극의 한 축을 담당했다. 그간 형사부터 조폭까지. 윤경호가 소화한 캐릭터들과 비슷해 보이기도 하지만, ‘덜어냄의 미학’을 발휘하며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연기적으로 덜어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요즘 지향하고 싶은 부분인데, 40대 중반이 되면서 더 오래 사랑을 받으려면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 같았다. 지금 잘할 수 있고, 또 사랑해 준 모습도 있지만 중견, 중년의 모습을 향해 가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중심이 느껴지는, 무게감이 느껴지는 연기를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마침 장르도 스릴러고, 담백함도 있는 작품이었다. 특히 중년의 완성미를 가지신 한석규 선배님과 호흡을 할 수 있어 감사한 기회였다. 감독님과도 사전에 이야기를 했었다. 절제하는 느낌으로 담아보고 싶다고 했는데, 좋다고 해주셨다. 대신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얼마든지 이야기를 해달라고 말씀드렸다.”

옆에서 지켜본 선배 한석규에게 많은 것을 배웠다. ‘중년의 미’는 물론, 끊임없이 고민하고, 또 연습하는 한석규를 보며 새삼 깨닫는 것이 많았다. “대기 시간엔 후배들이 자연스럽게 의자를 들고 한석규의 옆으로 모였다”고 훈훈했던 현장 분위기를 설명하면서, 윤경호는 거듭 한석규에 대한 존경심을 표했다.

“본인에게 혹독하시다. ‘보고 말하자’, ‘듣고 말하자’고 되뇌시는데, 모든 배우가 생각하는 부분이지만 정말 매사에 대선배님이 그렇게 임하시는 걸 보며 감동했다. 또 입 밖으로 내는 건 쑥스러울 수도 있는데, 후배들 앞에서 개의치 않고 하시는 걸 보며 감사했다. ‘이런 고민이 있습니다’라고 하면 조언도 해주셨다. 제겐 ‘조금 더 너의 말투로 해줬으면 좋겠다’고, ‘너무 대사를 들리게 안 하려고 해도 된다’고 해주셨다. ‘어려운 발음에 너무 구애받지 말라’라고 해주셨다. 연기를 배웠다 정말.”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 스틸

송연화 감독의 역량도 거듭 강조했다. 짜임새 있는 각본과 디테일한 연출력, 여기에 배우들의 열연까지 맞물려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는 ‘웰메이드 스릴러’라는 호평을 받으며 종영했다. 윤경호는 신인이었던 송연화 감독의 노력을 섬세하게 짚으며 드라마 흥행의 공을 제작진, 동료 배우들에게 돌렸다.

“감독님을 보며 굉장히 놀랐다. 전작인 4부작 드라마 ‘멧돼지 사냥’을 보면서도 재밌는 작품이 나왔다고 생각했었다. 뚝심이 있는 분이라고 여겼다. 편집에 대한 색깔이 명확한 것 같아서 기대감이 있었다. 그런데 이번엔 그때 못 보여준 것을 다 보여준 것 같더라. 완성도가 높지만, 특히나 인상적인 시퀀스들이 있었다. 장태수 집에 비가 내리는데, 태수 선배 얼굴이 비쳐서 눈물이 흐르는 것처럼 보이는 장면이라던지, 걸어가는 그림자가 길게 늘어져서 외롭게 보이는 부분도 떠오른다. 그러면서 다른 그림자가 살짝 걸려 또 다른 자아를 암시했었다. 그런 장면들을 보며 정말 놀랐다.”

윤경호의 노력도 없지 않았다. 동료들의 노력을 섬세하게 짚은 것처럼, 그 또한 남다른 디테일로 캐릭터를, 그리고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를 풍성하게 만들고 있었다. 특히 이신기를 비롯한 형사팀 배우들까지 함께 챙기며 든든한 선배 역할을 하기도 했다.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가 왜 ‘웰메이드’로 극찬을 받을 수 있었는지를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었다.

ⓒ눈컴퍼니

“사실감이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 (형사팀은) 그냥 존재하는 게 아니라 이미 이런 관계였을 것이라는 게 보였어야 한다고 함께 동의했다. 후배들이 정말 연기를 잘하는 친구들이었다. 대사가 많이 없어 덜 보이면 아쉬울까 봐 설정을 잘하려고도 이야기를 많이 했다. 스마트한 모습을 위해 안경을 쓰기도 하고, 저와 헤어스타일이 닮은 후배도 있었다. 오 팀장을 존경하는 ‘바라기’ 느낌으로 옷도 비슷하게 입었다. 막내도 요즘 막내의 느낌을 내고 싶어서 형사지만, 갓 대학생티를 벗은 풋풋한 느낌을 주려고 했다. 스마트워치를 차고 있었던 게 그 예다. 일부러 이름을 서로 불러주기도 했었다. 상호 간에 신뢰나 약속이 있으니까 훨씬 유기적이었다.”

드라마를 호평 속 마무리할 수 있어 감사하지만, 좋은 동료들과 함께 귀중한 경험을 할 수 있어 특히 만족했다. 선배, 후배, 제작진을 보며 거듭 배웠다고 말한 윤경호가 또 어떤 작품으로 시청자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할지, 섬세한 배우 윤경호의 다음 행보가 기다려진다.

“예전엔 롤모델이 딱 있었다면, 지금은 모든 선배님들을 보며 ‘내공이라는 게 있구나’, ‘구력이라는 게 있구나’라는 걸 실로 느낀다. 연기적으로 롤모델이 있는 게 아니라 선배들 자체가 훌륭하다는 걸 느꼈다. 오랜 시간 이름이 존재할 수 있는 건 실력 때문이더라. 젊은 친구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패기, 개성이 느껴진다. 저는 누군가와 맞춰가려고만 하지 않았는가. 저도 그러고 싶은 시기가 있었겠지만, 눈치만 봤던 것 같다. 그 시절이 그립기도 하고, 그 친구들을 보며 배우는 것도 있었다. 오래도록 사랑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

Copyright ©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