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터지게 싸우는 '민주당 vs 검찰'…법조계 "양쪽 다 문제다"
검찰과 야당이 올 하반기 들어 연일 격돌 중이다. 탄핵권·입법권·예산권 등을 총동원한 더불어민주당의 공세가 월 단위로 주제를 바꿔가며 몰아치면서다. 검찰은 매번 긴 반박을 내는 식으로 수성전을 거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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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야검전…7월엔 검사탄핵, 8월엔 통신조회 논란
민주당은 지난 7월 이재명 대표나 민주당 관련 수사를 맡았던 박상용·김영철·강백신·엄희준 검사 등 탄핵안을 발의했다. 이원석 당시 검찰총장은 이를 “위헌·위법·사법방해·보복·방탄 탄핵”으로 규정하며 강경 대응했다. 송경호 전 서울중앙지검장이 “후배 검사들 대신 2년간 이 대표 수사와 공소유지를 총괄한 나를 탄핵하라”고 나서는 등 현직 검사장들 중심으로 검사 수백명이 민주당 비판 대열에 동참했다.
양측은 이후 ‘검사탄핵 청문회’ 출석 여부로도 기싸움을 이어갔다. 민주당 법사위원들이 사실관계 조사를 명분으로 김영철·박상용 검사의 국회 청문회를 추진하자, 대검찰청은 “탄핵 당사자는 청문회 증인이 될 수 없다”며 출석 거부 방침을 분명히 했다. 결국 8월과 10월 두 검사에 대해 ‘검사 없는 검사 청문회’가 열렸다. 민주당에서는 “자신 있으면 위증죄 감수하고 국회 나와서 반박해야지 콜검 주제에 어따대고 지적질이냐”(민주당 검찰독재대책위원회 성명서) 등의 비난이 나왔다.
8월에는 정치인·언론인에 대한 검찰의 무더기 통신조회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 지난 1월 서울중앙지검이 ‘대선개입 여론조작 사건’ 수사 당시 이재명·추미애 의원 등 민주당 인사 최소 139명과 기자 수백명에 대한 통신가입자 조회를 벌였던 점이 7개월 만에 드러나면서다.
민주당은 즉각 “정치검찰의 사찰”이라며 공격에 나섰다. 검찰은 “적법한 수사 절차”라며 맞섰다. 서울중앙지검은 “사건 피의자 내지 핵심 참고인들과 통화한 전화번호가 누구 것인지 확인하기 위한 단순 인적사항 조회”라며 “사건과 무관한 통화 상대는 수사 대상에서 제외했다”고 밝혔다. 조회 대상자들의 통화기록을 살피거나, 내용을 감청한 것이 아니므로 ‘불법 사찰’일 수 없다는 취지였다.
李방탄이냐, 검찰개혁이냐…이창수 탄핵도 추진
대장동 변호사 출신으로 두 법안을 대표발의한 이건태 의원은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사건을 검찰이 고의로 봐줬다면 처벌받아야 한다”고 법 왜곡죄의 신설 필요성을 설명했다. 그러나 법무부와 법원행정처는 즉각 “‘표적수사’ ‘법 왜곡’의 기준이 불분명하고 자의적 해석의 소지가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결국 두 법안은 지난 13일 법사위 법안심사소위 문턱을 넘지 못하고 계류됐다. 민주당은 이튿날 수사기관의 ‘사건 조작’에 공소시효를 배제하는 새로운 법안을 당론 채택했다.
국정감사가 있던 10월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서 김건희 여사를 무혐의 처분한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과 최재훈 반부패수사2부장에 대한 탄핵 추진이 예고됐다. 민주당은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15일)·위증교사(25일) 혐의 1심 선고 이후인 오는 28일 본회의에서 두 검사 탄핵안을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서울중앙지검 지휘부는 “탄핵소추의 법적 요건인 중대한 위헌·위법 없이 특정 사건을 수사했다는 이유만으로 탄핵하는 것은 삼권분립 위배”라며 부당성을 호소하고 있다.
수사비 죄고, 재판무효 주장…“소모전 피로”
민주당은 “사용내역이 입증되지 않으면 전액 삭감”이란 방침이다. 이에 검찰·법무부 지휘부는 “법무부가 특활비 입증 전례를 만들면 다른 기관에도 추가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고 형평성도 맞지 않다”고 맞서고 있다. 검찰 내부는 박지원·박균택·추미애·박범계 민주당 의원 등이 여당 시절인 2017~2021년 특활비 증액을 요구하거나, 용처 공개가 어렵다고 언급했던 일화들을 공유하고 있다.
최근에는 싸움터에 ‘이재명 관련 공판’이 추가됐다. 성남지원의 성남FC 사건 재판에서 타청 소속 검사가 일일직무대리 발령을 받고 출석하는 것이 적법한지 여부를 두고 법원과 검찰의 해석이 갈리면서다. 지난 11일 성남지원 허용구 재판장은 “위법한 직무대리 검사는 퇴정하라”며 변호인 손을 들어줬다. 검찰은 “적법한 업무수행이자 재판부의 검찰 내무 개입”이라고 반발하며 재판부를 바꿔달라는 기피신청을 냈다. 이에 민주당은 지난 13일 “검사가 법을 어겼다” “이들의 소송행위는 모두 무효”라고 공세를 폈다.
매달 거듭되는 소모적인 논쟁에 법조계는 “양쪽 다 문제”라고 짚었다. 검사 출신 김종민 변호사는 “검찰이 이재명 대표 관련 수사 시기, 진행 방식, 대상 선정 등에 있어 정치적 의도 없이 불편부당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동시에 민주당은 제1야당으로서 법원·검찰에 예산을 차별하는 방식 등으로 사법의 정치화를 가속화하고 있는데 명백한 직권남용”이라고 평했다. 장영수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국익 관점에서 비생산적인 논쟁만 벌여 피로도가 높다”며 “정치권이 ‘공정하고 중립적인 검찰’에는 관심이 없고 ‘입맛에 맞는 검찰 만들기’만 열중하니 생기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김정민 기자 kim.jungmin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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