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불바다' 위협 그 무기 보냈나…"북, 러에 방사포 등 70문 지원"
북한이 러시아에 자주포와 개량형 방사포를 지원해 이 중 일부가 쿠르스크로 이동했다고 영국의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정보당국을 인용한 FT의 이날 보도에 따르면, 북한은 국내에서 생산한 170㎜ M-1989 자주포 50여문과 유도탄 발사가 가능한 개량형 240㎜ 방사포(다연장로켓포) 20문을 최근 몇 주간 러시아에 공급한 것으로 파악했다. 240㎜ 방사포는 북한이 이른바 ‘서울 불바다’ 위협을 할 때 들고나오는 대표적인 장사정포다. 이 방사포는 이동식발사대 한 대당 22개 발사관이 있다.
FT에 따르면 M-1989 자주포는 1989년 생산됐으며 사정거리는 60㎞다. 1950년대 소련이 원조한 구식 해안포를 역설계해 모방생산한 것이다. 북한에서는 이를 ‘주체포’라고 부른다. 미국 등 서방 정보당국에서는 1978년 황해도 곡산군에서 이 자주포의 존재를 처음 발견해 이름을 ‘곡산포’(M1978)라고 지었다. M1989는 이 자주포의 존재를 처음 확인하고 촬영한 해가 1989년이라는 의미다. M1989는 M1978에 새로운 차체를 결합했다.
지난해 7월 북한 ‘전승절’(정전협정 기념일) 70주년을 맞아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부 장관이 방북했을 때 북한과 탄약 및 M-1989 구매를 논의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그해 7월 29일 러시아 반부패 및 반고문 단체 ‘굴라구넷’이 접촉한 러시아 국방부 내부자는 “쇼이구 장관이 북한에서 170㎜ 주체포 M-1989와 오래된 여러 ‘고물 무기’를 사들이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측은 북한이 이 무기들을 러시아 서부 쿠르스크 전장에서 사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지역은 지난 8월 우크라이나군이 진격해 일부를 점령한 러시아 서부 도시로 러시아군과 북한군이 탈환전을 벌이고 있다.
우크라이나 고위 당국자는 FT에 북한이 이 무기들을 실전에서 운용하며 성능을 시험해보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북한은 자주포와 개량형 방사포를 지원하기 전에는 러시아에 탄도미사일과 포탄을 공급했으며, 그 대가로 미사일 관련 기술과 함께 현금을 제공받았다고 전했다.
북한이 러시아에 자주포 등을 제공했다는 의혹은 앞서 소셜미디어에서 관련 사진이 공유되며 확산하기도 했다.
엑스(X)의 우크라이나 전문 군사·분쟁 뉴스 계정 ‘Status-6’는 지난 14일 “북한의 M-1978/1989 곡산 170㎜ 자주포가 러시아로 추정되는 곳에서 기차로 운송되는 사진을 러시아 채널이 게재했다”고 밝힌 바 있다. 사진이 찍힌 곳은 러시아 중부의 크라스노야르스크로 추정됐다.
한편 FT는 우크라이나 관리들의 인터뷰를 인용해 지난 4일 우크라이나군이 쿠르스크에서 처음으로 북한군을 향해 사격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북한군은 아직 대규모 지상 공격에는 참여하지 않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이날 북한군 파병과 무기 지원에 대해 우려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키이우를 방문한 이와야 다케시 일본 외무상을 만난 뒤 “쿠르스크에서의 북한군 활동과 북러 협력이 제기하는 모든 위협을 (일본 외무상에게) 알렸다”며 “러시아가 북한을 현대전에서 훈련하는데 이는 훨씬 더 광범위한 불안정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FT는 전했다.
조문규 기자 chom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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