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차세대’ 수식어도 날렸다…국가대표 마무리 굳힌 박영현
더는 ‘차세대’라는 수식어는 필요하지 않다. 이제 한국 야구의 주전 마무리는 자타가 공인하는 ‘우완 파이어볼러’ 박영현(21·KT 위즈)이다.
박영현은 지난 16일 대만 타이베이 톈무구장에서 열린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B조 예선 도미니카공화국과의 4차전에서 4-6으로 뒤진 8회초 마운드를 밟았다. 앞선 투수 최지민이 선두타자 아리스멘디 알칸타라를 삼진으로 잡았지만, 후속타자 루이스 미에세스에게 연달아 볼 2개를 던지자 급히 구원투수로 투입됐다.
류중일 감독의 ‘배수의 진’ 승부수는 적중했다. 미에세스에게 좌전안타를 맞은 박영현은 빠른 1루 견제구로 미에세스를 아웃으로 처리했다. 이어 프랭크 로드리게스를 삼진으로 유도해 이닝을 끝냈다.
분위기를 바꾼 한국은 8회 공격에서 전세를 뒤집었다. 선두타자 나승엽의 우전안타와 문보경의 2루수 땅볼, 박동원의 좌전안타로 만든 1사 1, 3루에서 송성문이 우익수 앞으로 향하는 적시타를 때려냈다. 이어 윤동희가 삼진으로 물러났지만, 박성한이 우중간을 가르는 2타점 3루타를 터뜨려 7-6으로 리드를 가져왔다. 또, 최원준의 1타점 우전 2루타와 홍창기의 중전 적시타가 더해져 9-6까지 달아났다.
쉴 새 없는 맹공으로 승기를 잡은 한국의 마지막 이닝은 박영현이 지켰다. 선두타자 미하엘 데 레온에게 좌전안타를 맞았지만, 리카르도 세스페데스를 좌익수 뜬공으로 처리한 뒤 알렌 핸슨을 유격수 방면 병살타로 유도해 마침표를 찍었다. 경기 후 만난 박영현은 “형들이 ‘네가 8회만 막아주면 꼭 역전하겠다’고 하더라. 그 말을 믿고 있는 힘껏 던졌다. 짜릿한 역전승을 만들어 기쁘다”고 웃었다.
프리미어12 예선 5경기 중 4게임을 소화한 한국의 현재 성적은 2승 2패다. 그런데 한국이 거둔 2승 뒤에는 늘 박영현이 있었다. 박영현은 14일 쿠바와의 2차전에서도 8-4로 앞선 9회 등판해 1이닝을 무피안타 2탈삼진 무실점으로 막았다. 이어 이날 도미니카공화국전에서도 1과 3분의 2이닝을 2피안타 1탈삼진 무실점으로 지키면서 알토란 활약을 펼쳤다.
류중일 감독은 이번 대표팀의 마무리로 일찌감치 박영현을 낙점했다. KIA 타이거즈 정해영과 LG 트윈스 유영찬, 두산 베어스 김택연, SSG 랜더스 조병현까지 KBO리그를 대표하는 클로저 5명이 모였지만, 박영현의 구위가 가장 뛰어나다고 생각해 큰 고민 없이 중책을 맡겼다. 류 감독은 “앞으로 박영현은 한국 최고의 마무리로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굳은 신뢰를 보냈다.
유신고를 나와 2022년 데뷔한 박영현은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이번 프리미어12를 거치면서 몇 뼘씩 성장하고 있다. 입단 초기에는 공만 빠른 투수라는 인상이 강했지만, 국제대회 경험을 통해 경기를 운영하는 능력이 더해져 다른 나라 타자들도 쉽게 공략하지 못하는 투수가 됐다.
박영현은 프리미어12 마운드에서 시속 150㎞ 안팎의 직구와 130㎞대 슬라이더만을 던지고 있다. KBO리그에선 간간이 120㎞대 체인지업을 구사하기는 했지만, 이번 대회에선 체인지업 구위가 좋지 않다고 스스로 판단해 직구와 슬라이더만으로 경기를 풀어가고 있다. 그간의 경험이 효과적인 선택과 집중을 만들어냈다.
박영현은 “사실 지난해 아시안게임에선 ‘뭣도 모르고 공만 던진다’는 느낌이 컸다. 그러나 이번 프리미어12에선 나를 시험한다는 생각으로 던지고 있다. 감사하게도 감독님으로부터 많은 기회를 받고 있는데 앞으로도 대표팀 뒷문을 확실하게 책임질 수 있는 투수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타이베이=고봉준 기자 ko.b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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