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저출산 문제, 돈보다 3배 효과 있다는 '이것'
[이정희 기자]
대한민국 저출생 문제의 해결법이 있을까. EBS가 < 다큐멘터리 K–인구대기획 초저출생: 골든타임 >을 통해 6회에 걸쳐 해결 방법을 모색한다.
14일 첫 방송된 1부 '인구소멸, 아이들과 함께 사라지는 것들' 편에서는 점점 수가 줄어드는 어린이집, 유치원, 산부인과의 실태를 다룬다. 먼저 다큐는 대한민국의 저출산 실태와 지금까지 정부가 펼친 정책을 짚는다.
통계청 등에 따르면, 역대 정부는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18년간 저출산 문제를 풀기 위해 380조 원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연간 합계출산율은 꾸준히 떨어져 지난해에는 0.72명까지 곤두박질쳤다. 다큐 속 등장한 청년은 "돈 받고 애 낳느니, 안 받고 안 낳는다"며 지원금 위주의 정부 정책을 비판한다.
▲ 방송 장면 갈무리 |
ⓒ EBS |
제작진은 우리나라 제2의 도시 부산, 그곳의 한 병설 유치원을 찾았다. 병설 유치원이라 하면 학교 부설로 경제적 부담 없이 양질의 교육을 받게 하려는 부모들이 찾는 유치원이다. 한때는 학교 학생 정원처럼 30여 명을 넘나들던 곳, 이곳 부산의 병설 유치원도 마찬가지다. 3층 건물을 다 사용하던 유치원은 불과 4년만에 다닐 아이가 없어 작아졌다. 바늘구멍 고시를 통과해 유치원 선생님이 된 윤예주씨는 이제 유치원 홍보 전단을 돌려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전단이라도 돌려서 아이들이 온다면 다행이다. 그는 "거리를 지나가는 아이가 없다"고 말한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저출산 여파로 최근 4년간 어린이집 5곳 중 1곳이 폐원했다. 문제는 이렇게 되었을 때 정작 유치원을 가고자 하는 아이들이 유치원 교육 혜택을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경기도 양평의 한 학교, 병설 유치원도 함께 있는 이 학교의 스쿨버스는 이른 시간에 출발한다. 저출생의 여파로 줄어든 학생들을 태우기 위해 주변 10개 마을을 돌아야 하기 때문이다. 8시 10분 첫 아이를 태우기 시작해서 8시 50분까지 학생들을 태운 버스는 거의 한 시간을 운행한다. 버스를 타고 통학하는 학생 입장에서는 매일 한 시간, 오가는 시간을 따지면 두 시간여를 버스에서 보내게 되는 셈이다. 집에서 보살핌을 받아야 할 아이들이 버스에서 시간을 보내게 되는 것이다.
대도시라고 다를까. 부산시에 따르면, 부산 중구의 지난해 출생률은 0.31에 불과하다. 중구에서 두 아이를 키우는 유하네 집, 매일 아침 엄마는 아이들 약을 준비하고 아빠는 씻기며 전쟁을 치른다. 문제는 보낼 수 있는 유치원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중구에 국공립 유치원은 단 하나, 버스로 24분이 걸리고 그마저도 내려서 또 걸어야 하는 곳이다. 어린 아이가 다니기 어려운 거리다. 어디 유치원뿐일까. 아이들을 데리고 돌아오는 길, 아이들이 없으니 놀이터도 사라진다. 중구에 빈집이 늘어나 동네에서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은 '혼자 다니면 안 돼'라고 주의를 준다. 이곳에서 아이를 낳아 키우는 게 신기할 지경이다. 이는 비단 부산 중구에만 해당하는 문제가 아니다.
▲ 방송 장면 갈무리 |
ⓒ EBS |
신생아 중환자실이 있는 전남의 한 종합 병원, 여러 케이스의 산모들을 소화해 내기가 쉽지 않다. 당장 출산해야 하는 30주의 산모가 병원을 수소문하다 전라도에서 경기도까지 응급차를 타고 달리는 해프닝이 발생하기도 한다. 돈도 주고 선물도 줄 테니 낳기만 하라는 데 정작 아이를 낳을 곳은 찾기 어렵다.
▲ 방송 장면 갈무리 |
ⓒ EBS |
전문가는 말한다. 수요 공급의 문제나, 재정의 효율성 문제로만 저출산 대책을 만든다면 결코 인구 절벽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마음 놓고 아이를 낳을 수 있고, 낳은 아이들을 편하게 키울 수 있는 환경이라면, 그 누가 아이 낳기를 거부하겠냐고 주장한다. 이제는 돈을 준다고 아이를 낳는 시대가 아니다. 다큐는 양육에 대한 기본적 권리를 누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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